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막는 ‘코고리’? 그후 1년

정용인 기자
2022.01.10

“개발한 지 15년 됐다고 하더군요. 정신적으로 조금 이상한 분인 것 같아요. 코로나19 같은 거 무조건 나으니 마스크 쓰지 말라고…. 왜? 자신이 만든 코고리면 다 된다는 거야.”

유튜브 천하종합TV 캡처

유튜브 천하종합TV 캡처

지난해 12월 29일 통화한 ‘올해를 빛낸 인물 대상 선정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코고리 마스크. 이 코너에서 지난해 연초에 다뤘던 ‘신개념 마스크’다. 마스크라고 하기는 뭐한 게 코에 끼는 장치다. 발명자 한기언씨(68)는 ‘방사선 음이온’이 나와 사방 15㎝를 막아주기 때문에 코로나19 예방효과가 있는 ‘안 보이는 마스크’라고 주장했다.

그후 어떻게 됐을까. 지난해 연초 기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특허청이 단속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당시 식약처는 “선전하는 원적외선 방출과 같은 기능은 없었고, 코골이 방지용으로 물리적 비강 확장 목적만 신고했기 때문에 단속·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가 해당 회사 대표를 검찰에 직접 고발해 약식기소에서 유죄가 나왔고, 한씨는 벌금 300만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과태료 500만원을 못 내겠다고 정식재판을 청구해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1심 판결이 올해 2월에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나 재판이 진행되는 올해 내내 한씨의 거짓말과 사기행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기자가 받은 제보다. 제보자는 증거로 한씨가 12월 24일에 열린 ‘제21회 올해를 빛낸 인물 대상 시상식’이라는 행사에서 ‘코로나19 방역·보건위생 대상’을 수상했다는 기사와 관련 소식을 담은 한씨 블로그 링크를 보냈다. 이미 식약처가 코로나19 방역과 아무런 상관 없다며 직접 고발 조치까지 한 회사와 대표가 관련 상까지 수상했다니?

앞서 기자가 접촉한 ‘올해를 빛낸 인물 대상 선정위원회’ 인사는 “수상을 취소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 인사는 한 인터넷언론사 대표다. “코고리라는 제품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행사가 끝난 다음에 알았어요. 아시다시피 시상식이라는 것이 만만치 않아요. 지역에서 추천이 와서 선정했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광고 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저 대상이라는 건 일종의 광고비 차원으로 준 상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행사도 오랜만에 했는데 그것도 적자예요, 적자. 연예인 섭외는 공짜로 되는 겁니까. 장소 대여도 그렇고….”

한씨의 말을 들을 차례다. 근 1년 만의 통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예방을 못 하잖아요. 지난 27년간 모든 바이러스를 예방해온 제품인데, 전 세계가 못 하고 국가가 못 한 일을 혼자 해준다고 해도 말을 안 듣습니다.” 여전히 자신의 제품이 코로나19 예방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지난달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에서 코고리를 실험해 항바이러스 효과 성적서를 받았으며 그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에 베트남에 1000만개 계약 상담을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연구소 측은 12월 30일 통화에서 “회사 측에서 자의적으로 자기네 입맛에 맞게 과장해서 홍보에 사용해 연구소 이름을 사용하지 말도록 구두로 이야기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씨 블로그를 보면 코고리 또는 코바기에 이어 코비치라는 신제품도 출시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코비치는 코뚜레같이 생긴 종전 제품의 연결부문에서 빛이 나와 병원균을 없애준다고 하는데, 이 빛의 제원이 뭔지는 선전물에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한씨 주장은 일말의 사실이라도 담고 있을까. 아니다. 사기다. 코고리에서 코비치로 사기수법은 진화하고 있다. 사기에 이용당하는 행사나 대학기관의 대응도 그렇지만, 그저 재판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당국의 대처도 이게 뭐하자는 것인지 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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