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동물들 품은 우표

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2022.04.25

우정사업본부는 오는 5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제15차 세계산림총회를 기념해 우표 64만장을 발행했다. 세계산림총회 기념우표에는 맑고 푸른 산림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이 담겼다. 우표에 그려진 동물은 모두 한국에 서식하거나 보호종으로 분류된 야생동물들이다. 가까운 우체국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우체국(www.epost.go.kr)에 신청하면 구매할 수 있다.

세계산림총회 기념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세계산림총회 기념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6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산림총회는 산림 분야의 가장 큰 국제회의다. ‘숲과 함께 만드는 푸르고 건강한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총회에는 주최를 맡은 한국 산림청을 비롯해 전 세계 산림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산림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유엔총회가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할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총회의 6개 세부주제 가운데 첫 번째가 ‘산림 훼손의 흐름을 바꾸는 노력’이다.

앞서 지난 3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에서 큰불이 났다. 장장 9일에 걸쳐 213시간 넘게 이어진 이번 산불은 198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장기 산불로 기록됐다. 2000년 강원 동해안에서 일어난 산불 지속시간인 191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피해면적은 축구장 2만9304개 넓이로, 서울 면적(6만520㏊)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숲을 푸르게 가꾸는 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핵심 조처 중 하나다. 빌 게이츠가 2015년 청정에너지 연구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한 전문가 그룹 브레이크스루 에너지(Breakthrough Energy)에 따르면, 한해 전 세계에서 약 510억t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이 산림에 의해 흡수되고 저장된다. 그런데 숲은 매년 줄어들기만 한다. 국제식량농업기구가 추산한 결과를 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매년 남한 면적에 해당하는 넓이의 숲이 사라졌다.

산불은 생태계 다양성도 파괴한다. 지난 3월 산불 피해를 본 울진지역 산림에는 멸종위기에 놓인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종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이다. 울진 안일왕산과 불영계곡, 삼척 덕풍계곡 일대엔 산불 이전에 200~400마리의 산양이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통선 인근과 설악산 권역을 제외하면 국내 최대 규모다. 산불이 진화된 후 환경부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긴급히 이 지역에 산양 먹이 200㎏을 공급했다. 다행히 먹이를 놓은 곳 주변에서 산양 발자국이나 배설물이 꾸준히 확인됐다. 불이 꺼진 숲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먹이를 먹는 산양의 모습도 무인 감시카메라에 포착됐다.

도시에 모여 사는 인류도 멸종위기종인 산양이나 우표에 그려진 야생동물들처럼 숲의 건강함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세계산림총회에서는 숲이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어떻게 직결돼 있는지, 인류가 먹는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숲을 밀어내는 일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주요 의제로 다룬다.

<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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