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원 불판 교체비’ 뒷말 고깃집 입장은?

2021.11.01

“어이쿠, 이제 화장실 이용료까지 내라 하겠네.” 한 논란 글에 달린 누리꾼 촌평이다. 10월 하순 공유된 이 게시물의 제목은 ‘고깃집 유료화 논란’이다. 사진을 보면 ‘키오스크(확인해본 결과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터치패드)’ 주문 메뉴를 촬영한 것이다. 채소 ₩990, 동치미 ₩790, 불판 교체 ₩990. 누리꾼이 꽂힌 요금은 마지막 불판 교체비용이다.

웃긴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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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가격이 싸거나 1인 이용 가게면 인정’이라는 쪽과 맨 처음 인용한 누리꾼처럼 불판 교체를 시작으로 그동안 고깃집에서 당연한 것으로 알았던 서비스가 유료화될 것이라는 불만을 토로하는 쪽으로 갈렸다. “실제로 불판이 별로 타지 않았는데도 강박적으로 교체를 요구하는” 일부 진상손님 목격담을 들며 고깃집 주인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약 20건 정도의 언론보도도 나왔는데, 대부분 누리꾼 사이의 논쟁을 소개하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도에서 마무리하는, 인터넷 화제를 가볍게 소개하는 기사들이다.

언론에 소개된 사진엔 업체명이 편집돼 빠져 있지만, 원본 사진에는 노출돼 있다. ‘신씨화로 익스프레스 롯데백화점 강남점’이다. 사진을 검색해보면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경 1차로 인터넷커뮤니티를 휩쓸고 지나간 논란이다. 업체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단 고깃값은 얼마일까. 원본 사진에 고깃값은 나오지 않아 논란이 가열된 측면이 있다. 구글에서 ‘신씨화로 메뉴’를 검색하면 친절하게 가격까지 나온다. 지난해 논란 이후 누리꾼이 많이 검색한 모양. 삼겹살 13,000원, 갈매기살 15,000원, 항정살 16,000원…. 음, 특별히 더 싸진 않는데? “아 그건 신씨화로 가격표이고요, 백화점이나 쇼핑몰 같은 상가건물 내 입점 가게에서는 돼지고기를 팔지 않습니다. 구울 때 연기가 많이 나서요.” 10월 20일 통화한 신씨화로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불판 교체 990원 논란 기사를 보기는 했는데, 그게 우리 직영점 관련 보도였는지는 몰랐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진 속에 등장하는 가게는 ‘신씨화로 익스프레스’로, 신씨화로와 콘셉트가 다른 가게라고 덧붙였다. “1인 화로구이 전문점인 것은 맞습니다. 주력메뉴가 1만원 언저리의 정식입니다. 제2롯데월드 매장 식당이 거기에 입점해 있는 다른 식당 가격에 비해 20% 정도 싼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고객층이 일반 고객보다 그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제일 많습니다.”

불판 교체비용 책정은 가게 오픈 때부터 ‘소신’을 갖고 정한 정책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평균 식사시간을 15분에서 20분으로 보고 가격을 책정했어요. 술도 안 파는데 보통 고기에 술을 곁들이게 되면 1시간 정도 먹게 되잖아요. 물론 불만을 가진 분도 있겠습니다만 대신 가격을 싸게 하는 것이고요.” 관리하는 입장에서 불판 교체에 대해 돈을 받는다며 기분 나쁘다는 등의 컴플레인 사례는 아직 접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말이다. 논란의 와중에 “그게 불만이면 안 가면 그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오비이락일까. 논란이 된 직영점이 곧 운영을 중단할 것 같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신씨화로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직영점을 두군데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티역점은 코로나19 여파로 이미 닫았고, 잠실 롯데월드 직영점도 올해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잘되는 가게는 여전히 잘되지만, 특히 상가 내 식당은 잘 안 됩니다. 버틸 때까지 버텼는데 조만간 문을 닫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 논란이 된 불판 교체비용은 이 가게가 2년 전 개업할 때부터 책정돼 있던 정책이었다. 일반 고깃집이 아닌 가성비 위주의 1인 화로구이 전문점이었는데 논란과 상관없이 코로나19 여파로 곧 가게를 접을 예정이라 한다. 오늘의 팩트체크 끝.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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