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똥, 중국인 학자를 기절시키다?

정용인 기자
2021.12.27

“이젠 똥으로도 전 세계가 뒤집어짐.” 12월 12일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라온 ‘갈 데까지 가버린 국뽕튜브 근황…jpg’라는 사진에 달린 코멘트다. 사진은 한 유튜브채널 영상 섬네일 이미지다. 흰 가운을 입은 학자가 뭔가를 들고 살펴보고 있는 사진엔 이런 캡션이 달려 있다. “50년 동안 중국인 똥만 연구하던 중국 과학자가 태어나 처음으로 한국인 똥을 분석해보더니…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기절한 이유/ ‘왜 한국인 똥에는 oo가 없지?’”(실제 발언)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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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긴 하다. 저 oo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회충, 요충 같은 것이 답이라면 ‘가’라는 주격조사가 붙을 수 없다. 기생충이라면 세글자이고.

실제 영상을 찾아봤다. 48만여 구독자를 보유한 퍼플튜브라는 유튜브 채널이 12월 5일 게시한 영상이다. 영상을 재생하면 “우리나라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제국주의 일본에 짓밟혀 이 땅의 모든 자원을 빼앗겼고, 1950년부터 약 3년간 북한 김일성의 불법남침으로…”와 같은 근현대사에 대한 장광설로 시작한다. 반면 중국은 경제적으로 잘살게 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중국을 존경하고 닮고 싶다는 나라는 없는데, 그건 국민성 때문이라는 것이 영상의 주장이다.

영상은 그 근거로 아직도 아이들이 거리나 지하철에서 똥을 누며, 중국인 관광객을 받는 나라에서도 거리에서 용변 금지 등을 내거는 등 중국사람들의 불결한 위생 상태와 관념을 들고 있다. 물론 화장실문화가 정착된 것은 서구에서도 근대에 이르러서이며…. 잠깐, 애초 스크린숏에서 언급한 ‘50년 동안 중국인 똥만 연구하다 한국인 똥을 보고 기절한 중국학자’ 이야기가 나와야 할 타이밍인데?

총 12분 46초 분량의 영상이다. 후반부는 그에 비해 한국의 위생 상황은 기생충박멸협회의 활약으로 1970년대 80%에 달하던 기생충 감염률이 1997년에 이르면 2%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들었고, 또 한국의 공중보건은 세계 최고수준이며 이를 전수하기 위해 세계화장실협회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인천공항 화장실에서부터 ‘이곳이 한국이구나’라고 느끼게 될 것이며,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를 넘어 그것을 관광적 요소로 특화한 것이 대한민국이라는 주장으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결국 ‘왜 한국인 똥에는 oo가 없지?’라며 기절한 중국인 학자는 온데간데없다.

실제 저런 학자가 있기는 할까. 영상에서 언급한 세계화장실협회 등의 단서로 검색해봐도 중국 참가자를 포함한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는 소식 이외에 딱히 잡히는 결과가 없다. 영상 제작자가 섬네일 사진에서 ‘실제로 한 말’이라고 한 걸 보면 뭔가 있을 수도 있는데. 볼일을 보고 뒤를 덜 닦은 것처럼 찝찝한 마음만 남는다(채널에 공개된 e메일로 문의해도 12월 16일 현재 답이 돌아오진 않고 있다. 생각해보면 애초 영상의 더빙도 실제 목소리가 아닌 TTS 합성 음성이다).

비판을 의식한 듯 이 채널 운영자는 “국뽕을 싫어하는 분들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이 영상이 그저 ‘똥까지 빠는 영상’이라고 단순하게 해석하는 분들도 있어 안타깝다”라며 “똥은 내용전개를 위한 매개체에 불과하다. 결국엔 한국이 국민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어떻게 기생충을 박멸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고정 댓글로 주장했다. 댓글 중에도 “그런데 그 한국인 똥을 보고 기절한 중국인 학자는 어디로 갔나”라는 질문이 나오지만 이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물론 과거보다 높아진 국격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과 문화를 깎아내린다고 국격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인정해야 비로소 국격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누군가에게는 잘 팔리니 만든 영상이겠지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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