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손등 ‘J 방패’ 부적의 정체

정용인 기자
2021.11.22

“손등에 그려진 갈기 모양을 보세요. 맨 위에 일본지도 모양을 용으로 미화한 사진과 흡사합니다”, “J(이재명)를 잡아먹는 장면을 형상화했네요. 무속신앙을 믿는 거죠.”

페이스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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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SNS에 올라온 한 사진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사진은 한 남성의 손등을 찍은 사진이다. 무언가 흐릿한 무늬가 남아 있다. 이 남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다. 사진은 지난 11월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 행사장에서 찍은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포착된 것.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손바닥 왕(王)자의 여파일까. 일요신문이 ‘윤석열 손에 또 등장한 문양’이라며 해프닝성 기사를 내보낸 것은 11월 7일이었다. 2~3개 매체가 일요신문발 뉴스를 인용했다. 해프닝성이라고 한 것은 애초의 일요신문 기사를 보면 “손등과 손바닥에 그리는 것은 방어나 방패의 용도이며 후보 중 이니셜이 J자가 들어가는 이재명을 이기려고 그린 것”이라는 역술인의 주장을 전한 뒤, 다시 해당 무늬는 “이날 행사에 참여해 구매한 헤나스티커의 흔적으로 파악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기사는 캠프관계자의 발언을 빌려 “행사에서 팔던 헤나스티커를 저희가 구매해 그쪽에서 손등에 직접 붙여줬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측 해명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논란이 제기되기 전 유튜브 한국일자리방송 채널이 ‘대한민국 청년의 날 행사! 윤석열 후보 참석’이라는 제목으로 등록해놓은 행사 영상을 보자. 초반부에 입장하던 윤 후보 일행이 스티커를 구입해 손등에 붙이는 장면이 나온다. 논란의 문양은? 일부분이 지워졌지만 현장 영상에서 오간 말에 따르면 원래 강아지였다. (어떤 문양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윤 후보 측은 “강아지 같은 것은 없어요?”라고 물었고, 판매 측에서는 “예! 있어요”라며 찾아 붙여준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정희돈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사무총장을 통해 스티커를 판매한 부스를 운영하던 김수영 페이크타투 공동대표(30)와 연락이 닿았다(정 총장도 그날 윤 후보 안내 등 의전을 자신이 담당했다며 “‘손등 J 방패 부적’ 의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강아지 문양 맞아요. 나이가 많은 노견(老犬)을 후원하자고 만든 도안입니다. 수익금이 남으면 동물자유연대라는 단체를 통한 기부프로젝트였습니다. 재고가 남은 것이 있어 플리마켓에서 팔아보자고 들고 간 건데….” 11월 11일 기자와 통화한 김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사건 후 따로 캠프 측이나 다른 언론에서 확인 연락이 오진 않았다고 말한다. “기사는 저도 봤어요. 주변 친구들이 ‘이런 기사가 났는데 이거 뭐냐’ 해서 ‘우리 맞다’고 답했어요. 역술인이 무슨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웃기기도 하고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회사는 정예진 공동대표(29)와 함께 지난해 2월에 창업한 청년 스타트업이다. 타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리얼타투와 거의 비슷한 느낌의 스티커 도안과 함께 사회적 의미나 응원, 기부 등의 메시지도 담아보자는 것이 기획 취지였다.

아무튼 맨 위의 누리꾼들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SNS에 이 논란을 전한 사람들은 기사 링크를 제시하지만, 본문은 딱 위 역술인 언급 부분만 인용한다. 전체 기사를 읽어보지 않은 채 손등 문양 위에 뱀 그림을 겹친다던가, 일본 흑룡회 문양을 더하는 등의 2차 창작이 이어진다. 예전 이 코너에서 팩트체크를 했던 이만희 신천지 총재와 문재인 대통령의 악수 사진처럼 이 역시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익숙한 패턴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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