토끼야, 너무 뛰진 마라

권재현 편집장
2023.01.09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주간경향 독자 여러분은 무슨 소망을 세우셨습니까? 저는 올 한 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세상이 너무 요동치지 않기를 꿈꿔봤습니다.

[편집실에서]토끼야, 너무 뛰진 마라

국내 가계자산의 60%를 차지한다는 부동산 시장의 향배가 아무래도 최대 관심사이겠지요. 정부는 경착륙을 막겠다며 각종 규제를 풀었거나 잇따라 완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금 경감을 통한 수요 진작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종부세 감면이나 다주택자 중과 유예 조치 등이 대표적입니다.

집값이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건 맞지요. 목돈 빌리기가 어렵다 보니 전세 시장도 찬바람입니다. ‘역전세난’, ‘보증금 사기’, ‘깡통전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슬아슬합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해 미리미리 준비하겠다는 정부를 나무랄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집값’, ‘전·월세 시장도 비상’이라는 식의 걱정이 대세를 이뤘습니다.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정부 통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은 임대차 3법 등을 들이대며 전(前) 정권을 질타하던 비분강개의 목소리는 지금 어디로 갔습니까. 겨우 잡히는가 싶은 부동산 시장이 다주택자를 장려하는 듯한 일련의 정부 시그널과 만나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버리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합니다. 내년 이맘때쯤 ‘고관대작’들의 신규 주택 매입 등 다주택 현황을 정권 차원에서 꼭 전수조사해 발표하기를 제안합니다.

남북관계도 훈풍까지는 아니어도 통제를 벗어나는 수준으로 비화하지는 않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핵 무장, 미사일 발사, 무인기 출현 등 북한의 교란 및 공세 수위가 심상치 않습니다. 1983년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의 이웅평 소령 사건이 떠오른다는 이들까지 있습니다. 딱 40년 전이네요. 귀를 찢을 듯한 사이렌 소리, 정규 프로그램 도중 다급한 목소리로 전해지던 경고 방송까지 지금도 기억에 선연할 정도로 남북 대치와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였습니다. 본능적으로 다들 그만큼 위기를 느낀다는 방증입니다. 임기 2년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가 아직도 전 정권 탓을 합니다. 군의 기강해이와 국민의 안보의식을 다잡으려는 전방위 조치가 잇따르리라 예상합니다. 힘깨나 쓴다는 고위층 자제들의 병역 이행 여부 실태 역시 대중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대목 중 하나입니다.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끄집어내지 않더라도요.

크고 작은 지하철·철도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선 또 왜 ‘하인리히의 법칙’(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경험적인 통계 법칙)이 자꾸 생각나는 걸까요. 이태원 참사의 상처와 눈물이 아직 아물지도, 마르지도 않은 새해 벽두입니다. 무슨 작전 펼치듯 밀어붙이는 ‘공공기관 거품 빼기’, ‘시민단체·노조 압박’ 움직임이 부디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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