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시공간 기술을 재발견하다

최영일 시사평론가
2021.12.27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이 얼마나 식상한 표현인가. 하지만 하루, 한주, 한달, 한해라는 시간의 주기를 오랜 기간 활용해온 인류문명 속에서 우리는 한해의 주기가 끝나갈 때 식상해도 이렇게 쓰고, 또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 한해를 결산하는 시점에는 일몰의 석양을 바라보며 회한에 젖듯 자신과 공동체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갖는다.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메타 플랫폼(옛 페이스북)이 12월 9일(현지시간) 가상현실(VR) 세계를 개설했다. / 메타 제공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메타 플랫폼(옛 페이스북)이 12월 9일(현지시간) 가상현실(VR) 세계를 개설했다. / 메타 제공

지난해 최고의 과학기술을 꼽으라면 단연 코로나19에 맞서 싸울 무기인 백신 개발이다. 올해 본격적으로 이 백신을 활용하고 있지만, 전쟁이 끝날만 하면 바이러스는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님을 보여준다. 불이 났는데 불길을 잡았나 하면 잔불이 살아나고, 다시 화마와 싸우는 화재 진압 과정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우리는, 지구촌 인류 전체는 바이러스 대전쟁의 위험과 피로에 지쳐가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최고의 과학기술은 무엇일까. 시사주간지 ‘타임’의 권위를 빌려 단서를 추적해보자.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다. 그는 올해 버진 갤럭틱, 블루오리진과 함께 민간 우주개척의 역사를 썼다. 게다가 경쟁사보다 우월한 기술을 선보였다. 선정될 만하다. 그렇다면 올해의 과학기술은 우주항공 관련일까.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다른 쪽을 보고 싶다. 올해 초 일론 머스크는 연일 코인을 언급하며 암호화폐 가격을 폭등시키는 데 일조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말할 것도 없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도지코인까지 전 세계가 주목하게 했다. 그렇다면 올해의 기술은 암호화폐인가. 아니다. 3~4년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시장도 거대하게 형성됐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하지만 인도 모디 총리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하겠다는 트위터 발표가 해킹에 의한 가짜 발언으로 확인되고, 중국은 중앙은행이 직접 암호화폐를 발행해 관리하겠다는 전략을 내거는 등 저항이 많아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다만 투자자산으로의 위치와 가치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를 따라 어떤 첨단기술 트렌드를 잡아보자는 것이냐, 슬슬 짜증이 날 것이다. 이제 다 왔다. 연초 머스크가 코인을 띄워주는 발언을 했던 ‘곳’을 기억하는가? 바로 ‘클럽하우스’라는 보이스 채팅 앱, 혹은 새로 등장한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이다. 글로벌 셀럽을 우연히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느니, 초대장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다느니 하며 국내에도 붐이 일었지만 말 많은 기성세대 꼰대들의 놀이터라며 곧 관심 밖이 된 그곳 말이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비대면으로 사회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새로운 시공간이 됐다.

메타버스가 올해의 기술이 될 만한 결정타는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제공했다. 창업 때부터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대명사처럼 써왔던 ‘페이스북’, 미국 주가를 이끄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제일 앞에 있는 페이스북이 브랜드를 ‘메타’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미 20여년 전 ‘사이버 스페이스’로 등장한 디지털 네트워크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의 명멸 뒤에 메타버스로 급부상한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물리적 시공간의 분리 속에서도 공존하고자 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문제해결 과정이 아닌가 싶어 아련한 마음이 든다.

<최영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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