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영감, 평범한 생활에서 얻는다”
요즘 스포츠 스타는 연예인처럼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는다. 소속사는 선수의 이미지를 만들고 브랜딩을 해 선수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이 스포츠를 주목하는 이유다. 이런 흐름에는 경기단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와 현역선수, 코치와 감독 등 체육 지도와 관련한 전문가들이 모인 한국체육지도자연맹(KSCF)의 로고가 최근 에이디자인 어워드(A’Design Award) 동상,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최우수상 등 국내외 디자인 관련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이 로고를 만든 최예나 비포브랜드(B for Brand) 대표를 만나 스포츠 브랜딩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경기단체의 로고가 국내외에서 디자인 관련상을 받는 것은 흔치 않다. 한국체육지도자연맹 로고는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제작했나.
“브랜딩을 하기 전 연맹 이사장과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한국체육지도자연맹’이라는 기관을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해 인터뷰했다. 그때 느낀 것이 체육지도자들을 위한 깊은 마음과 뜨거운 열정이었다. ‘스포츠와 열정을 어떻게 접목해 표현할 수 있을까’가 첫 번째 고민이었고, 두 번째는 비슷한 레퍼런스(참고자료)가 많이 없다 보니 ‘이게 어떤 아웃풋(결과물)으로 나올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사랑과 열정을 어떻게든 운동, 체육과 접목을 시켜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지도자들과 선수들의 열정을 의미하는 심장, 앞으로의 전진을 뜻하는 화살표와 발, 다른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겠다는 의미의 귀의 모습이 반영됐다.”
-2020 레드 닷 어워드, 2021 IF 어워드, 2020 아시아 디자인상, 2020 에이디자인 어워드, 2020 인디고 디자인 어워드, 2020 펜타워즈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작업물 중 성과와 상관없이 가장 뿌듯했던 작업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체육지도자연맹 브랜딩은 나에게는 굉장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사실 국제적인 어워드에서 수상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한번 도전해봤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요즘 어떤 분야의 디자인을 하고 있나.
“초반에는 CI(기업 아이덴티티), BI(브랜드 아이덴티티) 내지는 머티리얼 디자인을 주로 했다. 그런데 사회의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영역을 넘나들어 유연해지다 보니 어느새 UI, UX 디자인(웹용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디자인도 하고 있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들어보자. 디자이너라는 꿈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디자이너가 돼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디자이너가 된 것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가족과 전시회를 많이 보러 다녔다. 그러면서 컬러나 도형, 그림을 좋아하게 됐고, 미술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다.”
-어떤 과정을 통해 ‘디자이너’가 되는지 궁금하다.
“미술을 공부한 친구들이 미술대학에 진학하거나 디자인이라는 학문을 전공하고, 디자인회사에서 인턴과정을 보낸 후 취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루트다. 요즘은 워낙 독학하는 분들도 많고, 셀프러닝(self-learning)할 수 있는 매체들도 많다 보니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이 많은 분이 디자이너의 길을 밟는 경우도 있더라. 디자인 전공은 아니지만 디자이너가 된 경우도 있다.”
-디자인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나.
“‘아 영감을 얻어야지’ 해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우리 애기 때문에 에버랜드에 가서 놀다가도 ‘어? 이게 지금 프로젝트와 맥락이 맞다. 이 컬러감은 이렇게 사용하면 되겠구나’ 하면서 생활에서 오는 영감이 많은 것 같다. 영감을 얻어야지 하고 마음을 가지면 오히려 조금 더 버거워지는 것 같고 자연스럽게 사물을 바라볼 때 그게 영감이 되는 것 같다.”
-우리 주위에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 해보고 싶은 작업 분야가 있다면.
“사실 너무 많다. 호텔체인 같은 것도 한번 해보고 싶고(웃음) 체인에 대한 브랜드를 콘셉트에 맞게 한번 구축해보고 싶다. 요즘 호캉스가 유행이지 않나. 콘셉트가 확실하거나 개성이 있어야만 인기가 있는 것 같더라. 최근 이야기되고 있는 건 ‘럭셔리 오피스텔’이다. 핫한 아이템들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딱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는데, ‘소통’이다. 소통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 소통이란 것이 굉장히 미묘한 것 같다.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가 이런 것을 기획하고자 한다고 프레젠테이션을 해줄 때 그 브리프 내용을 어떻게 이해했느냐에 따라 제안이 달라진다. 담당자, 클라이언트와 어떤 소통을 나눴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깊이도 달라진다.”
-클라이언트, 관계자들의 철학을 제품에 연결해 표현할 때, 그들의 의견을 다 들어주는 것이 옳은 건지, 아니면 디자이너의 생각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는 건지.
“한번은 우리가 초안 제안을 했지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이 너무 뚜렷하다 보니 설득에 실패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다 해줘본 적이 있다. 그런데 하는 입장에서는 우리의 인사이트를 반영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너무 재미가 없더라. 진이 다 빠지고 애착도 생기지 않고, 그 프로젝트가 내 것 같지 않았다. 반면 우리 인사이트로만 한 적도 있다. 아무래도 제품이나 상품의 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클라이언트의 이해도가 더 높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맞는 것 같더라. 균형을 잘 맞추고 클라이언트와 만나면 폭발적으로, 그게 밤샘이 되더라도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웃음).”
-자신이 수행하는 작업의 차별적인 강점이나 특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우리가 가진 차별점은 ‘감정이 있는 디자인을 한다’ 같다. 누구는 정지돼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생명력이 있는 디자인을 하고자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점 하나를 어떤 곳에 어떤 크기로 넣느냐를 고민해 감정이 실린 디자인을 하는 것이 우리의 차별점이지 않나 생각한다.”
-‘로맨틱타이거’라는 레그웨어 브랜드를 론칭했더라. 그런데 ‘레그웨어(legwear)’라는 용어는 친숙하지 않다.
“브랜드가 ‘B2C(기업 대 소비자)’로 소비자를 만났을 때 우리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그때 양말, 스타킹 이런 소재들이 나오게 됐고, ‘레그웨어’라고 표현했을 때 ‘양말이라는 사소한 것 또한 패션, 옷이다’라고 소구하고 싶었다. 옷에 가려지고 발에 신는 그런 것이 아닌 양말 자체만으로 옷의 일부분, 나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소구하고자 ‘레그웨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
-차분하고 깔끔한 디자인과 화려하고 파격적인 디자인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나.
“KSCF(한국체육지도자연맹) 브랜딩을 보자. 비포브랜드에서 작업을 해 ‘아시아 그랜드 어워드’에서 그랜드 프라이즈를 수상한 프로젝트이다. 첫 도전에 가장 큰 상을 받게 돼 감사하고 상징적인 프로젝트인데, 이러한 작업은 클라이언트의 의견, 기관의 성격에 맞춰야 하는 부분이 많다. 물론 그런 부분에서도 미적 감각을 도출해내겠지만 아무래도 좀 절제된 느낌을 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에 반해 레그웨어의 경우는 디자인에 우리가 가진 생각을 콘셉추얼하게 많이 담았다. 그러다 보니 화려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과거 기고한 칼럼에서 스포츠인들의 셀프 브랜딩, 퍼스널 브랜딩을 언급했더라. 퍼스널 브랜딩이 무엇인가.
“요즘은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하다. 본인 자체를 굉장히 PR(홍보)해야 하는 시대이지 않나. 스포츠인들은 굉장히 높은 역량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장점을 팬 또는 스포츠계에 충분히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색깔을 넣은 시그니처 같은. 예를 들어 본인만의 마크를 만든다든지, 본인만의 룩을 표현해 조명을 받는다든지 이런 식으로 본인을 퍼스널 브랜딩해 팬들이나 체육계에서 더 주목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일 수 있다.”
-디자인 에이전시의 대표로서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무래도 요즘 시대가 전과 다르게 개인주의를 많이 띠지 않나. 물론 그게 장점일 수 있는데, ‘내가 디자이너가 돼서 한획을 긋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면 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팀워크로 일할 때도 내가 조금 더 연구하고, 조금 더 희생해 내 몫을 더 하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고 피고하고 지칠 수 있지만 그게 나중에 내 능력이 되더라. (워라밸이 대세인) 요즘 논리와는 너무 안 맞는 것 같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늘 제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일이란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글·진행 김재현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 사진·동영상 청년서포터스 ‘젊은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