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대 호주언론, 포털 대 한국언론

김국현 IT 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2021.03.15

최근 호주는 언론이 테크기업의 검색결과와 뉴스 피드에 콘텐츠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는 법령을 추진했다. 단지 링크만 걸려 있을 뿐인데 돈을 달라고 하다니 열린 웹의 철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구글과 페이스북은 발끈했다.

경향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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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호주 서비스에서 뉴스 공유를 차단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뉴스만 깔끔하게 차단된 것이 아니라 각종 정부기관까지 차단돼 버렸다. 언론사들은 갑자기 페북 페이지 운영조차 못 하게 됐다. 당국자와의 대화 후 재개될 때까지 오히려 인터넷 생활에서 페이스북의 위력만 두드러지게 했다.

테크기업들은 이구동성 자신은 언론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플랫폼과 미디어는 다르다는 오랜 주장이지만 점점 모호해진다. 그래서인지 구글은 얼마라도 쥐여주기로 한 모양이다. 이미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으니 구글은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다. 인터넷 기업과 언론의 긴장관계, 그리고 결국 언론에 지불하기로 한 결론까지. 우리로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얼마라도 받았으니 이러한 전개는 언론의 승리일까?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정도의 추가수입으로 언론의 구조적 위기를 막을 수 없다. 다만 연명을 도울 뿐이다. 오히려 갑을관계가 정착되면 언론은 이빨을 잃는다. 한국에서도 포털이 갑이 돼버리니 그들의 정책과 사용자 행동을 취재와 독자보다 더 신경 쓴다. 언론의 많은 폐해는 이 구조가 잉태했다.

우리 모두 뉴스를 보러 포털에 들어간다. 아니 그들이 알아서 뉴스를 전달해준다. 스마트 워치로도 날아들어 온다. 최근에는 방역 QR을 위해 카카오와 네이버앱을 정부가 대신 깔아주고 있는 마당이다. 특종과 단독 하기에도 바쁜 언론, 앱도 만들어 보고 웹도 꾸며보지만 상대가 될 리 없다.

특종과 단독은 공이 드는 일이다.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언론 고유의 역할이기도 하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권력의 숨통을 끊어 놓는 숭고한 고양감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언론인의 긍지 이외에 하나가 더 필요하다. 그건 돈이다. 언론 수익의 두 축인 광고와 구독. 모두 디지털의 도래와 함께 무너져버렸다. 가짜뉴스도 정론의 기사 한편과 똑같은 글꼴, 똑같은 한줄, 똑같은 클릭이다. 더 자극적으로 더 빨리. 클릭을 수집해야 한푼이라도 된다. 언론의 열화는 시간문제였다.

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이다. 포털이 악화(惡貨)를 얼버무려 편집해 우리에게 보여주다가 사달이 나면 다들 자신은 언론이 아니라는 둥 알고리즘의 역할을 늘리겠다는 둥 피하지만 편집은 언론의 역할이다. 기계에 언론인의 긍지가 깃들기 어렵다. 악마적 편집의 1면은 주워들고 항의라도 할 수 있지만, 개인화된 뉴스에 내재된 편향은 그 물증을 잡기 어렵다.

이 난국에 대한 타파책은 세계적으로도 몇가지 없다. 하나는 포털 자체를 규제해 언론이 되든지 언론의 기능으로부터 손을 떼든지 선택하게 하자는 것. 독점금지법과 빅테크 해체론도 같은 맥락이다. 또 하나는 디지털 타게팅 광고에 특별 과세해 이를 기금화해 언론에 분배하자는 아이디어. 하지만 보조금은 더 위험한 의존을 낳고 언론의 자립심을 해치고 만다. 모두 쉽지 않기에 거인들의 상생과 자정 제스처에 매번 악수하고 또 한 해를 넘긴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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