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델리의 맑은 하늘을 보는 날까지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2021.11.29

초겨울로 접어든 인도 델리는 늘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이동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잠시 맑은 하늘을 보는가 싶었지만, 올해에는 어김없이 뿌연 하늘이 델리 하늘을 뒤덮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7일 기준으로 5일째 대기질 지수(AQI)가 500으로 ‘매우 나쁨’ 수준을 나타내자 델리 정부는 모든 학교에 임시 휴교령을 내리고 5개의 석탄화력발전소에 임시 가동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또한 공무원 절반 이상에 재택근무 조치를 내리고 델리 시내에서도 카풀을 권장하면서 대기오염 수치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유독 겨울이 되면 대기오염이 심화되는 걸까요? 델리 인근에는 인도의 최대 농업지역으로 꼽히는 하리야나(Haryyana)와 뻔잡(Punjab) 지역이 인접해 있는데 겨울이 다가오면 병해충을 없애는 등의 목적으로 논·밭을 태우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또한, 인근 산업지대에서 방출하는 오염물질이 겨울이면 낮은 기온과 대기 움직임의 둔화로 빠져나가지 못해 델리 전체를 뒤덮기 때문입니다.

인도 뉴델리 대기 상태 / 아웃룩 인터넷신문

인도 뉴델리 대기 상태 / 아웃룩 인터넷신문

석탄 파동과 COP26 합의 사항들

최근 우리나라에서 요소수 파동이 일어난 원인은 중국의 석탄 부족으로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 생산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석탄 부족은 인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석탄 생산국이지만 낮은 품질 때문에 철강산업용 점결탄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입 비중이 전체 수요의 약 30% 정도입니다.

인도 석탄수요의 70%는 전력부문인데, 화력발전소 발전량을 늘려가고 있음에도 국영 인도석탄회사는 지난 10월 재고량이 4일에도 못 미쳐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석탄 공급 위기를 겪으면서 인도 정부는 국영석탄회사가 보유한 광산 중 오디샤 광산 1곳의 석탄 채굴량을 연 1000만t까지 늘리고 내년부터는 최대 2000만t까지 증가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석탄발전소의 발전용량 역시 현재의 208기가와트(GW)에서 2030년까지 267GW로 늘릴 예정으로 알려지며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인도 전력부문에서 석탄화력발전이 2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인력거와 전기릭샤만 허용된 찬드니 초크 / 한유진 제공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인력거와 전기릭샤만 허용된 찬드니 초크 / 한유진 제공

석탄의존도가 높은 인도가 이번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석탄발전을 ‘단계적 폐지’가 아닌 ‘단계적 감축’으로 축소 합의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인도는 이번 COP26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비화석연료를 통한 발전용량의 절반인 500GW를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인도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능력이 100GW임을 감안하면, 2030년까지 400GW를 추가해야 하며 매년 약 40GW씩 증산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2020년 12GW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 매년 8GW씩 증산해오고 있는 인도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목표량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릴라이언스(Reliance)와 아다니(Adani) 같은 대기업이 태양광 발전사업과 에너지 저장 사업의 확장을 발표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목표량 달성이 아주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

지난 2~3년 동안 델리 정부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나름 노력해왔습니다. 서민의 최대 교통수단인 오토릭샤를 기존의 압축천연가스(CNG)에서 전기릭샤로 전환하는 정책을 펼쳐왔고, 지난 9월에는 델리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도소매상이 모여 있는 ‘찬드니 초크(Chandni Chowk)’를 ‘매연 없는 거리’로 바꾸고 전기오토릭샤의 출입만 허용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대기오염 문제로 인도 뭄바이에 새로 도입된 소형 버스 / 한유진 제공

대기오염 문제로 인도 뭄바이에 새로 도입된 소형 버스 / 한유진 제공

뿐만 아니라 도심 내에서 전기오토릭샤와 전기버스의 비중을 늘리며 대중교통수단 부문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줄이는 노력을 지속해왔습니다. 인도는 발전부문에서 석탄의존도를 쉽게 낮출 수 없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 외에 전기자동차 부문을 적극 장려하는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번 COP26에서 인도 정부는 전기자동차 관련 포털인 이-암리트(E-Amrit)를 공개했는데요. 이 포털에서는 전기차 제조사를 비롯해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보조금 정보, 충전시설의 위치, 금융 혜택 사항, 안전 관련 사항, 배터리 시스템 및 교체 그리고 재활용 관련 정보 등을 총망라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관련 지식을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에서는 오토바이와 스쿠터 같은 이륜차가 교통수단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보다 배터리 발전용량이 8배 정도 적기 때문에 가격을 감안하면 인도 시장에서 전기 이륜차가 교통수단이 되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실제로 차량공유회사로 출발한 올라(Ola)가 전기 스쿠터 생산법인을 별도로 만들며 전기스쿠터 시장의 테슬라가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기존에 이륜차 업계의 양대 산맥인 바자즈(Bajaj)와 히로(Hero) 역시 시장을 선점해 지속적으로 신모델을 출시하고 있어 향후 전기이륜차 시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인도](18)델리의 맑은 하늘을 보는 날까지

델리의 희뿌연 하늘을 보면, 과연 이 사태가 언제 좋아질 것인지 희망을 갖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도 입장에서는 경제발전과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므로 즉각적인 변화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인도는 목표를 정해놓으면 그에 맞춰 변화해갑니다. 비유하자면, 인도에는 아직도 자신에 맞게 옷을 재단해주는 테일러(Tailor)가 많습니다. 하다못해 레스토랑과 술집을 가 메뉴를 주문해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양념을 이리저리 해달라, 구성에 없는 것들은 이것저것 넣어 맞춰달라는 주문을 하는 게 흔합니다. 이런 걸 우스갯소리로 ‘세팅’이라고 하는데요, 어느 정도 틀과 목표, 규칙을 정해놓고 자신들에게 맞게 조정해가는 특성을 가졌다는 의미입니다.

인도는 환경, 에너지, 전기차 관련해서도 방향성을 정해놓고 세부안은 조정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디테일에 강한 특성을 살려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재생에너지 부문의 가장 큰 관건은 생산이 아닌 배전 효율성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그 분야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의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잠시나마 델리의 대기가 깨끗해져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던 날이 다시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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