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대체 소재 만드는 차완영 마린이노베이션 대표
인류가 복합 위기의 시대를 맞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인류를 위협하고 에너지위기, 식량위기, 기후위기라는 또 다른 위험도 기다리고 있다. 인간이 자연을 침범하면서 서식지를 잃은 박쥐가 인간 세상에 섞여들어 팬데믹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듯 위기는 서로 연결돼 있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 홍수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식량위기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적인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 위기는 더 심화됐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은 바다에서 미세하게 조각나 먹이사슬을 거쳐 우리 몸속에 박히고 있다.
작은 문제 하나를 풀려는 노력이 그다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마린이노베이션은 해조류를 이용해 플라스틱 대체 소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바다에서 얻은 소재로 기후위기와 식량문제를 혁신하겠다는 포부가 사명에 담겨 있다. 미역과 우뭇가사리 등 해산물의 버려지는 부산물을 이용해 종이컵과 종이접시 등을 만든다. 플라스틱 필름이 들어가지 않아 재활용이 용이하다. 차완영 마린이노베이션 대표는 지난 6월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강연에서 “20년 전부터 플라스틱을 우리가 먹으면서 서서히 죽어갈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아이 둘을 낳아 기르다 보니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창업의 계기는.
“자녀가 생기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행동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반평생을 살았는데 남은 시간은 다음 세대가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는 데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명(社名)은 직접 정했다. 바다에 있는 깨끗한 소재로 사회 문제를 혁신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는 함께 온다. 마린이노베이션은 이를 해조류로 해결하려 한다. 돈이 아닌 사회적 가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해조류로 양갱도 만드는데 판매 수익의 일부를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소방공무원에게는 직접 양갱을 전달하고 있다.”
-해조류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나.
“모든 플라스틱을 대체할 순 없겠지만 줄일 순 있다고 본다. 친환경 제품을 대량생산해 가격을 낮추면 충분히 대체할 부분이 있다. 유럽과 미국 심지어 중국도 플라스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연히 플라스틱 대체 분야의 사업이 활발해졌다. 우리는 미역과 우뭇가사리, 커피박이나 맥주박 등 버려지는 부산물을 이용해 친환경 펄프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컵과 접시, 계란판을 만든다. 제조할 때 100% 친환경 소재만 써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표백할 때 과산화수소를 쓰는 등 제조과정에서 유해 화학물질을 전혀 쓰지 않는다. 소각을 해도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또 하나의 기준은 폐기 시 100% 완전 생분해돼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친환경이라 하지만 무조건 땅에 묻는다고 분해되는 게 아니고 온도 등 특정 조건을 최적화해야 한다. 우리 제품은 52일 만에 완전히 분해된다. 독일의 인증기관에서도 놀랄 정도다. 친환경 소재가 일부만 들어가거나, 가격이 너무 비쌀 수도 있다. 우린 해초 부산물을 활용해 가격 부담을 낮췄다.”
-종이컵은 물을 담으면 쉽게 형태가 허물어진다.
“그래서 일반 일회용 종이컵 안쪽엔 폴리에틸렌(PE) 코팅이 돼 있다. 우린 종이컵 안쪽에 새우나 게 껍데기로 만든 키토산 코팅을 해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내수성은 물론 내유성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낸다. 화장품 용액을 담을 수도 있다. 해조류의 단섬유를 목재의 장섬유 성분과 결합하면 강도가 더 세진다. 목재 펄프의 틈을 해초 섬유가 막기 때문에 밀도가 높아지고, 물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해조류가 들어가면서 분해도 빨리 된다. 항균 기능이 있어 계란판 등 식품 포장재의 대체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만든 종이컵, 종이접시는 여러 번 쓸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행사에선 보통 한번 쓰고 버린다. 우리는 이걸 재활용해 포장재를 만든다.”
-소재로서의 해조류의 장점은.
“목재보다 해조류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가 50배 이상이다. 목재는 벌목 가능한 상태가 될 때까지 8년이 걸린다. 해조류는 성장 속도가 빨라 60~70일 주기로 수확해 1년에 4~5모작이 가능하다. 자라는 동안엔 탄소를 흡수하고, 자랐을 땐 수확해 식용으로 쓰고, 부산물은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해조류를 목재 대용으로 쓰면 자연스레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가격도 30% 이상 낮고, 분해 기간도 30년 이상인 목재에 비해 90일 이내로 짧다. 식량위기나 질병 대응에도 좋다. 해초의 헴(heme) 분자를 이용해 대체 육류를 개발할 수 있고, 미역의 후코이단이란 성분은 천연 항암제로도 쓴다.”
-해조류로 식품까지 만든 이유는.
“미역의 줄기와 뿌리 등 해초류로 샐러드나 라면에 섞어 먹을 수 있는 ‘하루7초’라는 제품을 만들었다. 해조류의 먹을 수 있는 부위로도 플라스틱 대체재를 만들 수 있지만 식량위기 상황에서 먹을 수 있는 부위는 다 먹는 게 맞다고 생각해 부산물만 활용한다. 바닷가를 오염시킨다는 괭생이모자반도 우리에겐 펄프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정부에서 수거해주면 우리 기술로 펄프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롯데, 현대, 삼성 등 대기업과 협업해 해조류 펄프를 이용한 다이어리, 명함 등을 만들었다.”
-종이컵이 사업성이 있을까.
“시중의 종이컵은 한개에 20원 정도다. 우리가 직접 만들면 50원에 맞출 수 있다. 대량생산 설비가 아직 없어 외주를 맡겨 100원 정도에 판매 중이다. 종이컵 시장은 작지 않다. 국내에서만 연간 2280억원이고, 세계 시장은 6조4000억원 규모다. 종이컵만 잘 만들어도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계란판 시장은 2조6000억원, 포장용기는 4조6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에 단계별로 진입을 할 생각이다. 울산과 광양에 1만평씩 공장 부지를 확보했다. 대량생산이 중요한데 자동화 설비 분야에서 덴마크의 하트만사 제품이 효율이 좋다. 1개 라인에 80억원 정도 한다. 그쪽에서 우리 소재를 테스트하더니 자기네가 직접 설비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유럽 회사 몇곳의 투자를 받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유사한 경쟁사가 있나.
“미국 등에 해조류를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있지만, 부산물을 소재화할 수 있는 기업은 우리가 유일하다. 부산물을 쓰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가격도 낮출 수 있다.”
-향후 개발할 플라스틱 대체재는.
“부산물로 일회용품만 만드는 게 아니라 더 부가가치가 있는 소재를 만들려 한다. 자동차 부품을 만들면 플라스틱과 목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목재를 사용하는 시트나 방열판부터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는 레고사의 장난감에 쓸 플라스틱이나 기저귀 흡수재를 개발 중이다. 대량생산하려면 해조류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해서 동남아 쪽을 눈여겨보고 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