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영국 총선 나흘 전에 이른바 ‘지노비예프 편지사건’이 발생한다. 모스크바의 코민테른이 영국 공산당에게 보냈다는 이 편지는 영국에서 공산주의 선동을 강화하라는 모스크바의 지령이 담겨 있었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총선 나흘 전에 위 편지를 공개했다. 총선은 노동당의 패배,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무려 74년이 지난 1998년 위 편지가 날조된 사실이 밝혀졌다.
2021년에도 우리 언론에는 공작정치란 말이 나온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함께 추진했던 두 사업을 보자. 야당이 장악한 시의회의 반대로 지방채 발행 등이 어려워 둘 다 민관합동방식으로 추진됐다. 두 사업 중 2016년 위례신도시 아파트건설 분양사업의 정산 무렵에는 시의회 때문에 엄청난 성남시 수익을 놓쳤다는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시의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영개발로 100% 공공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시의원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021년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의 배당금을 놓고는 왜 성남시가 민간에게 지분을 주었느냐, 왜 막대한 배당금을 민간이 받게 했느냐는 비난과 원성이 가득하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비판 여론을 어떻게 봐야 하나?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은 ‘화천대유는 누구 것이냐’였다. 하지만 사업 참여자들 모두 ‘그분’이 그 성남시장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자 두 번째 질문이 시작된다. 왜 그들에게 이익을 몰아줬느냐고 한다. 하지만 질문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민간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민간에게 주어진 지분을 놓고 각자의 역할과 기여도에 따른 지분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다툼해 우선주를 받을지, 보통주를 받을지, 몇% 받을지를 정한다는 것을, 여기에 공공이 전혀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왜 그랬느냐’고 되풀이해서 묻는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위험은 공공이, 수익은 민간이 가져간 단군 이래 최대 사기사건이라고. 토지가 안 팔리거나 공사비, 금융비용이 오르는 등으로 적자가 나도 공공이 연대보증하거나 안 팔린 땅을 사기로 한 것이 아닌데, 공공이 위험을 가져갔다니. SK하이닉스 용인 산업단지 등 토지수용권이 발생해도 저항이 심해 토지매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데도 위험이 제거됐다니. 도시개발사업 절차 진행 중에도 시의회 반대, 주민 반대 등으로 인허가가 부진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데도 위험이 제거됐다니. 문화재가 나오고 멸종위기종이 나와 공사가 중단될 위험이 있는데도 아무런 위험이 없다니.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정한 지분을 성남시가 개입할 권한도 없는데 개입해 조정하지 않았으므로 성남시 책임이고 사기라니. 지분 50%의 성남시가 아무런 실투자금을 투입하지 않고서도 개발이익의 72%를 가져오기로 협약하고, 협약 후에도 920억원을 공공부담으로 추가한 것은 민간의 몫을 빼앗은 것인데도 특혜라고 부르다니. 성남시장이 개발이익 공공환수를 ‘설계’했다고 해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이익까지 ‘설계’했다니.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질문들이 나온 이유와 과정은 몇년 후에나 드러날까. 그 시점에 2021년 우리의 판단은 어떻게 평가될까.
<김윤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