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와 핌피를 한세트로 묶는다면

김윤우 변호사
2021.06.28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수도권 매립지 문제가 다시 본격화됐다. 수도권 매립지란 서울, 경기, 인천 3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국토계획법에 규정된 광역시설이다. 올해 1월 수도권 매립지를 대체할 대체매립지 공모는 법정지원 외에 특별지원 2500억원이라는 혜택을 내세웠지만 단 하나의 지자체도 응모하지 않아 무산됐다. 서울시장 선거 후 서울시와 환경부가 협의에 들어가려 하자 인천시가 반발했다. 인천시는 2025년 수도권 매립지 사용을 중단하고 각자 관할로 매립지를 이전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관할구역 내에 땅이 모두 개발돼 매립지로 쓸 땅이 없기 때문에 3개 시도가 함께 사용하는 매립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환경부와 서울시가 논의하는 것 자체를 경계하고 있다.

인천 서구 수도권 매립지 제3매립장 매립 예정지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 이석우 기자

인천 서구 수도권 매립지 제3매립장 매립 예정지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 이석우 기자

반면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은 이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및 지방미술관 등에 나눠 기증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산, 대구는 물론이고 경기, 호남, 영남의 지자체들이 서로 이건희미술관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세운 명분도 다양하고 재미있다. 이병철 회장의 고향이라는 의령, 이병철 회장이 진주 지수초등학교에 다녔다는 진주, 이병철 회장의 유택이 있다는 용인, 이건희 회장의 유택이 있다는 수원, 이건희 회장이 아름다운 경관에 반해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여수 등 너무 많아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이러한 님비(NIMBY) 현상과 핌피(PIMFY) 현상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지방선거로 뽑히는 지자체장들이 지역주민들의 이런 의견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그 해결책을 찾는 건 쉽지 않다. 올해 1월 환경부가 대체매립지 선정에 내건 특별지원 2500억원은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2500억원이 크냐, 작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특별지원이 지자체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자체도 대체매립지 선정에 응모하면 표가 떨어지는 판에 돈이 무슨 의미이겠는가.

다른 유인책은 없을까?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 임대 입찰방식은 님비 현상과 핌피 현상의 해결에 대한 좋은 힌트를 준다. 이 입찰방식은 매출 상위 1위 휴게소와 하위 1위 휴게소를 한세트로, 상위 2위 휴게소와 하위 2위 휴게소를 한세트로 각각 묶는 방식으로 전국에 160개가 넘는 휴게소를 입찰한다. 상위 1위 휴게소와 하위 1위 휴게소를 따로따로 입찰했다면, 상위 1위 휴게소의 입찰경쟁률은 엄청나게 높았겠지만, 하위 1위 휴게소는 입찰자가 전혀 없는 불균형이 발생했을 것이다. 또 상위 1위 휴게소 입찰 후에는 특혜 시비니 불공정 시비니 하는 것들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위와 같이 세트로 묶어 입찰하면 그런 불균형은 해소된다. 또 상위 1위 휴게소를 낙찰받았다고 하더라도 하위 1위 휴게소를 함께 낙찰받았기 때문에 특혜 운운하는 뒷말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한국도로공사의 입찰방식을 벤치마킹해 정부가 혐오시설과 선호시설을 한세트로 묶어 공모하면 어떨까? 정부와 지자체의 시설 입지 결정마다 사회와 국가와 지역이 분열되는 현상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div class=boxLineBG> 김윤우는 서울중앙지법·의정부지법 판사, 아시아신탁 준법감시인을 역임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유준의 구성원 변호사이고, 중소기업진흥공단 법인회생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윤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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