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차 대유행 불구 반등하는 인도경제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2021.09.13

인도의 8월은 2020 도쿄올림픽 선전으로 들뜬 분위기와 코로나19 백신 승인 및 조달, 접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전반적으로 긍정적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끊임없이 투자를 발표하고, 정부도 경제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2021년 8월 말일 인도 봄베이주식거래소(BSE)의 센섹스 지수가 사상 최초로 5만7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디루바이 암바니 / outlookindia.com

디루바이 암바니 / outlookindia.com

지난 4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가 찬물을 뒤집어쓴 듯했지만, 그 후 지난 6개월간 센섹스 지수는 평균 14% 이상, 특히 지난 8월 한달 동안 5000포인트인 약 8.3%가 상승하며 역대 최고 주가지수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주요 펀드매니저들은 남은 4개월 동안 주식시장이 8% 이상 오르며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제 사상 최대 주가지수라는 수식어가 식상해질 것 같습니다.

인도는 9월 1일 기준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6억4500명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접종 완료 인구가 1억48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0.8% 정도이지만 인도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성장에 필요한 기술격차가 난제?

8월, 인도 내에서 손꼽히는 이슈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애플이 도입할 예정으로 알려진 저궤도 위성서비스입니다, 이 위성 운용기업인 ‘원웹’을 인도의 바르티그룹과 영국 정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7월 초 인수했습니다. 한국 한화시스템 역시 8월 초 3억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또 릴라이언스 산업이 노르웨이의 태양광 패널 제조사 REC를 곧 인수한다는 소식입니다. 두가지 소식이 주목받는 것은 팬데믹 이후 ‘자립인도’를 범국가적인 모토로 삼고 경제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인도가 직면한 기술격차와 투자자본 유치라는 난제를 기업인수라는 방식으로 극복해냈기 때문입니다.

영화 <구루>의 포스터 / imdb.com

영화 <구루>의 포스터 / imdb.com

인도의 대표적인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에서 ‘통신 및 그린에너지’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릴라이언스는 지난 7월 1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사업으로 에너지 부문에 진출하겠다며 4개의 ‘기가 팩토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태양광 모듈, 첨단기술 적용 에너지 저장 배터리, 그린 수소 생산용 전해조, 연료전지 이렇게 4개의 공장을 세우는 데 약 1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에너지 부문 자회사를 통해 미국의 에너지 저장 기업인 암브리(Ambri)에 1억4400달러를 투자한다고 했습니다. 최근에는 모기업 켐차이나가 소유한 노르웨이의 REC 지분 인수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아람코(Aramco)와 정유 및 석유화학 부문을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에너지 부문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해외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인도](15)3차 대유행 불구 반등하는 인도경제

인도 최대 통신 브랜드 ‘에어텔(Airtel)’을 소유한 바르티그룹도 향후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원웹을 인수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원웹은 코로나19 1차 대유행 때 발생한 재정난과 최대 주주였던 소프트뱅크의 투자 철회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3월 파산 신청을 했는데, 영국 정부가 지분 45%를 갖고 같은 금액을 투자한 바르티그룹은 운영을 맡는 방식으로 인수합니다. 여기에 우리의 한화시스템도 8.8%의 지분을 투자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산업 특성상 큰 자본이 필요하기에 릴라이언스 외에도 리뉴(Renew), 아다니그룹, 타타그룹 등 굵직한 기업들이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릴라이언스의 행보가 유독 과감하게 느껴집니다.

요즘의 인도 경제상황을 두고 1990년대에 이뤄졌던 경제개혁 및 개방정책 등과 비교하게 됩니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정보통신(IT) 및 제약산업이 크게 부상했고, 기업들이 주도하는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그 시절의 인도를 잘 모르는 필자에게 인도 대기업이 생겨난 모습을 가늠하게 해준 영화가 있습니다. 지금은 종종 영화 리뷰에서 소개되는데 바로 디루바이 암바니, 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무케시 암바니의 아버지를 모티브로 삼은 영화 <구루(Guru)>입니다.

사상 최초로 5만7000포인트를 돌파한 인도 봄베이주식거래소(BSE)의 센섹스 지수 / 한유진 제공

사상 최초로 5만7000포인트를 돌파한 인도 봄베이주식거래소(BSE)의 센섹스 지수 / 한유진 제공

90년대 경제상황과의 오버랩

영화 내용은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땄을 뿐 실제와는 다른 부분이 많지만, 폴리에스터 사업을 시작으로 회사를 세우고, 석유화학 산업에 진출하는 흐름은 실제 릴라이언스그룹의 창립 역사와도 맞아떨어집니다. 인도 영화 특유의 세심한 감정선과 극적인 부분이 많은 점을 감안하며 영화를 보다 보면 1980~1990년대 인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지금의 인도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이 세워지는 과정, 그리고 그 기업을 세우는 기업인의 뚝심과 열정에 대해 느낄 수 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영웅시대>, <국희>, <패션 70’s> 등 실제인물을 모델로 한 시대극이 유행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구루 바히, 그는 영화의 막바지 클라이맥스인 청문회에서 발언시간 5분이 주어지자 기업에 친화적이지 못한 법과 정책을 비판하며 오직 사업에만 열중해왔던 자신이 모든 걸 잃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결국은 난관을 헤쳐나가는 ‘용기’만으로 여기까지 왔고, 그것만은 내게서 빼앗아갈 수 없다. 나는 주어진 발언시간 5분에서 30초를 남기고 말을 끝냈다. 이게 바로 숨 쉬고 말하는 것까지 비즈니스인 나라는 사람이다”라고 말합니다.

영화는 계속 발전하는 주인공을 보여주며 끝이 납니다. 아무래도 영화가 현 릴라이언스 창립자가 모델이라는 점도 있지만, 지금 인도 기업인들의 모습과 특히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오버랩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인도 기업인에게 영화 <구루>의 주인공 모습이 보입니다. 현재의 인도를 알아간다는 점에서 한 번쯤은 음미해볼 부분인 듯합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