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작용, 외부효과 그리고 ‘코즈의 정리’

안치용 ESG연구소장
2022.10.10

‘피나투보 효과’라는 게 있다. 1991년 6월 18일 필리핀에서 피나투보화산이 폭발하면서 100억t의 마그마가 분출했고, 화산재는 아프리카 동부 해안까지 퍼졌다. 당시 화산재가 공중에 머물며 햇빛을 가린 탓에 이듬해 6월까지 지구 기온이 0.5도 떨어졌다. 화산 폭발로 생긴 화산재가 태양광을 일부 차단해 지구가 이처럼 냉각되는 현상을 ‘피나투보 효과’라고 한다.

상류의 피혁공장의 폐수 방류로 인해 하류 어촌과의 분쟁이 발생한 경우, ‘코즈의 정리’로는 되레 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 사진은 1990년대 공장에서 배출한 폐수로 주변 하천이 오염돼 물고기가 폐사한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상류의 피혁공장의 폐수 방류로 인해 하류 어촌과의 분쟁이 발생한 경우, ‘코즈의 정리’로는 되레 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 사진은 1990년대 공장에서 배출한 폐수로 주변 하천이 오염돼 물고기가 폐사한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프랭크 코이치 하버드대학 교수는 ‘피나투보 효과’에서 지구온난화를 완화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인위적으로 ‘피나투보 효과’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코이치 교수팀이 기획한 ‘스코펙스(SCoPEx·Stratospheric Controlled Perturbation Experiment)’는 성층권에 탄산칼슘이나 황산염을 분사해 태양 복사에너지를 반사하는 ‘우주 거울’을 만드는 프로젝트로, 빌 게이츠의 후원을 받았다.

비교적 실행이 간단한 아이디어다. 풍선 형태의 열기구를 지상 약 20㎞ 공중으로 들어 올려 에어로졸 분사로 가로세로 약 1㎞x100m인 기단(氣團)을 만든다. 그렇게 생성된 기단은 태양광의 복사에너지를 반사하는 ‘우주 거울’로 기능하게 된다.

꿀벌 외부효과의 변화

스코펙스 아이디어는 착착 구체화해 지난해 6월 스웨덴 우주국이 운영하는 스웨덴 북쪽 이스레인지 우주센터에서 에어로졸 분사용 기구를 날릴 계획을 잡았다. 그러나 생태학자들, 환경단체, 지역 주민 등의 반대로 시험 비행이 취소됐다. 목표치를 상회하는 수준의 지구냉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전체 지구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과도한 지구냉각 시나리오는 영화 <설국열차>의 소재이기도 하다.

이들이 스코펙스의 실행을 반대한 이유는 한마디로 부작용(副作用)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어떤 일에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뜻하는 가치중립적 표현이었으나, 지금은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영어로 표현하면 원래 ‘부수효과(Side Effect)’란 뜻이었으나 사실상 ‘역효과(Adverse Effect)’라는 뜻으로 쓰인다. 지구의 기상에 인간이 직접 개입하는 이런 유형의 프로젝트가 준비된 이유는 마찬가지로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인간의 무지나 면책의 관점에서 지구온난화를 외부효과로 설명하기도 한다. ‘외부(外部)’는 무엇인가와 무관하다는 인상을 준다. ‘부’는 그래도 작용에 결부된 게 확실하기에 관련있음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부작용은 두루 쓸 수 있는 단어이나 외부효과는 시장과 관련해 사용된다.

경제주체가 본연의 경제활동을 수행한 결과, 또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않은 혜택을 주거나 손해를 입히는 현상이 외부효과다. 이때 혜택과 손해에 대해 대가를 받거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외부효과가 긍정적일 때(혜택)는 외부경제, 외부효과가 부정적일 때(피해)는 외부비경제라고 구분하지만, 외부효과 하면 통상 외부비경제로 읽히는 문맥이 많다. 부작용의 ‘부’를 흔히 원래의 ‘부(副·부수적이다)’가 아닌 ‘부(否·아니다)’로 오해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교과서 등에서 외부경제로 꼽는 대표적 사례가 양봉이다. 양봉의 목적은 꿀벌을 이용해 꿀을 채집하는 것이다. 벌통을 부려놓은 인근 지역의 과수원과 자연상태 초목의 수분에 기여할 의사가 양봉업자에겐 원래 전혀 없었다. 사실 의사가 중요하지는 않다. 꿀벌의 도움으로 과수원에 과일이 열리고 과수원 주인은 과일을 팔아 돈을 벌게 되지만 과수원 주인이 양봉업자에게 가루받이 비용을 내지 않는 게 핵심이다. 외부효과가 일어나지만 ‘부불(不拂)’하는 혜택과 피해의 성격 또한 따라온다. 간단히 시장 내 행위의 결과가 시장 밖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를 시장 밖에서 시장 안으로 가져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매년 2월의 미국 캘리포니아 아몬드농장으로 가면 양봉의 외부경제 내용이 바뀐다. 미국의 대표 농산물인 아몬드의 가루받이를 위해 미국 전역의 양봉업자가 모여들고, 양봉업자는 가루받이를 대가로 아몬드농장에서 돈을 받는다. 가루받이가 본연의 경제행위로 바뀌기에 2월 캘리포니아의 아몬드농장에서 양봉은 더는 외부경제로 여겨지지 않는다. 판매가 일어날 것이기에 실제로 그렇지는 않지만, 이론상 여기선 (양봉이 아니라) 꿀이 외부경제로 보이게 된다.

안타깝게도 외부효과 중에는 외부비경제가 훨씬 많이 눈에 들어온다. 온실가스가 대표적인 외부효과다. 애매하지만 지금은 ‘였다’라고 써야 할 수도 있다. 상품을 만들면서 온실가스를 공짜로 대기에 배출했을 땐 외부비경제지만, 온실가스 가격을 문다면 ‘외부’라는 말을 쓸 수 없게 된다. 산업생산에 따라 기후에 미치는 명확한 부정적 영향으로 정의돼 영향을 상쇄할 만큼 지불하는 비용이 된다. 시장제도 안에서 파악되고 지불하는 부작용의 한 형태라고 해야겠다.

참고로 외부효과와 마찬가지로 부작용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제약업계는 부작용에서 발기부전치료제, 탈모치료제 등을 찾아내 완전 별개의 의약품으로 개발해 판매한다.

‘코즈의 정리’가 궁극의 해법?

시장 입장의 ESG는 외부효과를 찾아내 외부비경제를 제거하며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사회 입장에서 설명하면 모든 경제적·사회적 행위의 부작용을 전 과정에 걸쳐 면밀하게 파악해 ‘역효과’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 된다.

외부효과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자주 거론되는 게 ‘코즈의 정리’다. ‘코즈의 정리’에서는 소유권 또는 재산권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고 소통비용이 적다면 문제가 이해당사자 간에, 혹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본다. ‘코즈의 정리’는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즈(1910~2013)라는 미국인 학자가 제시했다.

복잡한 논의가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코즈의 정리’를 통해서는 외부효과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 소유권과 소통비용이란 전제를 충족하는 일부 상황이 있겠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없고, 설령 전제를 충족해 무언가 결론을 도출했다고 해도 ‘코즈의 정리’는 외부효과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분쟁을 해결할 뿐이다.

‘코즈의 정리’는 외부비경제를 차단하지 못한다. 예컨대 상류에 피혁공장이 있고, 하류에 어촌이 있어 분쟁이 일어났다고 하자. 무두질 과정에 투입한 화공약품으로 어획량이 감소하고 공해병이 발생했다. 이 문제의 해결을 당사자에게 맡겨 놓으면 명확한 재산권(어로권 등)과 낮은 소통비용(어촌이 하나이고 이장이 전권을 행사)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외부비경제를 해소하는 결론을 장담하지 못한다. 예컨대 공해물질을 계속 강에다 배출하면서 대신 어촌을 폐쇄하고 어촌 주민을 공장에 취업시키고, 일부 배상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면 강과 바다의 오염은 더 심해지고 원인 제공자가 책임지지 않음으로써 사회적 비용은 날이 갈수록 더 불어나게 된다.

심각한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것은 분쟁의 해결을 넘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다. 분쟁 해결 후 분쟁 당사자가 공멸을 맞게 된다면 그런 분쟁 해결은 하나 마나 한 해결이다. 외부효과보다 부작용이 지금은 더 바람직한 용어일지도 모르겠다. 시장이 판단의 기준이 되면 시장이 만든 지금의 위기를 결코 넘어서지 못한다. 덧붙여 부작용의 원래 의미는 한동안 잊는 게 좋겠다.

<안치용 ESG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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