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탄소제로 활동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신학과 3년) ESG연구소 안치용 소장ㆍ이윤진 연구위원
2022.01.24

기후위기 대응은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이런 흐름 속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행동을 준비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신기후체제 출범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미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7%(315백만톤 CO2eq.)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20년 12월에 문재인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으며, 이듬해 환경부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2030년‘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명시한‘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남제주화력발전소. 남제주화력발전소 내에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원료로 쓰는 복합화력발전소가 2020년 11월 들어섰다. / 권도현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남제주화력발전소. 남제주화력발전소 내에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원료로 쓰는 복합화력발전소가 2020년 11월 들어섰다. / 권도현 기자

하지만 이러한 목표와 계획이 과연 실현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리나라는 산업부문 탄소배출 규제에는 대응태세를 취하고 있지만, 비(非)산업부문에 있어 탄소상쇄를 위한 제도 및 여건 등의 감축기반이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회 전체를 포괄하는 탄소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감축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탄소저감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 요소이며 시급한 실천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민간 부문의 적극적 참여, 행동 변화와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탄소저감 활동을 공공근로로 도입하고, 지역화폐처럼 계량화하고 배출권처럼 산정하여 참여소득으로 지급하며, 탄소상쇄시장을 시민사회까지 포괄하여 연결 운영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탄소소득 도입과 확산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참여소득이란 무엇일까

참여소득은 영국의 진보적 경제학자 토니 앳킨슨이 1996년 처음 제시한 소득보장 제도로, 공동체 내에서 사회적 기여 활동을 하는 모든 구성원에게 정부가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모델이다. 참여소득은 사회적 권리의 보장과 함께 사회적 의무와 참여의 의무를 통합적으로 고려한다. 비록 국가 혹은 공동체가 참여소득을 통해 사회적으로 요구된 필요 서비스를 모두 충족시킬 노동(혹은 의무)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조정의 영역을 확장해 달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참여소득은 시민사회 활성화와 사회적 연대를 끌어낼 수 있다. 참여소득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시민의 자율적 선택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국가가 사회적 기여노동의 범위를 상당히 폭넓게 설정하고 어떤 구체적 형태의 노동을 강제하지 않는다. 시민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이 무엇이고, 그것이 자신의 노동력과 결부될 가능성(선호도, 경력개발, 의미부여 등)을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할 수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누군가의 배려와 협력으로 모자란 사람을 채워주는 일련의 일(work) 또는 참여가, 생산하고 보존하고 지속해야 하는 의무라는 윤리적 차원의 개념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일종의 공유지(commons) 개념 아래에서 그것이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한다면 그렇다. 나아가‘모두에게 보편적이며 동시에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이상(理想)이 정치적 수용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 반해, 참여소득은 더욱 빠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수월하게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참여소득과 공공근로

공공근로 사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소득 실직자에게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여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근로의욕을 유지해 재취업을 지원하고자 1998년 5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사업이다. 제도적으로 사회안전망 바깥에 있는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한시적이나마 일자리를 제공해서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사회보장의 보완적 장치이다. 생계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거저 주는 것이 아니라, 아직 근로 능력과 의욕이 있는 사람이니만큼 일하게 하고 노동력의 대가 형태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깨끗한 도시환경 조성사업, DB 구축사업, 시내버스 방역사업 등 지자체 사업을 통해 최근까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근로 중 환경 부문 사업을 대폭 확장하여,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탄소저감 활동과 참여소득을 연결짓는 방안이 가장 손위운 탄소소득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국민 참여 예산제도’를 도입했다.‘시민의 사업제안→각 부처의 적정성 검토→예산국민참여단의 결정’ 과정을 거치는데, 2019년부터는 사회의 난제 중에‘올해의 이슈’를 선정해 토론을 벌이는 과정을 추가해 미세먼지, 취약계층 지원, 자살 등 생활 밀착형 사업을 제안했다. 정부 예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사회문제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영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유용한 제도다. 이 제도를 참여소득과 연계한다면, 선정된 사업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참여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 이 밖에 노동조합, 협동조합 등의 활동은‘시민정치’를 촉진할 수 있으므로 사회참여 소득에 부합한다는 견해가 있다.

‘서울은 감탄해-탄소를 줄여요’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울은감탄해 #탄소를 줄여요 #1일1감탄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들 /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은 감탄해-탄소를 줄여요’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울은감탄해 #탄소를 줄여요 #1일1감탄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들 / 인스타그램 갈무리

■통영 선촌마을, 참여소득 모델의 국내 성공 사례

국내에는 이미 참여소득 모델을 환경 부문에 적용한 성공적인 사례들이 있다. 경상남도 통영시 선촌마을의‘견내랑 해양쓰레기 정화사업’은 참여자가 한 달에 약 10만 원의 참여소득을 벌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사업은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나눔과 꿈’ 사업 공모에 당선돼 5억 원의 예산을 받아 2018~2020년 약 3년에 걸쳐 통영시 용남면 주변 해역에서 벌였다. 어구와 선상 무단투기로 바다를 오염시킨 가해자인 동시에 해양 오염으로 수산물 생산 감소 손해를 입은 피해자인 어민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꾀하자는 취지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환경연합은 핵심 참여자와 주변 참여자를 모집해 해변 및 침적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벌였다. 핵심 참여자는 화삼 어촌계 소속의 선촌마을 어민이고, 주변 참여자는 인근 5개 지역의 어촌계, 마을회, 노인회, 부녀회, 통영지역 고교환경 동아리 등 직접 어업에 종사하거나 어촌에 사는 사람들이다. 사업을 통해 매년 1톤 트럭 300대 분량의 해변 해양쓰레기와 60톤 분량의 침적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정화 활동 시간은 하루 5시간으로 한정하여 노동 강도를 적절히 안배하였으며, 정화 활동을 통해 어민이 얻는 소득은 1년 8개월 동안 주 1회, 1일 5시간 일하여 1인당 200만 원 정도였다.

인상적인 사실은 이 사업을 통해 지역 참여자들의 의식 및 행동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이 마을 주민들이 해양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민들은 조업을 나갔다가 발생한 쓰레기를 대충 바다에 버리곤 했다. 사업 참여 이후, 어민들이 해양쓰레기를 되가져오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으며, 일당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변을 정화하는 주민들이 생겨났다. 나아가, 선촌마을 주민과 어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2012년부터 죄초한 해양보호구역 지정 안건이, 주민 93%의 찬성으로 2020년 2월 14일 통과되었다. 바다를 보호하겠다는 주민의 의식이 크게 고양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가 관리한 해양쓰레기를 어민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관리한 데 이어 어민의 의식 변화까지 이루어 낸 것은 의의가 크다. 선촌마을 해변은 사업 이후 깨끗한 모습으로 변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바뀌었으며, 법정보호종 잘피군락은 2017년 60,0001㎡에서 2019년 100,0001㎡까지 넓어졌다.

이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은 시간당 1만 원을 받는다. 주민들이 돌아가며 일을 하므로 한 사람이 받는 돈은 한 달에 10만원 남짓이다. 정부 사업에 참여해 돈을 받으니 얼핏 정부의 여느 공공일자리 사업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이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요청으로 이뤄졌고, 사업의 내용을 정부가 아니라 주민들이 주도했다. 선촌마을 사례는, 시민들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과 자신의 노동력이 결부될 가능성을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했으며, 공유지에 관한 윤리적 의무로까지 이어진 성공적인 사례다.

■현행 탄소저감 활동의 참여소득화 제도

현재 탄소저감 활동을 소득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탄소포인트제’로, 2009년부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시행 중이다. 전기, 수도, 도시가스 등의 에너지 절감량에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시민참여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이다. 환경부가 탄소포인트제를 총괄하며 각 지자체가 에코마일리지(서울시), 탄소은행(광주시), Carbon Down(과천시), 에버그린 환경인증제(안산시) 등의 이름으로 운영한다. 탄소포인트는 계량기로 산정한 전 분기 대비 절감량을 이산화탄소 감축량으로 환산하여 부여한다. 포인트는 연 2회 현금, 상품권, 교통카드, 쓰레기종량제 봉투, 그린카드 포인트 등으로 지급한다.

탄소포인트제는 인센티브의 규모가 작아 시민 체감효과가 크지 않고, 인식개선 효과가 작으며 생활양식의 변화를 유도하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정부에서 단독으로 운영하는 탄소포인트제는 관리인력 부족, 정부 주도 프로그램 특유의 경직성, 재원 확보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탄소저감 활동의 소득화 제도를 민간 주체와 역할을 분담하며 확대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어놓는다. 현행 탄소포인트제는 가정 또는 빌딩용 계량기를 통한 사용량만을 산정해 포인트를 지급하지만 이외에 개인 단위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실천할 수 있으며 IT기술과 접목하면 얼마든지 이 실천의 계량화 방법론을 찾아낼 수 있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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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탄소저감 활동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현재의 기술력과 스마트폰의 보급률을 감안하면 개인 수준에서 이뤄지는 포괄적이고 다양한 탄소 저감 활동의 측정과 평가가 가능하다. 민관이 협력하여 탄소저감 활동 평가 알고리즘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개인의 탄소저감 활동을 해당 애플리케이션에 통해 파악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활동사진을 애플리케이션에 올려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을 통해 활동을 인증하는 식이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딥러닝을 이용한다면 탄소 저감 활동의 이미지의 식별과 분류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기반의 이미지 분류 플랫폼을 이용한 이미지 분석 및 라벨링 애플리케이션은 이미 다수 개발되어 있다. 사용자가 이미지를 올리면 알고리즘에서 라벨을 할당하고 해당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통계적으로 처리하여 사용자에게 결과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은 단순히 활동을 인증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개인의 에너지 소비 상태를 점검하고 온실가스 저감 활동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통합적인 수단이 되어야 한다.

개인들은 커뮤니티 단위의 자발적 탄소 감축 활동과 지자체ㆍ기업의 탄소저감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개인의 탄소저감 활동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준다면, 더욱 큰 규모의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 및 거점 공간이 자연적으로 구축될 것이며, 탄소저감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이들이 더욱 큰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자발적 성격의 프로젝트는 해외에서 VER(Voluntary Emissions Reductions)이라는 이름으로 활성화됐다. VER은 유엔이 아닌 제3기관의 승인을 얻은 배출가스 감축 프로젝트에서 제공하는 탄소배출권이다. 국가나 정치적 단체가 아닌, 유동적이고 자율적인 지역 단체 또는 비정부기구나 산업 단위 기반의 프로젝트를 통해 승인한다.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 캐슬배리 지역의 ‘GEC Organics’(GECO)라는 신재생 기술 개발 기업에서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메탄 배출 방지 프로젝트 같은 게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GECO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나무 톱밥, 목재 부스러기 등의 폐기물을 매입한다. 폐기물은 유기 퇴비 생산을 위한 원료로 사용돼 지역 수준에서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탄소 감축 효과를 거두었다. 주민들에게 탄소소득이라고 부를 만한 이익이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VER 프로젝트를 인증하기 위한 제3인증기관이 다수 설립되어 있다. 해외 주요 VER 인증기관으로는 VCS(Verified Carbon Standard), the Climate Action Reserve(CAR), the Gold Standard, 그리고 American Carbon Registry(ACR) 등을 들 수 있다. 2003년에 세계자연기금(WWF)과 다양한 비정부기구의 협력으로 설립된 ‘골드 스탠다드’(the Gold Standard)는 세계 80여 개국에서 2000여 개 탄소저감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SustainCERT라는 인증기구를 설립해 다양한 프로젝트의 영향 평가를 이행하고 있다. 이 기구는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해 탄소 배출량 계산 및 인증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같은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프로젝트의 평가를 쉽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프로젝트 참가자는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참여 중인 프로젝트의 진행 상태와 중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골드 스탠다드’는 이처럼 개인이 탄소저감 프로젝트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

안치용 ESG연구소장은 “우리나라에서도,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한 현재의 탄소저감 평가지표를 개인의 탄소저감 활동까지를 범용으로, 또 가시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표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표 개발과 객관성ㆍ정확성ㆍ신뢰성ㆍ투명성을 갖춘 제3인증기관의 설립을 통해 시민 각각의 탄소저감 활동이 탄소 저감에 실제로 얼마나 이바지하는지 정확하게 산정하여 보여줄 수 있다면 탄소저감에 관한 시민의 관심과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나아가 탄소소득 산정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개인의 탄소저감 활동은‘추가성’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추가성은 베이스라인 시나리오, 즉 해당 활동을 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여 탄소저감 활동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가져왔음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지원하는 청정개발체제(CDM)의 평가 기준으로 사용한다. 사업을 시행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물리적(양적)으로 감소하는 사업만 실행을 승인하게 된다. VER에 있어서도, 알고리즘을 통해 추가성이 인증된 활동에 대해서만 얼마만큼의 추가성을 실현했는지에 따라 소득을 산정하여 지급한다.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재원 조달은 어떻게?

개인과 민간단체의 탄소저감 프로젝트에 ‘탄소화폐’를 지급하기 위한 재원으로는 우선 세금을 고려할 수 있다. 환경세, 그중에서도 탄소세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세금의 징수와 환원에 있어 지속발전이 가능한 긍정적 순환을 유도하자는 구상이다. 탄소세란 이산화탄소 저감 대책의 하나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우 연료에 함유된 탄소 함유량에 비례하여 세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즉 탄소세는 일종의 종량세로서 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에너지사용에 따라 불가피하게 늘어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억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목적세이기도 하다.

탄소세는 일부 국가에서 1990년대부터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유럽 16개국이 시행 중이다. 1990년 핀란드와 폴란드가 가장 먼저 탄소세를 도입했으며,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1991년, 덴마크가 1992년에 뒤를 따르면서 노르딕 국가들이 이미 30년 가량 시행 중인 익숙한 조세이다. 과세 명분이 뚜렷하지만,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탄소세 도입을 두고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논란이 적지 않았다. 환경 감수성이 높은 유럽연합(EU)에서도 탄소세의 도입과정에 산업부문의 반대가 매우 컸다.

탄소세 세수의 사용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세수의 사용 용도를 지정해 놓는 것으로 거둬들인 세수를 특별비용으로 전용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 용도를 지정하지 않는 것으로 다른 세수와 함께 징수하여 총괄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전자와 같이 탄소세를 특별예산으로 편성하여 탄소저감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한다면, 환경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조세 징수의 저항을 줄일 수 있다. 관련한 긍정적 사례로는 스위스가 있다. 스위스는 탄소세수의 2/3 정도를 전 국민에게 동일한 액수로 환급하고, 나머지 1/3 정도는 건물과 주택의 에너지 절감 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지원에 쓴다.

세금 외에 탄소화폐 지급의 다른 재원으로는, 민간과 공공의 탄소상쇄시장(Carbon Offset Market)을 결합하여 민간 주도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된 자발적 배출권인 VER과 공식적인 탄소배출권의 거래 혹은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하는 한국형 자발적 배출권 시장인 K-VER 시장과 탄소배출권 시장 간에는 큰 격차가 있고 연계가 없으며 두 시장 모두 활성화하지 못한 실정이다. 두 시장을 연결하고 결합하여 VER을 공공의 탄소배출권과 어떤 형태로든 교환이 이루어지게 만든다면 시민에게 전혀 새로운 형태의 참여소득인 탄소소득을 제공하고, 탄소상쇄시장을 활성화하면서 탄소저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매킨지는 이에 따라 민간단체 주도의 온실가스 삭감 사업을 통한 VER을 일반 기업이나 단체에 판매할 수 있게 하면, 기업이나 단체는 구매한 VER을 자사의 사회책임 이행의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고,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환경친화 경영에 발맞추며, 규정된 삭감의무를 VER이란 배출권을 활용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안치용 소장은 “공공과 민간의 탄소상쇄시장 연결을 통해 민간 프로젝트 혹은 개인 참여에서 발생한 VER을 감축의무가 필요한 기업이 의무이행용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시장의 실패를 시민참여로 해소하면서 동시에 그동안 부당하게 기업의 외부효과 비용을 지불한 시민들은 이를 기업들이 물게 하면서 탄소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탄소소득 제도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시민 개인, 민간단체나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탄소저감 프로젝트가 참여소득 혹은 탄소화폐 형태로 소득화한다면 우리는 한 단계 진전된 사회로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무엇보다 비(非)시장 활동의 계량화 및 가치평가, 사회시스템상의 지속가능성 고려를 통해 국가의 전반적인 후생 수준을 증대할 수 있다. 또한 환경훼손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선형경제에서, 폐기물 등의 재자원화를 통해 경제순환의 흐름 내에서 물질자원 가치를 최대로 유지하는 순환경제의 구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탄소소득 지급은 국민들 사이에서 환경위기의 문제의식과 공감대를 폭발적으로 확대하고 환경정보와 지식을 자발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하며 환경의식과 태도를 동시에 높임으로써 둘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선한 행동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한,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공동기획 주간경향, ESG연구소, (사)ESG코리아, 감신대 생명과평화연구소>
<청년ESG프로젝트팀 이찬희(연세대 언더우드학부 경제학과 2년)ㆍ현예린(연세대 지속개발협력학과 4년)ㆍ현경주(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ㆍ노희원(연세대 신학과 3년) ESG연구소 안치용 소장ㆍ이윤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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