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지금은 남판교라 불리는 이 땅은 2004년 성남시 도시기본계획에 시가지화 예정용지로 지정됐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 정보를 공개한 후 1년이 넘도록 개발행위 제한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 당시 성남시장은 사상 최악의 비리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었다. 투기꾼이 꼬였다. 대장동은 투기와 형사사건이 잇달았다.
2005년 3월 15일 노태우 정권의 청와대 행정수석비서관, 총무처 장관,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전직 관료가 인허가 관련 청탁과 함께 토지를 시세보다 싸게 매입해 이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2005년 11월 성남 대장지구 투기로 22명이 적발됐다. 대장동 일대 개발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 공무원까지 미등기 전매로 거액의 돈을 챙겼고, 개발보상을 노린 투기꾼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계속된 수사에서 총 171명이 입건됐다.
그후 부동산개발회사가 배후에 있는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추진위원회가 환지방식에 의한 민간개발을 추진했다. 바로 이 개발회사에 요즘 시끄러운 화천대유 투자자 중 일부가 속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09년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용사용방식에 의한 공공개발도 추진해 둘이 경쟁하게 된다. 그러던 중 2009년 10월 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LH 출범식에서 “LH는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민간기업이 이익이 나지 않아 하지 않겠다는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 뒤 LH 사장과 성남시 국회의원 신영수도 같은 뜻의 말을 했고, 2010년 6월 28일 LH는 대장동 공영개발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 로비는 5년 후 드러나 부동산개발업자와 전직 LH 본부장 등 6명이 구속 기소되고 감정평가사 등 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LH의 사업 철회 결정 불과 한달 뒤인 2010년 7월 민선 5기 성남시장이 다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간개발에서 공공개발로 변경하겠다고 선언했다. 위 개발회사의 참여자들은 민간개발을 위해 토지를 프리미엄을 주고 비싸게 매입했으므로 토지를 수용당하게 되면, 개발이익 배제의 원칙에 따라 프리미엄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돼 있었다. 토지 계약금액도 저축은행 대출을 받아 지불했기 때문에 엄청난 부채만 남을 위험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LH 사장에게 대장동 공공개발을 포기시킨, 성공한 로비의 주인공들이었다.
공공개발 추진은 순조롭지 못했다. 지방채 발행은 중앙정부에 의해 승인받지 못했고,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설립은 시의회반대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천신만고 끝에 2015년 민관합동방식에 의해 대장동 개발사업이 다시 추진됐다. 그러자 그동안 중앙정부와 시의회의 지원을 받아 성남시의 공공개발을 막던 바로 그들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수용당해 토지 프리미엄만큼의 엄청난 손실을 볼 처지에서 기사회생한 것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대장동 땅은 다시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정치인의 아들은 출자자 겸 자산관리회사에서 50억원이라는 거금을 받았는데, 그 돈의 성격은 퇴직금, 성과보수를 거쳐 산재보상금이라고 주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50억원을 준 회사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민간개발업자의 성공한 로비를 무산시키고 공공개발을 추진했던 사람일까. 망할 위험에 처한 민간개발업자에게 다시 사업기회를 준 사람일까.
<김윤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