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충해부터 수정벌까지 분석… 김무현 팜커넥트 대표
농작물은 공산품이 아니다. 정해진 규격대로 찍어낼 수 없다. 품종에 따라, 자라는 환경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표준화가 어렵다는 건 자동화가 어렵다는 말이다. 모든 산업 분야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지금, 농업도 예외일 순 없다. 농업의 데이터화를 시도하는 ‘애그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점차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농업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팜커넥트도 3년 전부터 그 도전의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11월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강연에서 김무현 팜커넥트 대표는 “최적의 생산성을 얻으려면 환경데이터와 생육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고, 병충해 데이터, 작업 진척 데이터 등이 더해져야 한다”면서 “농가의 모든 빅데이터를 수집해 최적의 생산성을 분석해내고, 이를 통해 시설이 열악한 농가도 데이터 농업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병충해·농작업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
김 대표의 전공은 전자공학이다. SK텔레콤과 SK C&C에서 통신과 IT 인프라 분야를 연구하다 우연한 기회에 농업회사법인의 기술연구소장이 됐다. 아는 지인이 이산화탄소 센서 개발을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센서를 설치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여러 농가를 방문했고, 농업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됐다. 이날 강연 중 그는 상당한 농업 지식을 선보였다. 모두 농부, 지역 농업기술센터 전문가들에게서 배웠다. 농가 현장을 약 3000번 이상 방문하면서 풍부한 현장경험을 쌓은 게 농업과 솔루션 개발 양쪽에서 도움이 됐다고 했다.
팜커넥트는 현재 국내 1800여개 농가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농민이 원하는 환기, 관수, 환경, 영양제 급배액, 병충해 등 정보를 제공한다. 농가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농장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분석해 효율적인 대처방안을 도출해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농업 분야에서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할 만한 수준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2015년부터 농업 쪽에 발을 들인 후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지만, 농업 데이터는 인공지능으로 바로 연결지을 만한 빅데이터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보행자 등 이미지에 이름을 붙이는 ‘데이터 라벨링’이 자율주행 인공지능 학습에 필수적인데, 이와 비슷한 작업이 농업 분야에선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배지(영양액)에서 키우는 수경재배 농작물의 경우 환경데이터와 생육데이터 외에 배지 환경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동종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데이터이다. “온·습도, 이산화탄소 등 환경데이터를 측정하는 센서를 달고, 잎과 열매 등 작물의 생육데이터도 모아 최적의 조건을 적용한다 해도 그 결과가 동일하게 나오지는 않는다”면서 “농장 내부 환경을 적절하게 조성해도 배지 환경을 놓치면 이 데이터가 없는 것만으로도 사실 빅데이터라고 부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작물이 물을 흡수하는 양은 일사량에 따라 달라진다. 봄을 지나 여름으로 넘어가면 일출이 빠르고, 그래서 물을 먹는 시간대가 빨라진다. 농업기술센터 등 농업교육기관에선 농민들에게 일출 후 1시간 반이나 2시간 후에 물을 주라고 하는데 사실 재배 환경에 따라 그 시간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수경재배에서 물의 양은 하우스 내의 습도에 큰 영향을 주고, 습도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곰팡이병 등 병충해 발생이 잦기 때문에 물의 양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비닐하우스는 일몰 후 문을 닫으면 습도가 95% 이상 올라간다. 습도를 낮추려고 아침에 일찍 환기하면 하우스 안에 결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언제 하우스의 문을 열어야 하는지 하나의 통일된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다. 개별 농장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제안해야 한다. 데이터 농업이 필요한 이유이다.
온습도·생육 데이터 등이 모두 적정하다고 알려주는데도 수확물에 차이가 생기는 또 다른 주요 원인은 병충해와 농작업 지연이라는 변수이다. 토마토는 열매가 한번 열리기 시작하면 8m까지 자라기 때문에 하우스에선 길게 눕혀서 키운다. 그렇게 1년을 키우면 32화방(열매가 달리는 줄기)까지 열린다. 토마토는 한데 열매가 너무 많이 열리면 일부를 떼주고, 곁순도 잘라줘야 잘 자란다. 작물 관리를 제때 잘 못 하면 수확량과 품질이 떨어진다.
수정벌 활동까지 모니터링할 계획
“알(열매)을 키우든지, 줄기 쪽으로 키우든지 균형 있게 키워야 하는데 알만 계속 열리면 줄기가 가늘어지고 영양 공급이 제대로 안 되기 시작합니다. 그럼 32화방까지 키울 수 있는 걸 절반 정도에서 끝내고, 다시 심어야 하죠. 심고 첫 열매가 열릴 때까지 2~3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완숙 토마토가 평당 200㎏ 정도 열리는데 한국은 유사한 시설에서 130㎏, 시설이 조금 안 좋은 곳에선 80㎏ 정도 나옵니다. 모두 한번 심고 나서 12개월을 조절하며 키우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확 기간을 두 달 정도 더 늘릴 수 있다면, 생산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작업 진척 데이터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농작업 지연에 영향을 주는 건 수정벌의 활동이다. 팜커넥트는 수정벌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 중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수정벌이 작업을 중지한다. 결국 열매가 안 열린다. 농민들은 수정벌이 활동을 중단했음을 열매가 열리지 않는 걸 보고 뒤늦게 안다. 약 한 달의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벌이 농장에서 수정작업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까닭이다. 벌에 묻은 꽃가루의 색깔을 보면 수정 여부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토마토의 꽃가루는 노란색이라 수정작업을 한 벌의 경우 엉덩이나 다리 쪽에 노란 가루를 묻히고 옵니다. 노란 게 묻어 있지 않으면 농장 내부의 환경이 벌이 살기에 좋지 않다는 것이고, 노란색이 아닌 예를 들어 빨간색 꽃가루를 묻히고 왔다면 농장 내부 환경이 좋지 않아 바깥에서 작업을 하고 왔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벌들을 이렇게 모니터링하면 벌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농장 내부의 습기나 온도 등을 적시에 맞출 수 있습니다.”
병충해나 수정작업 지연 등은 그 결과가 3~4주 지나야 나타난다. 뒤늦게 비싼 비용을 내고 농업 컨설턴트를 고용해 해법을 찾아도 대처가 어렵다. 결국 나빠진 상태를 바로바로 파악하고 적절한 처방을 제시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정확한 데이터를 이용해 고민을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면서 “시설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진정한 빅데이터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