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만큼은 윤성빈보다 잘한다.”
스켈레톤 국가대표 출신인 김준현 평창기념재단 코치가 JTBC <뭉쳐야 찬다 2> 오디션에서 했던 말이다. 그는 2017년과 2017년 IBSF 북아메리카컵 남자 스켈레톤 종합 2위를 했던 기대주였다.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은퇴했지만 코치로, 해설위원으로, 스포츠 행정가로 제2의 뜨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 스켈레톤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방송활동을 한다는 김 코치를 최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봅슬레이 스타트 경기장에서 만났다.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도 스켈레톤은 낯설다. 스켈레톤을 설명한다면.
“스켈레톤은 머리를 앞으로 둔 상태로 썰매에 엎드려, 트랙 위에서부터 내려가는 기록경기다. 스켈레톤 최고시속이 150㎞인데 브레이크가 없다 보니 스릴을 느끼기엔 최고의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브레이크가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피니시 라인에 도착했을 때 어떻게 멈추나.
“트랙 피니시 라인에 도착하면 트랙이 오르막길로 돼 있어 자동적으로 브레이크가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를 올라가다 보면 완전 제동이 되도록 계산해 트랙이 설치돼 있다.”
-스켈레톤 외에도 썰매 종목이 여럿 있지 않나.
“스켈레톤, 봅슬레이, 루지 이 세가지가 슬라이딩 종목이다. 이들의 차이점은 봅슬레이의 경우 차에 탄 상태로 진행하며, 루지는 머리를 뒤로 젖혀 누워 진행하는 스포츠다.”
-스켈레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실 고등학교 때 영화 <국가대표>를 굉장히 감명 깊게 보고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자연스럽게 한국체육대학교 입시를 준비했고, 이후 썰매팀이 신설되며 선수 선발전이 진행됐다. 그렇게 창단 멤버가 돼 운동선수의 꿈을 이뤘다.”
-스켈레톤에 가장 필요한 훈련은 무엇인가.
“스타트가 굉장히 중요하다. 스타트에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실제 육상선수처럼 뛰고 훈련한다. 그리고 30~50m 되는 짧은 거리를 뛰지만, 썰매의 무게만 40~50kg이기 때문에 그 무게를 밀려면 충분한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체력훈련 특히 근력운동을 많이 한다.”
-훈련 전, 골반을 풀기 위해 셔틀콕 리프팅(셔틀콕을 발로 차서 위로 올리는 것)을 했다는데, 스켈레톤에서 골반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골반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켈레톤의 경우 스타트할 때 고개를 숙이고 썰매를 밀며 뛰기 때문에 골반의 가동성이 좋아야 힘을 주며 뛸 수 있다.”
-스켈레톤 최고시속이 150㎞라고 하던데 속도차는 어떻게 나는 건가.
“선수의 센스와 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코너에 들어갔을 때 몸에 너무 힘을 주면 오히려 브레이크 역할을 해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선수마다 시속이 최대 20㎞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코너링을 하면 겁나지 않나.
“처음에 굉장히 재미있었다.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다(웃음).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 입은 덜덜 떨고 있는데 계속 타고 싶었다. 약간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고 해야 하나. 그런 기분이 들어 이 종목에 더욱 빠져들지 않았나 싶다.”
-빠른 속도로 트랙을 타다 보면 사고가 자주 날 것 같은데, 실제로 아찔했던 적이 있는지.
“캐나다 밴쿠버 휘슬러에서 경기 전 훈련을 하는 도중 갈비뼈에 금이 간 적이 있다. 그 일로 한달 정도 훈련을 못 했다. 경기에서 얼음에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 증상이 오거나 기절하는 선수들도 봤다.”
-부상을 겪고 나면 두려움 또는 공포감이 생길 것 같은데.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극복했다. 쉴 때도 썰매에 누워 하루에도 백번씩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심지어는 썰매가 침대라 생각하고 누워 잔 적도 있다(웃음). 그만큼 썰매를 편하게 생각해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같다.”
-동계스포츠, 특히 스켈레톤, 봅슬레이와 같은 종목의 경우 훈련 시설이 열악하다고 들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제대로 된 경기장이 갖춰졌는데, 이전에는 어떻게 훈련했나.
“전용 경기장이 생기기 전엔 1년에 7개월은 해외에 나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경기장을 돌며 훈련을 했다. 당시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다. 지금은 한국에 경기장이 생기니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
-90일 앞으로 다가온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국민이 주목할 만한 선수가 있다면.
“굉장히 많다(웃음). 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 모두 월드 랭킹 톱에 속해 있다. 남자 국가대표팀의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선수와 6위를 기록한 김지수 선수 그리고 새로운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 정승기 선수가 있다. 여자 국가대표팀은 이정혁 선수, 김은지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모든 선수가 톱랭커이기 때문에 베이징 경기장 트랙에 빨리 적응만 한다면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스포츠 행정가가 오랜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도 선수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선수와 지도자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처음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ISF)에서 인턴을 할 때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분을 보며 많이 배웠고 유 위원을 도우며 동계스포츠의 발전에 힘을 쓰고 싶다.”
-ISF 인턴 근무 당시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했나.
“유 위원을 따라다니며 색다른 경험을 하는 등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일정은 하루 안에 약 1100㎞를 이동한 날이다. 유 위원이 새벽에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한 후 부산에서 국제탁구선수권대회 관련 면담을 하고 춘천으로 이동해 평창기념재단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녁에는 다시 서울로 돌아와 사무실에서 국제연맹, IOC 등 국제회의 등에 참석했다. 몸이 3개라도 모자랄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한국과 스포츠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런 부분이 스포츠 행정가를 더 꿈꾸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비인기 종목들은 올림픽, 국제대회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잠깐 인기를 얻었다가 다시 관심이 식는다.
“올림픽 직후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우리 종목이 뜨는구나’라고 생각을 하는데, 다시 인기가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많이 아쉽지만,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꿈나무 선발전 등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기 위해 직접 지역에 찾아가 선발전을 개최하고 강습회도 연다. 2024년 유스올림픽이 곧 열리기 때문에 청소년 선수들을 선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평창기념재단에서 코치로 활동 중이다. 이곳은 어떤 곳인가.
“평창기념재단은 ‘평창올림픽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동계스포츠의 저변확대를 위해 힘써 보자’라는 의미에서 설립된 재단이다. 우리나라에 썰매 종목 경기장이 생겼으니, 동남아시아 등 눈이 없는 나라에서 훈련해야 하는 동계스포츠 종목의 선수들도 경기장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나는 현재 봅슬레이, 스켈레톤 외국인 선수들을 육성 중이다.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온 14명의 선수와 함께하고 있다.”
-코치로서 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사이일 것 같다. 꿈을 위해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훈련하는 선수들이 아직 경력이 많이 없기 때문에 욕심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며 건강을 챙기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 종목에서는 욕심을 부리다가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수들이 안전하게 썰매를 탔으면 좋겠다.”
-스포츠 예능 JTBC <뭉쳐야 찬다 2>에 함께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됐나.
“지난해 평창기념재단에서 행정 일을 하며 유승민 위원이랑 <뭉쳐야 찬다>의 상대팀으로 출연해 2골을 넣어 2:0으로 이긴 경험이 있다. 그때 방송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뭉쳐야 찬다 2> 오디션 당시 전화로 제의를 해왔다. 감사한 마음에 오디션에 참가했다. 다시 나를 통해 스켈레톤 종목이 재조명받을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다 생각했고, 축구는 또 자신이 있었다(웃음).”
-차기 스포테이너로서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현재 출연하고 있는 <뭉쳐야 찬다 2>를 통해 동계스포츠 종목 중 스켈레톤처럼 소외된 종목들이 관심을 받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프로그램을 봐주시는 분들의 마음에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로 남아 있었으면 한다.”
-앞으로의 단기적·장기적 목표는 무엇인가.
“예전에는 꿈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하루에 열심히 집중해 살자는 것이 목표다. 선수생활 중 올림픽 출전 기회를 놓쳐봤으며 많은 실패와 도전을 해왔다. 현재 최선을 다한다면, 미래에는 한국 스포츠를 위해 힘을 쏟고 저변확대를 하는 그런 스포츠 행정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글·진행 김재현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 사진·동영상 청년서포터스 ‘젊은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