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재생에너지, 국가 필수시설로 인식해야”

주영재 기자
2022.08.01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018년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후 약 1℃ 올랐는데, 2100년까지 1.5℃ 이내로 묶어놔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목표치였던 2℃도 양의 되먹임 현상(온실효과가 더 큰 온실효과를 불러오는)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 45% 줄이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밝히고, 2050 넷제로를 선언한 배경이다. 중요한 건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현실은 1.5℃ 대신 2.7℃ 상승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날로 강도가 높아지고 빈번해지는 폭염과 가뭄, 홍수, 산불이 그 징후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이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강연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이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강연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개인의 노력도 소중하지만, 전기를 만들고 쓰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의 대부분은 기업이 한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열쇠를 기업이 쥐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김 전문위원은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강연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보 목표치(전임 정부는 2030년 30% 제시)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면서 “기후위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국가 필수시설로 인식하고, 지금보다 큰 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상기후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과학계는 산업화 이후 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하지 못하면, 피해도 커지지만 자동으로 온도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 우려한다. 지금 우린 2.7℃ 경로로 가고 있다. (지금 태어나는 세대들에게는) ‘올해 여름이 가장 더운 여름일 수 있지만, 생의 전체에서 경험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는.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는 지난해 발표한 ‘기후변화 리스크 진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가뭄으로 식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생태계 다양성 손실과 질병 확산, 식량위기와 사회불안이 겹쳐서 국가 붕괴와 난민 증가, 극단주의 세력의 득세, 무력 분쟁의 증가가 예상된다. 채텀하우스는 이렇게 되면 기업 활동도 제약을 받고, 금융시스템도 붕괴할 것이며 2.7℃로 가면 안정적인 사회, 국가의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10월 기후변화를 인류 최대의 보건위협으로 규정했다. 이런 인식에서 영국 등 유럽에선 2019년부터 멸종 저항 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났다. 연구결과가 정책이 반영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며 올해 과학자 그룹 ‘사이언티스트 리벨리온’은 석유회사 쉘 본사 정문에 검은색 페인트를 뿌리고 석탄, 석유, 천연가스 사업에 투자하는 체이스은행 등 금융기관 정문을 막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기업의 역할은.

“한국은 전기의 55%를 산업부문에서 쓴다. 상업용은 30%, 가정용은 15%에 불과하다. 가정에서 노력해 10%를 줄인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 결국 기업을 바꿔야 하는데, 금융 치료가 불가피하다. 유엔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가격이 2030년 기준 1t당 100달러 정도가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래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인센티브가 생길 것이라는 판단이다. 유럽은 배출권 가격이 이미 권고수준에 도달했다. 유럽이 이 가격을 기준으로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우리도 그 영향을 받게 된다.”

-테슬라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전기차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을 수 없도록 자동차 업계를 흔들어놨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48%가 전기, 열 생산과 교통에서 나오는데 테슬라의 임팩트 보고서를 보면, 이 부분을 사업 영역으로 맡겠다고 밝히고 있다. 태양광 지붕 등 일부 사업에서 목표한 만큼 속도가 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도전해 성과를 내는 기업이 있다는 자체가 고무적이다.”

-유럽은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탄소제로 달성 시점을 2045년으로 앞당기겠다고 공약한 정당이 주축이 되어 정권을 잡았다. 최근 러시아 침공으로 일부 석탄 발전을 재가동했지만 일시적인 조치다. 오히려 재생에너지를 과감하게 확대하기로 했다. 7월 8일 통과된 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을 보면 태양광을 현재의 60GW에서 2030년 215GW로 매년 22GW씩(한국은 2021년 태양광 4.4GW 설치가 최대치) 늘리기로 했다. 육상 풍력을 확대하기 위해 주별로 토지의 2%를 풍력발전 용도로 지정 의무화했다. 일부 언론이 유럽이 화석연료 발전으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태양광과 육상 풍력을 4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덴마크처럼 본질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설치하는 것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소도 포함되지만 수소 역시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다.”

-국내 상황을 평가하면.

“우린 아직도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3% 사용했지만, 탄소배출량은 16% 늘었다. 현대차는 2045년 넷제로를 선언했지만, 최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짓다가 RE100 주관 기구와 청소년 기후행동, 그린피스 등의 항의를 받아 철회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전면적으로 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태양광이 흉물스럽다고 하지만 기후위기 현실을 감안하면 철없는 소리다. 태양광·풍력발전을 반대하면 답이 없다. 원전도 저탄소 전원으로서 의미가 있지만, RE100 대응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에서 재생에너지를 대체할 순 없다. 일본의 동경전력 경영진이 법원 판결로 127조원의 배상을 하게 됐다. 법정에서 인정받은 손실이 그 정도라는 거다. 사고 한방에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는 점에서 민간에서 투자를 받기 어렵다. 원전은 건설 기간도 오래 걸려 실질적인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작다. 발전 용량이 큰 만큼 사고 등으로 가동이 중단되면 전력 생산이 한번에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소니를 비롯한 일본의 92개 주요 기업은 지난해 일본 정부에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50%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확대 조치가 없으면 애플 등 고객사와의 약속을 지키려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의 목표치를 22%에서 38%로 올렸다. 국내 재생에너지의 목표치는 너무 낮고 정책 또한 믿기 어렵다. 우선 태양광을 위한 정치세력 자체가 없다. 미국은 태양광·풍력발전에 20~30% 수준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우리 기업은 그런 요구도 하지 않고 힘들어 못 한다고만 할 뿐이다. 우리가 힘들다고 유럽이 탄소국경세를 면제해주고, 애플이 RE100 이행을 못 해도 공급망에 포함시켜줄까.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 땅이 좁다고 하는데 국토의 약 0.5%가 골프장이라는 통계도 있다. 골프장 토지는 강제 수용도 하는데 태양광은 자기 땅에 설치한다고 해도 이격거리 규제 등으로 발이 묶이기 일쑤다. 태양광은 이제 친환경 발전시설로 한정해 볼 게 아니라 국방시설처럼 사회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시설로 받아들여야 한다. 유엔사무총장도 재생에너지를 사회 필수시설로 인식하고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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