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악몽

사진·글 김창길 기자
2022.09.05

[렌즈로 본 세상]끝나지 않은 악몽

형제복지원의 기억을 떠올리기만 하면 연생모씨는 숨이 가빠진다. 책상에 엎드려 숨을 달래 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연씨는 끝내 부축을 받으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8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1975~1987년까지 운영된 형제복지원에서 강제노역과 구타 등의 학대로 657명이 사망했다. 가해자인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등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받는 데 그쳤다. 전두환 정권은 박 원장을 부랑아 퇴치에 공로가 있다며 1981년과 1984년 각각 국민포장과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1987년 형제복지원을 탈출한 사람들이 그곳의 실체를 세상에 알렸다. 국가의 첫 진실규명은 35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연생모씨는 부랑자가 아니었다. 옷차림이 낡았다는 이유로 경찰은 연씨를 형제복지원에 보내버렸다. 4년 동안 구타와 굶주림에 시달렸다. 그가 부랑자가 된 것은 단돈 1만원을 받고 형제복지원에서 퇴소한 이후였다. 몸은 자유를 얻었지만, 정신은 그렇지 못했다. 노숙인 생활을 오래 했던 그는 지금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글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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