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동물에게 다정한 법> 동변(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날·1만3500원
관광지에서 ‘꽃마차’를 끄는 말은 지쳐보인다. 장시간의 노동 탓도 있지만 말이 운행할 때 대소변을 보지 못하도록 일할 때 음식과 물을 아예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말이 아스팔트를 달리려면 충격 흡수를 위한 편자가 꼭 필요한데 이를 붙이지 않거나 교체하지 않는 사업자도 많다. 말은 청각이 예민한 동물이라 마차 스피커의 소음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가 누린 즐거운 시간 이면에 말이 겪는 잔인한 고통이 있다. 이를 깨달은 도시들은 속속 마차 운행을 금지했다. 몬트리올과 시카고가 대표적인 예이다. 시카고시는 금지 이전에도 말을 하루 최대 6시간만 일하게 하고, 매시간 최소 15분 쉬도록 했다. 폭염과 혹한, 교통 혼잡 시간대에 운행을 못 하게 했다. 반면 국내에선 꽃마차를 규제 없이 운행하고 있다. 동물권을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모임인 ‘동변’은 말의 복지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동물권 인식이 사회 전반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동물 학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배가 고파 미끼를 잘 물도록 축제장의 산천어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 한 양식협회는 시위한답시고 살아 있는 방어를 땅바닥에 내리쳐 죽인다.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포하기도 한다. 동변 변호사들은 이 책에서 현행 동물보호법의 문제를 짚고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이들은 “동물과 돈이 만나는 지점에는 늘 학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보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사기관은 동물 학대 사건을 중대 범죄로 다뤄야 한다. 동물 학대가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다정한 세상이 곧 인간에게도 다정한 세상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그랜드스탠딩
저스틴 토시, 브랜던 웜키 지음·김미덕 옮김 오월의봄·1만8500원
소셜미디어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에 분노하고, 경쟁하듯 자신의 도덕적 예민함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같은 사안도 우리 진영의 일이라면 넘어간다. 철학자인 저자들은 문제 해결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도덕적 관종’이 세상을 망친다고 말한다.
▲각별한 당신
김종철 지음·사이드웨이·1만8000원
30여년간 기자로 일한 저자는 2016년부터 6년간 100여명을 인터뷰했다. 그중 가장 깊은 울림을 준 20명과의 만남을 책에 기록했다. 성 정체성을 지키려 군의 차별과 맞서 싸운 고 변희수씨를 비롯해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온몸으로 헤쳐나간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사라진 중성미자를 찾아서
박인규 지음·계단·1만8000원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정체를 알기 어려운 유령 같은 입자, 중성미자를 소개한다. 우연히 찾아낸 중성미자의 흔적이 물리학과 우주론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저자는 중성미자가 암흑물질의 정체를 드러내는 실마리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