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등기’ 배달하며 위기가구 지킨다

김원진 전국사회부 기자
2022.10.31

이 집에 사는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해보인다. 집 앞에 우편물, 독촉장, 압류 등 우편물이 쌓여 있다. 집 주변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벌레가 보인다. 쓰레기 또는 술병도 많이 보인다. 부재중임에도 불이나 TV가 켜져 있다.

복지등기우편 체크리스트 / 우정사업본부 제공

복지등기우편 체크리스트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체국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운영하는 복지등기우편의 ‘체크리스트’다. 집배원이 직접 위기 의심가구의 안부 등을 체크해 지자체에 전달한다. 집배원이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회송 봉투에 담아 보내면 지자체는 내용을 검토한 뒤 관할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위기가구 지원에 나서는 방식이다.

복지등기 사업은 이처럼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가구에 주기적으로 복지 정보를 담은 등기우편을 집배원이 배달하면서 이뤄진다. 지자체에서 위기 징후가 있는 가구에 매달 1~2회씩 등기 우편물을 발송한다. 집배원은 등기우편물을 배달하면서 해당 가구의 주거환경과 생활실태 등을 파악한다. 복지등기 우편물에는 ‘복지 사업 안내문’이 담겨 있다.

우체국은 위기 대상 가구의 상당수가 실제 거주지와 등록 주소지가 다르다는 점에서 복지등기우편 아이디어를 냈다. 등록 주소지와 다른 곳에 머물고 있으면, 위기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확인이 어렵다. 복지 공무원 또한 한정돼 있어 현장방문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 읍·면·동 공무원 1명당 적게는 65명에서 많게는 260명의 위기가구를 담당한다.

반면 집배원은 집마다 자주 방문할 수 있다. 우체국의 장점이다. 우체국이 집배원을 통해 1차 위기도 조사 역할을 맡는다면, 우체국 공익재단은 등기 비용을 지원한다.

주요 대상가구는 단전·단수나 공과금 체납 등으로 위기상황이 의심되는 가구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나 기초생활수급 탈락·중지 가구, 긴급 복지 신청탈락자 또한 대상 가구에 포함된다.

우체국은 지난 7월 부산 영도구를 시작으로 복지등기 시범사업을 확대했다. 전남 영광군, 서울 종로구·용산구, 강원 삼척시, 충남 아산시도 복지등기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종로구는 광화문우체국 소속 집배원 102명을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했고, 위기가구 발굴 교육도 실시했다. 이달부터는 서울 서대문구도 복지등기우편 시범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오는 10월 27일 서대문우체국 소속 집배원 85명을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한다. 집배원들은 위기가구 발굴 실무 교육을 받는다.

복지등기 사업은 지난 8월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8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복지등기 사업을 확대하면 집배원 충원 등 새로운 과제도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집배원을 복지등기 사업에 투입하면 이들의 업무량 또한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2018년 발표한 ‘집배원 노동조건 실태·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집배원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2017년)이다.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 노동시간보다 693시간 더 많은 수치다.

<김원진 전국사회부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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