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쇼로 보는 타투의 모든 것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2021.08.16

고대사를 보면 변한과 마한에 문신문화가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문신을 터부시하는 중국의 영향력이 짙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문신은 형벌의 일종으로 부정적 인상이 굳어졌다. 21세기 들어선 대중문화계나 스포츠 스타들의 문신이 화제가 되면서 젊은 층에선 수용적 태도가 늘어난 상황이다. 최근 화제가 된 모 국회의원의 타투 퍼포먼스는 그런 인식변화와 함께 몰라보게 커진 타투 붐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의 일부다. 법상 엄격히 따지면 국내 5000명이 넘는 ‘타투이스트’는 불법 의료행위자다. 연간 1조원대 산업이 합법과 불법 경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규제하자니 사실상 양성화 상태, 풀자니 의료법 개정 관련 입장차가 극심하다. 여기에 세대 간 인식차도 커 제도 정비는 요원한 상태다. 하지만 타투 대중화는 시대 흐름이기에 과도기를 지나 다음 세대에선 ‘번듯한’ 용모를 강조하는 직업군을 제외하면 타투는 그저 취향의 일부로 받아들여질 테다.

넷플릭스에서 지난달 말 공개된 <타투 리두: 새롭게 새겨줘>

넷플릭스에서 지난달 말 공개된 <타투 리두: 새롭게 새겨줘>

재미있게 참조할 예시가 있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7월 말 공개된 <타투 리두: 새롭게 새겨줘>는 다양한 이유로 자기 몸에 새겨진 타투를 새로 변신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다. 어릴 적 치기나 지우고 싶은 과거 흔적인 괴짜 타투의 사연을 소개하고, 함께 온 지인이 새 타투를 정해주는 방식이다. 전문 타투이스트가 각 사례를 담당해 시술을 책임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지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 끔찍한 타투를 자기 몸에 새겼을까 싶은 풍경이 보는 이들을 사로잡고, 타인의 몸에 영구적으로 자리 잡을 타투 문양의 책임을 떠맡은 의뢰인들의 동기가 흥미를 돋운다.

남의 타투에 대해 상관 않는 풍조가 일반화된 미국 사례라 정말 별의별 이유로 새겨놓은 문신을 확인할 수 있다. 취중에 친구들과 내기로 저지른 장난, 난잡한 성적 농담이나 헤어진 배우자의 이름, 외국어 문구 잘못 번역한 문장, 의도와는 다르게 허술한 문양들이 정말 천태만상이다. 포복절도하는 장면 속에서 강조되는 건 자기 몸에 대한 책임성이다. 시행착오를 겪을 순 있지만 대가는 치러야 한다.

<타투 리두> 설정의 특이점이라면 과거 타투 위에 덧입힐 새 타투 결정을 의뢰한 지인이 맡는다는 점이다. 이성·동성 커플의 동반자, 자녀, 친구, 자매, 직장 동료 등 다양한 이들이 지인의 갱생(?)을 종용하며 찾아오는 과정, 그리고 새로운 타투를 당사자 대신 고민하는 장면은 타투를 통한 사회적 관계망의 형성을 예시하듯 펼쳐진다. 미국 전역의 스타 타투이스트들이 자존심 걸고 펼치는 타투 리폼은 그 자체로 현란한 볼거리다. ‘타투는 예술이구나’ 하고 절로 탄성을 지를 만큼. 5인의 타투이스트들은 각자 개성과 스타일에 따라 컨설팅도 차이가 난다(타투의 양식은 역사별·지역별 다양한 유파가 존재한다). ‘저 정도 장인정신이면 내 몸을 맡겨도 되겠구나’ 싶을 정도다.

물론 과거 실수로 몸에 기억된 타투를 ‘Redo’하기 위해서는 더 큰 타투로 덮어야 한다. 레이저로 지우기 전에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타투 리두>의 재미는 예전 시행착오는 용기 있게 드러내고 주변과 소통하면 만회할 수 있다는 교훈에서 비롯된다. 음지에 두기보다는 타투 문화가 양성화해야 할 이유와 통하는 지점이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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