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먹으면 아랫배가 볼록해요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2020.08.03

“밥을 먹으면 기운이 더 가라앉고 체기가 있어요. 배에서 물소리도 자주 나고, 아랫배가 볼록해져요.”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내시경 검사 결과를 받고는 “위장이 아래로 처져 있다”면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위장이 탄력을 잃고 본래 위치보다 아래로 처진 경우를 위하수(胃下垂)라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늘어질 완(緩)을 써서 위완증(胃緩症)이라고 부른다.

백출(白朮)은 삽주의 뿌리줄기를 그대로, 또는 주피를 제거한 후 햇볕에 말린 것으로 소화불량·장염·설사 등과 식욕증진에 탁월하다./한국학중앙연구원

백출(白朮)은 삽주의 뿌리줄기를 그대로, 또는 주피를 제거한 후 햇볕에 말린 것으로 소화불량·장염·설사 등과 식욕증진에 탁월하다./한국학중앙연구원

식사량이 적고, 얼굴색도 푸석하다. 흔히 말하는 입이 짧고 예민하면서 마른 체형에서 자주 보인다. 과식으로 살집이 있는데 근육량이 적고 탄력이 없는 분도 있다. 위완증의 특징 중 하나가 만성 소화불량이다. 특히 기분이 나쁘거나, 너무 바빠 휴식이 부족하고 컨디션이 나쁘면 소화가 더 안 되고 체한다. 따라서 신경쇠약이나 우울증, 불면증과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많이 보인다.

이럴 때 국화과 삽주의 뿌리인 백출을 활용한다. 백출은 비위 기운이 허약하거나 소화기관의 연동운동이 느려지는 경우에 활용한다. 수분과 음식물이 적체되면 위장은 탄력을 잃고 늘어진다. 이런 상태를 한의학에서는 위장관에 꿉꿉한 습기가 그득하고 막혀 있다 하여 ‘비습저체(脾濕沮滯)’라고 표현한다. <동의보감>에 “약성이 따뜻하고 맛이 쓰면서 달고, 독이 없다. 비위를 건강하게 만들고, 소화기계의 제습 역할을 해주어 설사를 멎게 해준다”라고 나온다.

30대 후반, 결혼 4년차 여성 A씨는 무용학원 원장이다. 밥만 먹으면 온몸이 축 처지고 졸려 수업을 못 할 정도란다. 발레복을 입어야 하는데 아랫배가 볼록 튀어나와 스트레스다. 최근에는 설사를 자주 해 밥 먹는 것이 무서울 정도라고 한다. 검사지는 모두 정상이나 내시경을 하니 위장 위치가 좀 처져 있다. 소화제 이름을 여럿 읊는 것을 보아 그간 체기를 없애려고 부단히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맥은 아주 가늘면서 거문고 줄처럼 긴장된 현맥(弦脈)을 보여 과긴장 상태가 꽤 오래됐다. 얼굴의 각질도 심하고 울긋불긋하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상담을 하니 딩크족을 약속하고 결혼했지만 최근 아이를 갖고 싶어 부부간에 마찰이 있었다. 남편의 협조가 없어 우울하다. 하지만 임신계획은 표면적인 갈등이다. 그는 학원 확장, 개인레슨, 최근 논문까지 준비하다 이제 슈퍼맘을 꿈꾸고 있다. 불도저 같은 계획들이 실상 무리이다. 손은 두 개인데 서너 개를 다 가지려는 욕심, 그리고 그 욕망의 근원에 어릴 적부터 충족하지 못한 인정욕구가 있었다. 소유욕과 인정욕에 사로잡혀 풀리지 않는 갈증이 사업 확장과 학위, 엄마라는 이름을 탐하게 했다.

우선 정신과 감정의 소모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위장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입맛과 소화 기능을 되돌려줘야 한다. 과긴장을 풀어주는 체질 처방에 백출을 넣어주었다. 갈등과 불안은 건강을 해친다. 조급하고 안달하는 상황은 위장의 평활근을 무력하게 해 위장을 처지게 한다. 이럴 때 백출 같은 비위 기능을 높이는 약재가 유용하다. 다만 제습의 성질 때문에 건조하고 몸에 열이 강한 분들은 진액을 더 소모할 수 있어 상담 후 처방받기를 권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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