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대체육 만드는 스타트업, 위미트 안현석 대표
가축 중에서 지구 온난화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축종이 소다. 사업성 측면에서도 소고기가 비싸다. 그럼에도 왜 닭고기를 했냐면, 쉽게 접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치킨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라는 상징성도 있다.
한국인은 기념할 만한 날엔 소고기를, 일상의 회포를 풀 땐 흔히 치맥을 찾는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치킨을 제공하기 위해 올해 1분기 기준 8999만마리의 닭(육계)을 사육 중이다. 산란계를 합하면 1억6000만마리가 넘는다. 한우(약 334만), 젖소(약 40만), 돼지(약 1100만)와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숫자다. 생산 속도만 따지면 소와 돼지가 비길 수 없다. 닭의 자연수명은 5~10년이지만, 공장식 농장에서 태어난 육계는 생후 한 달 만에 고기가 된다. 산란계는 최대 2년간 알을 낳다 생을 마친다.
기후위기 경각심이 커지고, 동물권 운동이 확산하면서 대체육 개발이 활발하다. 대부분은 소를 대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백질 100g을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49.89g으로 월등히 높다는 이유(가금류 5.7g)도 있지만, 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고통받는 닭을 위한 대체제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치킨을, 고기 아닌 식물로, 그것도 맛있게 만들 수 있다면 채식에 대한 편견을 떨칠 수도 있지 않을까.
위미트는 이런 생각에서 치킨 대체육을 만든 스타트업이다. 2020년 8월 대체육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5월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대체육 치킨인 ‘위미트 프라이드’를 선보였다. 새송이버섯, 양파 분말과 천연조미 소재만 써서 만들었다. 색깔은 누리끼리하지만 남들 다 쓰는 착색제는 쓰지 않았다. 이상하게 보여도 건강하게 만들자는 철학에서다.
공유주방에서 대표 자신을 포함해 팀원 2명이 밤을 새워 제품을 만들었다. 이젠 투자를 받아 어엿한 공장 생산 체제로 접어들었다. 안현석 대표는 지난 6월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강연에서 채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비(非)채식인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대체육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대체육을 설명한다면.
“고기는 근섬유 다발로 액틴과 미오신으로 이뤄져 있다. 분자적으로 식물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면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존엔 가축을 사육·도축해 육류를 얻었다면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하고, 화학적 방식 등을 활용해 고기의 질감을 살린 것을 대체육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버섯 외에도 병아리콩을 비롯한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고기 조직처럼 치밀하게 만들고 씹는 맛도 비슷하게 구현했다. 기존의 대체육은 콩단백을 쓸 때 결착제를 써 고기 식감을 낸다. 고기 색깔을 내기 위해 유해한 화학물질을 쓰기도 한다. 우린 식물성 원육을 치킨처럼 튀겨낸, 그래서 콜레스테롤이 없고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대체육을 지향한다.”
-대체육 창업에 나선 이유는.
“지속가능하게 사는 것에 대한 나름의 답이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 이익이나 단기적 목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시야를 장기적 관점에 두고 살고 싶다. 전기를 낭비한다 싶으면 전원을 끄고, 휴일에는 쓰레기를 줍는 등 일상의 실천이 있을 텐데 내가 선택한 실천의 하나는 ‘가능한 채식을 하자’다. 채식을 하면 기본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악(惡)영향이 확실히 줄어든다. 많은 연구는 일상의 식습관이 기후위기와 직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개도국의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으로 50년 후 고기 소비는 현재보다 7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지금의 지구 자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인류가 거주 가능한 땅은 지구 육지의 절반 정도다. 그 땅의 77%를 가축 사육에 사용한다. 가축에서 얻는 열량과 단백질은 식물에서 직접 얻는 것보다 상당히 작다. 에너지 비효율적이라는 뜻이다. 먹이사슬의 한단계만 내려와도 10배 향상된 방식으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채식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지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식물성 식단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제는 실천이 어렵다는 점이다. 식당과 술집 메뉴판을 보면 비건이 먹을 수 있는 메뉴라곤 공깃밥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건을 실천하지 못하는 걸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무책임하다.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식물성으로 식단을 전환하면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게 풀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은 좋은 건 알겠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말한다. 내가 접근한 방식은 ‘채식을 즐겁게, 쉽게 만들자’이다.”
-대체육 중 치킨에 주목한 이유는.
“가축 중에서 지구 온난화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축종이 소다. 사업성 측면에서도 소고기가 비싸다. 그럼에도 왜 닭고기를 했냐면, 쉽게 접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치킨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라는 상징성도 있다.”
-기존 대체육의 문제점이라면.
“코로나19로 미국에선 도축장이 문을 닫고, 시장에선 공장에서 만든 대체육밖에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왔다. 그 과정을 거치며 앞으론 대체육이나 실험실에서 고기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키운 배양육이 주류가 되리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비욘드미트, 임파서블 등이 크게 성장했다. 이들은 기존 고기와 똑같은 맛과 식감을 가져야 선택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사람의 미각과 후각은 상당히 예민해 작은 차이도 예민하게 캐치한다. 식물 단백질을 가져와 다른 원료를 붙여 ‘마이크로 뉴트리언트’라고 말하는 세세한 영양성분까지 똑같이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이 만든 대체육을 보면 이산화타이타늄 등 외계어 같은 화학첨가물이 많다. 유해성 논란이 있는 물질도 있다. ‘이런 방향으로 대체육을 만드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화학적 첨가물을 사용하기보다 깔끔하게 이해할 수 있는 원료만 사용해 심플하게 만들자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채식은 건강을 중시한다. 그것에 반하는 제품을 만든다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위미트만의 고유함이 있다면.
“위미트는 오리지널리티에 주목했다. 어설프게 고기를 흉내내는 게 아니라 식물성 고기만의 고유함을 찾아야 한다. 팔라펠(병아리콩을 셀러리, 양파 등과 함께 페이스트 상태로 만든 다음 동그랗게 뭉쳐 튀긴 크로켓)이나 템페(콩을 발효시켜 만든 인도네시아의 전통 음식)는 비채식인도 즐겨먹는다. 채식해야 하기 때문에 먹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맛있고 음식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식물성 고기가 대체육 수요 증가의 큰 부분을 가져오려면 이런 현실적 전략을 택해야 한다.”
-개인의 채식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세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 작은 프로젝트를 몇개 추진했다. 지난해 6월 소비자들이 알맹이 배송(포장지 없이 내용물만 배달하는 방식)을 신청하면 직접 보랭가방에 집어넣고 찾아갔다. 블랙프라이드 데이엔 워낙 싸게 팔아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우린 50% 더 비싸게 팔고, 그 수익금을 나무 심기 사업에 기부했다. 올해 환경의 날엔 아예 영업을 중지했다. 나 혼자 한다고 세상이 바뀔까, 이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뀌든 말든 좋은 거라면 ‘나라도 해야지’라고 생각한다. 생각의 차이가 행동의 차이를 불러온다. 시스템은 결국 개인의 집합체다. 일정 궤도에 오르면 시스템을 바꾸는 운동이 될 수 있다. 내게 채식주의자는 긍정주의자다. 세상이 바뀌든 말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 멋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싶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