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성격 검사 ‘MBTI’ 맹신하지 마세요

목정민 과학칼럼리스트
2020.07.06

얼마 전 방송된 MBC 인기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과 이효리, 비의 MBTI 성격 유형이 공개돼 인기를 끌었습니다. 출연자 세 명의 성격 유형이 TV에서 보던 그들의 모습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자 웃음이 났습니다. 비와 이효리의 MBTI 궁합이 최악이라는 내용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배꼽을 잡았습니다.

인터넷 인기 끄는 검사는 출처 불분명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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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자기소개로 MBTI 유형을 공개하기도 한답니다. MBTI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유추해보기 위해서인지 MBTI 유형을 직접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MBTI를 모르면 대화가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MBTI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직업 적성검사 등 사용 분야도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MBTI에 너무 몰입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MBTI 성격 검사법은 통계를 바탕으로 신뢰도 높게 구성된 성격 검사법이 아니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MBTI는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줄임말로, 1921년 만들어진 성격 유형 검사 툴입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성격 검사법입니다. 이 검사를 만든 사람은 미국의 심리학자 캐서린 브릭스와 그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입니다. 두 사람은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이론을 토대로 사람의 성격을 4가지 분야에서 각각 2가지로 나눴습니다.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외향형(E)과 내향형(I), 선호하는 인식에 따라 감각형(S)과 직관형(N), 판단 방식의 선호도에 따라 사고형(T)과 감정형(F), 선호하는 삶의 패턴에 따라 판단형(J)과 인식형(P)으로 나누었습니다. 이 성격이 조합되면 총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무료 MBTI 검사 사이트(16 personality)는 브릭스와 마이어스가 만들어낸 원조 MBTI와는 다릅니다. 한국어판 MBTI 검사 출판권을 보유한 업체에서 공식적으로 “MBTI에 대해 자격이 없는 영국 회사에서 MBTI의 지표를 도용해 만들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MBTI의 지표가 단순하다 보니 이렇게 도용해서 새로운 검사법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생깁니다.

16 personality 검사 결과에서 알파벳 4글자 뒤에 새로운 알파벳이 붙는 것도 정식 MBTI를 변형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TI 검사는 문항에 대해 ‘그렇다/아니다’ 2개 중 한 개를 선택하도록 돼 있는데 16 personality 검사는 5단계 척도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돼 있는 점도 다릅니다.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MBTI)는 지난 100여 년간 이론적인 근거가 약하고 신뢰도가 낮다는 측면에서 심리학자와 임상심리학자들에 의해 비판받아 왔습니다. ‘비과학적’이라는 지적도 많이 받았습니다. MBTI는 카를 융의 이론을 토대로 제작됐습니다. 그런데 융의 이 이론은 학문적으로 검증된 이론이 아닙니다. 체계화된 실험이나 데이터로부터 나온 이론도 아니었습니다. 융이 이 이론을 만들 때만 해도 실험심리학이 본격 태동하기 이전입니다. 즉 현대 심리학이 기반을 둔 이론적 바탕과 MBTI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론적 바탕이 다릅니다. 융의 이 이론은 현대 심리학에서는 성격 및 심리 검사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융은 자신이 구분한 4종류의 성격 유형이 엄격히 분류되지 않고 대강의 경향성만을 띤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보통 내향적이지만도 않고, 외향적이지만도 않습니다. 내향적이고 외향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MBTI는 ‘모 아니면 도’식으로 한 가지 유형에 대해 양분화된 분석을 내립니다. MBTI가 성격 유형을 해석하는 데 있어 편견을 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범주화시켜 자신의 성격을 양극단으로 규정짓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는데, MBTI 결과는 인간의 이러한 본성과 맞아떨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플라세보 효과도 MBTI 결과에 빠지게 만드는 이유로 보입니다. 플라세보 효과는 실제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인데도, 사람의 신념(마음가짐)에 따라 효과를 나타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심리학자들이 연구나 임상에서 사용하는 성격 검사 도구는 따로 있습니다. ‘5가지 성격 특성 요소(Big Five)’라는 것입니다. 이 검사 도구는 심리학자들이 오랫동안 실제 실험과 통계를 바탕으로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5개(외향성, 개방성, 성실성, 신경증, 원만성)라고 만든 이론입니다. 이 5가지 요소는 문화권에 상관없이 골고루 나타났습니다. 사람마다 5개 요소의 특성이 높고 낮음이 달랐을 뿐입니다. 심리학자들은 5가지 성격 특성 요소를 심리학 연구에 사용하고, 논문으로 출판하고 있습니다.

해석에 편견 담지 말아야

MBTI 유형별 궁합, 유형별 상처받는 말 등 다양한 콘텐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산되고 있습니다. 또 이 콘텐츠를 소셜미디어(SNS)상에 공유하며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입니다. MBTI가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과거 별자리 운세나 혈액형 성격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콘텐츠를 볼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MBTI의 성격 중 특정 측면만을 과도하게 부각해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MBTI 검사는 성격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E일 수도, I일 수도, S일 수도 N일 수도 있다는 등 성격의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콘텐츠를 보면,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은 ‘인싸’, 내향적인 사람의 경우 ‘아싸’로 통용됩니다. 다시 보면 MBTI의 다양한 면을 인정하지 않은 채 외향적이어야 사회적이고 인싸가 될 수 있다는 다분히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투영된 해석으로 보입니다. MBTI에서 말하는 내향적이라는 말은 에너지가 안쪽으로 향한다는 의미이지 아싸가 되는 성격은 아닌 것입니다.

MBTI 궁합도 다양한 콘텐츠가 인터넷상에 유통되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닙니다. MBTI를 심심풀이로 해볼 수는 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안 될 것입니다.

<목정민 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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