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지키려 사이트에 광고 배제”

이하늬 기자
2021.01.25

‘코로나라이브’ 개발자 홍준서씨

코로나19 1차 대유행 시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내국인에 비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 200만명이다. 그때 확진자 정보, 접촉 인원, 입원한 병원과 완치 여부 등을 영어, 중국어, 힌디어, 인도네시아어 등 4개 국어로 알려주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코로나맵라이브’다. 이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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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홍준서씨(21)는 “외국인들도 국내 현황을 알고 위험한 장소는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익적인 사이트라 마치 정부에서 만든 것처럼 보였지만, 홍 개발자 혼자 기획하고 실행했다. 그는 호주 멜버른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을 마치고 입대를 위해 지난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코로나19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오픈한 확진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코로나라이브’도 홍 개발자 작품이다. 공식 확진자수 발표는 하루에 한 번만 이뤄지는데, 코로나라이브에서는 시간별로 확진자수를 알 수 있다. “재난문자를 실시간으로 받으면서, 다른 지역도 이런 문자를 받겠구나 싶었고, 그걸 전부 취합하면 실시간으로 확진자 정보를 알 수 있겠다 싶어서” 코로나라이브 사이트를 기획하게 됐다.

코로나라이브의 확진자수는 전국 모든 재난문자를 취합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코로나19 관련한 문자만 가져와 반영하는 방식으로 집계된다. 여기까지는 자동화가 됐다. 그렇지만 재난문자 중에 전날 이미 집계된 확진자가 있는지 여부는 홍 개발자가 직접 지방자치단체나 질병관리청 사이트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사이트 오픈 직후부터 몇달은 쉴 틈 없이 보냈다.

사이트의 누적 조회수는 1월 11일 기준으로 2억4000만에 이른다. 3차 대유행 시기에 특히 방문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최근에는 하루 평균 300만명이 사이트를 찾는다. 그런데 사이트에는 광고가 없다. “사이트 특성상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질 때 조회수가 늘어나는데, 많은 사람이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광고로 수입을 번다는 게 찝찝하고 개발자로서 초심을 잃는 것 같아서”다. 사이트 운영비는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애초부터 개발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개발을 접하기 전에는 건축 쪽을 전공하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프로그램 개발을 접하게 되면서 개발의 매력에 빠졌다. 그리고 코로나19는 그에게 또 다른 계기가 됐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사이트를 찾게 되면서 개발자로서도, 사회구성원으로서도 새로운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이트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취미는 축구다. 감염의 위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로나맵라이브와 코로나라이브 사이트를 관리하느라 축구는커녕 집에서도 거의 움직이지 못해 부모님이 건강을 걱정할 정도였다. 그는 “코로나19가 끝나면 일단 잠을 푹 자고 싶고 친구들과 축구를 좀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발자 홍준서가 아닌 21세 청년 홍준서다운 대답이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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