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클래식 음악방송에 클래식음악 전공자에서 대중가수, 비음악인까지 다양한 음악적 배경을 가진 출연진이 등장했다. 다양한 배경만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다뤘다. 방송에 소개된 음악은 정통클래식과 칸초네, 샹송, K팝 등 폭넓은 장르를 아우른다. 면밀히 따져보면 클래식 음악방송이 아닐 수도 있지만, K팝이나 트로트 장르가 주가 되는 타 음악방송과 비교해보면 클래식 음악방송에 가깝다.
일상 속 힐링이 된 클래식음악
여기에는 간단한 이유가 있다. ‘일상 속 심포니’ 게임 및 영화 OST편에서 해당 장르를 소위 ‘요즘 클래식음악’ 장르로 분류했다. 그 근거로 참여 아티스트들의 성격을 논한 적이 있다. 게임이나 영화의 경우 상당수의 OST 참여 아티스트가 클래식음악 연주자 및 작곡가이다. 앞서 언급한 클래식 음악방송 참여자의 상당수도 클래식 전공자이다. 이에 따라 이 프로그램의 장르는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방송으로 분류된다. 방송에서 다루는 폭넓은 장르의 음악 덕분에 다양한 팬층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일상 속 심포니’에서 K팝, 트로트를 비롯한 대중음악에서 영화 및 게임OST 등 다양한 음악 장르 안에 녹아 있는 클래식음악을 살펴보았다. 경영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도 만나보았다. 이처럼 클래식음악은 일상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클래식음악이 그만큼 폭넓고 풍부한 감성 스펙트럼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다. 클래식음악을 잘 몰라도 클래식음악의 풍부한 감성과 음악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좋아하는 상당수의 팬층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던 모자 쓴 노인이 접종 후 첼로 연주를 한 일이 있었다. 노인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익숙한 곡을 즉석에서 자발적으로 연주했다. 그는 다름 아닌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였다. 현장에 있던 의료진과 백신 접종을 위해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하나가 돼 평화로운 순간을 함께했다고 한다. 요요마의 연주가 없었더라면 긴장감이 가득했을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소가 위로가 되는 장소가 됐다.
올리버 색스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예술작품이 지닌 특별한 힘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음악은 사람들로 하여금 음악 자체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돕거나 인간 내면의 감정을 해소시키는 카타르시스적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술을 감상하고 즐기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있으면서도 의외로 문화적 갈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험난한 입시를 통과해 학업을 마친 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다. 그 치열한 현실 안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만한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다. 당장 해야 할 일과 소비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문화생활이 우선순위가 되긴 쉽지 않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느라 쉴 틈 없이 움직였던 우리나라는 자연스럽게 경쟁이 치열한 나라가 됐다. 나와 같은 예술 콘텐츠 제작자들이 모두가 함께 즐기며 마음에 위로가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이 문화예술계 종사자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과거 클래식음악을 하이엔드 마케팅에 주로 활용한 탓인지 아직도 클래식음악 공연 관람에 다소 부담감을 갖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이런 경우 심리적 장벽이 원인일 수 있다. 여전히 하이엔드 문화라는 생각 혹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 등이다. 하지만 요즘 클래식음악 공연은 모든 이들을 위한 음악이 돼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진통을 겪는 덕분에 클래식음악 공연도 고가의 유료 관람 대신 영상으로 손쉽게 볼 수 있도록 공개되고 있다. 공연 실황만의 묘미는 없을지 모르지만 클래식 공연 콘텐츠는 이제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평소 즐겨 듣는 가요 혹은 좋아하는 영화가 담고 있는 클래식음악처럼 나와 가까운 일상에서 클래식음악을 발견해 나가며 친근감 있고 쉽게 예술을 즐기는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클래식 전문 방송 콘텐츠도 정통클래식보다는 피아노 소품부터 영화음악, 그리고 칸초네와 샹송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누구나 편하게 즐기는 현대 클래식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역시 팝 가수들과 협연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셀린 디온, 캐서린 맥피, 제니퍼 로페즈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가수들이다. 이런 경우 팝 가수와 클래식 성악가와의 협연으로 만들어낸 음악을 클래식 혹은 팝이란 장르의 틀 안에서 규정짓는 것이 모호해진다. 현시대의 클래식음악 아티스트는 여러 장르의 음악가와 협업을 즐겨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곡 중 시대가 변해도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고전적으로 다가오는 정통클래식 음악과 같은 미래의 클래식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클래식음악은 애호가들만 즐겨찾는 음악을 뛰어넘고 있다. ‘일상 속 심포니’ 게임OST편에서 소개했던 것과 같이 클래식 전문 레이블의 상징과도 같은 ‘데카(Decca)’ 역시 영화, 게임OST 등 소위 요즘 클래식 영역인 ‘네오-클래시즘’ 분야에서의 사업 확장을 목적으로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사 유니버셜뮤직그룹 클래식 부문과 합병하기도 했다.
‘무엇이 클래식음악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질문의 대상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음악사학자, 예술가, 혹은 콘텐츠 제작자, 음악애호가, 그리고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다양한 답변이 나올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시대 대중에게 클래식음악이라 불리는 영역은 이전보다 장르적·시대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오랜 과거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정통클래식 음악 장르가 품고 있는 풍부한 감성, 그리고 요즘 클래식음악이 포용하고 있는 넓은 장르 안에서 당신만의 취향과 예술적 색채를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소가 긴장감 대신 힐링과 평온함을 느끼는 장소로 바뀐 기적이 당신의 일상에도 삶의 심포니로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바쁘고 치열한 삶이 예술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지나 김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