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예술 그리고 저작권

최영일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시사평론가
2020.07.20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타계했다. 그에 대한 추모의 열기는 지구상에 넘치고 있으니 그가 영화와 음악 등 현대문화에 미친 업적과 여러 권의 책으로 엮어도 모자랄 작품의 나열과 해설은 생략하기로 하자.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 / 경향DB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 / 경향DB

필자는 초등학생 시절, 추석 명절을 맞아 동네극장을 찾았다가 서부극과 코미디가 묘하게 결합된 <무숙자>라는 작품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것이 스크린에서 흐르는 모리코네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경험으로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는 <황야의 무법자>·<석양의 건맨>·<석양의 갱들> 등 마카로니 웨스턴의 열광적인 팬이 된다. 심야 라디오 영화음악실에서 들려주는 이 음악들은 마그네틱 카세트테이프로 녹음되어 청소년 시절,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인 ‘마이마이’(당시 일제 소니 워크맨은 비쌌기에)로 테이프가 닳을 때까지 무한재생되곤 했다.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서사적 영상과 모리코네의 감성충만 음악은 상업영화의 영역을 넘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같은 근·현대 역사물에 대한 이면 분석과 재해석에까지 이르렀다.

사회적 관심과 민주화 투쟁의 나날을 보내던 1980년대, 모리코네는 왈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이나 라틴아메리카의 ‘종속이론’을 영화로 스토리텔링한 듯한 <미션>에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같은 기막히게 아름다운 음악의 옷을 입혔고, 영화 미디어에 대한 검열의 역사를 풍자한 <시네마 천국>을 음악의 천국으로 마법을 거는가 하면, 인도 빈민촌에 뛰어든 의사의 고뇌를 그린 <시티 오브 조이>에도 생명을 불어넣었다. <미션>·<시티 오브 조이>의 롤랑 조페 감독은 라스트신에 존 레넌의 <이매진>이 흐르던 <킬링필드>를 포함해 르포르타주를 추구한 작품들의 감독이기도 하다. 청년 시절, 모리코네의 음악을 가장 많이 들었던 곳은 대학로에 있던 인켈 오디오홀. 당시는 디지털화된 CD와 LD를 프로젝터로 쏴서 뮤직비디오가 재생되던 시절이다.

모리코네의 이후 작품은 <러브 어페어>·<피아니스트의 전설>·<캐논 인버스> 정도로 기억에 남는데 21세기는 짧고 강렬한, 스트리밍, 다운로드 음원의 시대로 완전히 변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영화음악 작곡가가 된 동기는 가난 때문이었다 전해진다. 클래식 음악가로는 먹고살기 힘들어 손을 댄 부업이 주업이 된 결과랄까. 그런데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의 저작권은 이탈리아 음반사인 ‘빅시오(Bixio)’에 있고, 이것이 업무상 만들어진 위탁 저작물이므로 창작자 개인의 권리는 철저히 음반사에 유린당해야 했던 약 35년의 아픈 세월이 있다. 훗날 이탈리아법과 미국법이 충돌한 저작권 재판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뒤늦게 되찾아오게 된 법정투쟁의 역사가 있었다는 서글픈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아, 이런. 결국 그의 작품의 시대적 나열이 되지 않았느냐고? 그렇지 않다. 이 글은 그의 음악 반세기와 딱 걸친 필자의 인생 50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하기야 우리 시대 누가 그렇지 않은 이가 있을까마는.

<최영일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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