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와 전염병 外

김찬호 기자
2022.07.04

의학 발전 속 지워진 목소리

<제국주의와 전염병>

짐 다운스 지음·고현석 옮김·황소자리·2만3000원

[신간]제국주의와 전염병 外

인류를 구원하는 의학의 발전은 제국주의와 연결된다. 18~19세기 제국주의 국가는 전 세계로 의사를 파견했고, 이들이 시시각각 닥치는 의학적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진보가 이뤄졌다. 그렇다면 이 시기 의사들이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고, 예후를 관찰한 대상은 누구였을까?

당대 의학 혁명을 이끈 학자나 이론이 의학사의 중요 페이지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사례연구 현장에 관한 이야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이 책은 바로 그 현장, 의학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기록이나 기억에서 삭제돼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발굴해낸 책이다.

책은 1756년 영국 군인들이 수용인원 초과 상태인 인도의 감옥에서 무더기로 죽어간 이야기로 시작한다. 극도의 갈증과 호흡곤란을 겪던 수감자 146명 중 살아서 석방된 사람은 23명에 불과했다. ‘신선한 공기’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의사들이 주목한 사례가 노예선 브룩스호에서 토머스 트로터 박사가 작성한 보고서였다. 죽어가는 노예들을 관찰하던 트로터는 그들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을 ‘더러운 공기’와 ‘영양 결핍’으로 판단했다. 노예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쐬게 하고, 인근 섬에서 과일을 구해 먹이자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트로터는 이 경험을 살려 괴혈병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트로터의 논문과 저서에서는 ‘아프리카 노예선’ 대신 ‘수많은 사례’나 ‘선박’이라는 용어로 제국주의와 노예무역의 폭력성을 지워버렸다.

역사학자 짐 다운스는 세계 각지의 문서보관소를 뒤져 자료를 모았다. 이를 근거로 18~19세기 제국주의 시대 흑인과 혼혈인, 노예와 식민지 피지배인, 죄수와 군인들이 전염병 연구 및 발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코로나19 시대를 지나고 있는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말을 거는 건축

정태종, 안대환, 엄준식 지음·한겨레출판·2만2000원

[신간]제국주의와 전염병 外

3인의 건축가와 함께 한국 현대 건축 기행을 떠나보자. 서울 북촌마을, 부산 흰여울 전망대에서 제주 돌집까지. 일상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건축가 개개인의 시선으로 낯설게 볼 수 있다. 쉽게 지나쳤던 공간의 재해석이 새로운 감성을 자극한다.

▲더치페이 뉴욕을 사다
조진우 지음·도트북·1만6000원

[신간]제국주의와 전염병 外

강대국의 정치 지형에 따라 탄생한 신생국에 불과했던 네덜란드는 어떻게
선발 국가들을 물리치고 해상무역을 제패했을까. 네덜란드가 해외 무역으로 축적된 자본을 일상의 문화로 변화시키고, 미술 시장까지 부흥시킨 방법을 책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날씨가 바꾼 세계의 역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강희진 옮김·미래의창·1만6000원

[신간]제국주의와 전염병 外

날씨에서 자유로운 역사는 없다. 인간의 자원 남용과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위기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에서 인류사에 기록된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사회 변화를 통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기후변화가 국가의 흥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해보자.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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