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심리학이 전하는 클래식음악

지나 김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
2021.03.22

우리는 때때로 예술작품을 마주할 때 소름이 돋거나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기분이 급변하는 경험을 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이 뛰어난 예술작품을 보고 순간적으로 느끼는 정신적 충동이나 흥분을 일컬어 ‘스탕달 증후군’이라 한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성당에서 겪은 경험을 자신의 저서에서 묘사한 것에서 유래했다. ‘스탕달 증후군’은 의기소침, 피해망상, 자아상실, 정서혼란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고 한다. 실제 정신과 의사들은 이탈리아를 방문한 미술관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걸작을 보는 사이사이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한다.(참고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지난해 10월 9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현진건 집터에서 클래식 공연 ‘미라클 서울’을 열고 있다. / 서울시향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지난해 10월 9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현진건 집터에서 클래식 공연 ‘미라클 서울’을 열고 있다. / 서울시향 제공

유사한 사례로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셰레시 레죄의 노래 ‘글루미 선데이’는 자살을 부르는 노래로 유명하다. 이 곡을 듣고 자살한 사람들의 유서에서 이 곡을 언급하거나 악보를 쥐고 있었다는 이야기부터 자살 현장에서 이 곡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는 설이 있다. 실제로 이 곡의 작곡자 셰레시의 여자친구와 작곡가 자신이 자살했다. 이 사건은 추후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개봉되기도 할 만큼 유명하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예술작품에 특별한 힘이 존재함은 분명하다. 뇌신경학자 올리버 울프 색스는 저서 <뮤지코필리아-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에서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음악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을 때도 축복처럼 다가와 음악 스스로 즐거움을 가져다주거나 우리 내면의 감정을 해소시키는 카타르시스적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슬픔을 이겨내기도 하지만 더 슬픈 음악을 찾아 들으며 내면의 감정을 해소하기도 한다. 내 경우도 우울하거나 슬플 때 분위기 전환을 위해 경쾌한 곡을 듣기보다는 슬픈 감성의 음악을 즐겨듣는다. 음악을 듣는 동안 내 안의 유사한 감정을 쏟아내며 얻는 위로가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음악 태교와 모차르트 이펙트

그래서일까. 음악이 사람의 행동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연구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친숙하고 보편적인 사례가 태교다. 예나 지금이나 클래식음악 감상은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태교법이다. 태교는 태아 때부터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음악이 성장기에 영향을 끼친다는 심리학자 장 피아제의 이론을 근간으로 두고 있기도 하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이 최고라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엄마가 태교음악으로 클래식음악을 선택한다. 클래식음악이 임산부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태아 정서에 좋다는 믿음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대학의 캐롤라인 그라니에 데페르 연구팀은 클래식음악은 음악의 특성상 비슷한 멜로디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가사가 없는 클래식의 경우 뇌 휴식 효과를 가져와 정서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스탕달 증후군’을 경험했던 작품으로 알려진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 위키피디아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스탕달 증후군’을 경험했던 작품으로 알려진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 위키피디아

1993년 미국에서 발표됐던 그 유명한 모차르트 이펙트가 엄청난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고든 쇼와 위스콘신 대학 프랜시스 로셔 교수팀은 ‘음악과 공간적 과제 수행’이라는 논문에서 모차르트 음악이 피실험자의 공간 추리 관련 지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라 수학이나 과학에서 주로 요구하는 공간 추리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후 음악치료사 돈 캠벨이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제목의 영유아 교육을 위한 저서와 음반을 시장에 내놓았고 열풍을 일으켰다. 물론 모차르트 이펙트의 효과와 진위에 대한 뜨거운 논란도 함께 시작됐다.

이후 모차르트 이펙트 실험 책임자 로셔 박사는 모차르트 음악을 통해 지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음악을 들으면 일시적으로 집중력이 향상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는 것이 중요한 결과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다수의 부모는 모차르트 이펙트의 진위를 떠나 아이들 교육상 해가 될 것이 없는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모차르트 음악 혹은 클래식음악이 정서안정에 도움이 되거나 두뇌 계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고전음악의 긍정적 효능을 십분 활용해 일상에 적용한 대표적 사업의 하나가 클래식음악과 도시안전 개선사업이다. 지난해 여름 서울 용산구는 구내 지하보도 4곳에 24시간 클래식음악을 송출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2014년 어두운 골목길이나 지하보도와 같은 치안 사각지역을 중심으로 클래식음악과 도시 안전을 결부시킨 사업과 같은 취지다. 범죄 요인이 있는 장소에 클래식음악을 틀어놓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공격적 충동을 완화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클래식음악 송출이 범죄 심리 억제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서울시가 분석한 해외사례이다. 영국 런던 남부 켄트시는 우범지역이 된 도보터널에 말러 교향곡을 지속적으로 송출한 결과 시설 훼손, 범죄 행위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국 런던 지하철역에서 범죄율 감소, 미국 미니애폴리스, 미국 웨스트 팜비치에서의 범죄건수 감소의 효과가 외신에서 보도된 적도 있다.

어두운 도시에 빛이 된 클래식음악

이처럼 범죄예방에 클래식을 활용하는 것은 사회 무질서에 관한 심리학 이론에 근거한다. 일명 ‘깨진 창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할 경우 차츰 지역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주변을 정돈해 질서 정연하게 함으로써 범죄를 방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돈된 공공시설 혹은 건물 로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주로 클래식이다. 클래식음악이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학계의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클래식음악이 정돈되고 안정감을 준다는 데 동의한다. 오랜 시간 다듬어진 선율과 전자음이 배제된 클래식음악의 편안한 소리와 리듬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음악 심리학자 슬로보다가 언급한 음악인지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새로운 청각적 사건을 이전 청각적 사건에 연결하고, 연결한 청각적 사건을 의미 있는 단위로 재구성한다”고 한다. 어린 시절 엄마와 듣던 클래식음악, 마냥 즐거웠던 학창시절 음악 교과서에 실렸던 음악, 고급 레스토랑에서 연인과 함께했던 달달한 음악, 영화 속 한 장면에 스쳐 지나갔던 음악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기억을 스치는 일상 속 클래식음악이 있다. 클래식음악처럼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은 그만큼 넓고 깊은 감정 스펙트럼을 품고 있다. 지금 당신에게 떠오르는 멜로디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클래식음악이 발산하는 감정의 스펙트럼 안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나만의 예술적 감성을 담은 작품을 찾아보는 것은 클래식음악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클래식음악이 어두운 도시를 밝혔던 것처럼 우리 마음에 빛을 밝히길 바란다.

<지나 김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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