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우정 시대 열렸다

2009.07.14

우정사업본부 남궁 민 본부장(오른쪽)이 녹색우정 선언문을 지식경제부 임채민 차관에게 전달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남궁 민 본부장(오른쪽)이 녹색우정 선언문을 지식경제부 임채민 차관에게 전달하고 있다.

7월 1일은 우정사업본부 출범일이다. 2000년 정보통신부 우정국에서 사업본부 형태로 분리돼 나왔으니 올해로 꼭 9년째다. 한국 우정이 시작된 날이 정보통신의 날(4월 22일)이라고 할 때 이날은 우정사업본부 제2의 생일쯤 되는 셈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이날 생일상을 따로 차리지는 않아도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날의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왔다.

올해 출범일을 맞아 우정사업본부는 역사에 남을 중요한 선언을 했다. 우정사업 경영을 저탄소 녹색성장 코드에 맞춰 일대 전환한다는 내용의 ‘녹색우정’ 전략을 선포한 것이다. ‘그린포스트2020’이라 이름붙인 실천목표도 세웠다. 우정사업 과정에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08년 대비 20% 감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이번 선언은 국내 공공기관 중 처음이다. 국가 차원의 감축목표가 설정되기 전에 자발적·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정은 지구환경을 해치는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여느 산업 못지않게 책임이 있다. 우체국이라는 건물을 운영하는데다 우편배달이라는 수송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6%는 수송 부문에서 나온다. 만국우편연합(UPU) 자료에 따르면 지구촌을 오가는 우편물은 연간 4300억 통. 이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오토바이 25만 대, 자동차 및 트럭 60만 대, 비행기 수백 대를 쉴새없이 운행한다. 그때마다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선언을 준비하면서 2008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자체적으로 계산해봤다. 그랬더니 대략 14만t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전기와 연료, 기름 등 에너지 사용량을 탄소 배출 공식에 대입시켜 뽑은 수치다. 정확한 측정치는 나중에 시스템을 구축해봐야 나오겠지만 어림잡아서 2020년까지 에너지 사용 비용만 662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벤트성으로 모여서 선서하고 사진 찍는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치밀한 작전과 지속적인 실천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우정사업본부의 ‘그린포스트2020’ 전략은 구성원의 마음가짐을 다지는 녹색우정선언부터 기름 소비를 줄이는 녹색운전문화 확산운동까지 16개 과제로 짜여 있다. 우체국사 신축 및 개축 때 친환경 건축물 우수등급 인증을 받도록 한다는 녹색우체국 전략이 우선 눈에 띈다. 우체국 내 백열등은 올해 말까지 몽땅 LED로 바꾸고 신·개축 우체국사의 조명등은 30% 이상 LED로 설치해 에너지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녹색운송 계획도 야심차다. 현재 우편업무용 차량(3741대)의 29%인 친환경차량을 2012년까지 50% 이상, 2020까지는 100% 바꿔간다는 계획이다. 그때가 되면 우편차량은 경차 아니면 하이브리드카 둘 중 하나라는 뜻이다.

녹색운전은 우정사업자가 아닌 누구에게라도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경제속도를 준수하고 출발을 천천히 하며 공회전을 하지 않는 것, 트렁크를 비우고 내리막길 운전 때 가속페달을 밟지 않는 등 10계명만 실천해도 차량 1대당 연 70만 원어치의 기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밖에 현재 비닐로 제작되는 EMS(국제특송) 포장테이프를 친환경 종이재질로 바꾸고 e포스트 내 우체국 장터에 녹색구매 코너를 확대해 친환경 상품판매업체들의 입점을 유도하는 등 녹색우정 서비스도 계획돼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녹색우정 선포는 국내에선 돋보이지만 세계 무대에선 사실 선도적이라 할 수 없다. 프랑스·네덜란드·스위스 등 43개 유럽국가 모임인 포스트유럽은 향후 5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10% 감축하는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이미 시행하고 있다. 핀란드 우정 이텔라는 손 편지 한 통 보내는 데 평균 36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계산치를 내놓는 등 저탄소 흐름에 앞서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제 우리 우정사업본부도 그 선진 대열에 뛰어든 것이다.

이종탁<출판국 기획위원> jt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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