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부산물을 바이오연료로 탈바꿈시키는 이호철 포이엔 대표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리는데 보통 15g의 원두가 사용된다. 커피를 추출한 뒤 원래 무게의 99.8%에 해당하는 14.7g의 찌꺼기가 남는다. 이렇게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원두를 ‘커피박’이라고 부른다. 커피박은 매립 혹은 소각의 과정을 거쳐 폐기된다. 최근에는 커피박이 가공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 대체물이나 고형연료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농업 부산물을 수거해 바이오연료와 소재로 탈바꿈시키는 스타트업 포이엔이 주력하는 사업이다.
포이엔이 커피박과 땅콩껍질을 이용해 만든 숯은 기존 숯과 가격은 비슷하면서도 연소가 더 잘 돼 유해가스가 크게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나무를 때는 저개발 국가의 연료 사용량을 줄이면서 환경과 건강에도 기여하는 제품이다. 자동차에 쓰는 플라스틱 대용물로도 개발된다. 폐기물 업사이클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해 탄소배출권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화석연료 대체재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하는지 정량화하는 방법론도 개발했다. 이호철 포이엔 대표는 지난 7월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강연에서 “향후 온실가스 감축에 뜻을 같이하는 업체들과 함께 아시아 최대 온실가스 감축 이니셔티브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강연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탄소배출권을 인정받는 방법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먼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 우리는 화석연료 대체제를 제공하고, 그 대체제가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이는지를 정량화해 환경부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해 ‘크레딧’이라는 이름의 배출권을 받는다. 제품이 실제 탄소를 얼마나 줄였는지를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의 관행적 생산 공정을 활용했을 때를 뜻하는 ‘베이스라인’ 대비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계산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정량화 솔루션은 우리가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업사이클링 기술과 정량화 기술을 토대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할당대상기업)과 함께 국내외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의 최종 비전은 아시아 최대의 온실가스 감축 이니셔티브로 성장하는 것이다.”
-핵심 가치와 기술은.
“핵심 가치는 자원재활용과 온실가스 감축이다. 핵심 기술은 열분해 기술이다. 비닐봉투나 플라스틱 제품을 열분해해 석유화학 제품의 원재료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하는 건 바이오매스 열분해이다. 커피 찌꺼기의 수분함량은 60~80% 정도인데, 건조 과정을 통해 수분을 10% 정도로 떨어뜨려야 비료나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쓸 수 있다. 산소가 거의 없는 조건에서 300~700도로 열을 가하면 탄소를 고정시킬 수 있다. 그게 바이오차(biochar)다. 바이오차는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고체 물질에 가둔 것으로 비료 등 원하는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포이엔이 만드는 제품은.
“크게 3가지다. 커피박 등으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과 고형연료(숯), 비료다. 바이오플라스틱은 2019년부터 현대차·GS칼텍스 등과 함께 연구개발을 추진해 자동차 대시보드(앞좌석 전면에 있는 부분)와 도어트림(문 안쪽의 플라스틱 부분) 용도로 만들었다. 고형연료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벌였다. 화력발전소에서 석탄과 우드펠릿(목재 찌꺼기를 잘게 부순 뒤 압축해 만든 연료)을 섞어 태우는데 우드펠릿 대신 커피박을 고형연료로 활용하는 연구였다. 이 연구가 미얀마로 넘어가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으로 이어졌다. 크레딧을 인정받으려면 제품별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 방법론이 있어야 하는데 커피박을 이용한 고형연료와 비료의 경우 우리가 자체적으로 방법론을 개발해 환경부의 인증을 받았다.”
-국내외에서 전개하는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는.
“최근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ESG) 경영이 주목받으면서 협업 제안이 늘고 있다. 주로 청정개발체제(CDM)와 배출권거래제 상쇄제도 등 국내외 상쇄제도를 활용 중이다. 국내에서는 커피박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하고, 미얀마에서는 땅콩숯을 활용한 CDM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얀마는 전력보급률이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34% 정도이고, 가스 보급도 원활하지 않아 취사를 위해 숯을 쓴다. 형편이 좋은 양곤 같은 대도시가 그렇고 농촌에선 목재를 그냥 태운다. 이로 인해 산림 벌채와 불완전 연소에 따른 일산화탄소 중독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미얀마는 땅콩 생산량이 세계 5위인데 땅콩껍질을 활용해 숯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20곳에 공장을 건설하는 게 목표인데 지금은 우선 1곳만 완료한 상황이다.”
-미얀마 사업에서 배출권을 받았나.
“CDM 사업으로 개도국은 자국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개발하고, 선진국 기업은 감축 실적 크레딧을 획득해 감축의무대상국에 판매할 수 있다. CDM 사업은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승인권자인데 국제사회가 2021년부터 (개도국에도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지속가능개발체제(SDM)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이전 CDM 사업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 결정을 못 하고 있다. 사실 CDM 사업은 선진국이 인력과 투자비는 최소한으로 들이고 배출권만 많이 확보하려고 하면서 약탈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서 SDM으로 넘어가면서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포함하기로 했다. 공장을 짓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노동자의 복지, 임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 고려하도록 바꿨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기싸움을 하면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합의가 자꾸 미뤄지고 있다. 여기에 미얀마 쿠데타까지 겹치면서 CDM 사업에서 크레딧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린 온실가스 저감 설비를 자체 설계해 제작한다. 크레딧보다는 오히려 이런 설비 판매 수익이 높으리라 기대한다.”
-커피박 확보는 어떻게 하나.
“스타벅스에서 한 달에 100t 정도, 매일유업에서 한 달에 250t 정도를 수거한다. 기존에는 수거해 매립·소각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했는데 이걸 줄이려는 게 우리 사업의 취지다. 바이오플라스틱과 고형연료로 활용한다. 매일유업의 관계사인 폴바셋의 서울지역 매장에 가면 커피박으로 만든 트레이와 타일을 볼 수 있다. 지금은 행정안전부 주관의 지역균형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성동구, 경기도 화성시·안성시 등에서 커피박을 수거하는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최적의 동선을 알고리즘으로 짠 후 전기차로 15곳 정도의 카페를 돌면서 수거해 주유소에 모아놓으면 그때 큰 차로 한 번에 수거하는 방식이다. 물류 체계를 확보하면 커피박을 수거하면서 수익성이 좋은 종이컵과 일회용 플라스틱컵도 함께 가져가거나 반대로 원두를 우리가 배송해줄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물류체계를 오히려 더 중요하게 본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