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작가’의 시대착오적 <더 킹>

김원희 스포츠경향 기자
2020.05.11

뚝 떨어진 시청률에 ‘스타작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 방송 2주 만에 시청률 하락을 보였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탓에 ‘국민드라마’를 써온 그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SBS <더 킹: 영원의 군주>

SBS <더 킹: 영원의 군주>

지난 4월 17일 첫 방송된 SBS 새 금토극 <더 킹: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더 킹>은 김 작가의 신작이자, 김 작가의 뮤즈인 이민호와 김고은이 뭉쳐 제작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더 킹>에 시청자들은 ‘공감불가’라는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방송 첫 주 시청률은 11%를 넘기며 이름값을 톡톡히 보는 듯했다. 그러나 방송 2주차에는 9%대로 추락, 시청자들의 혹평이 고스란히 시청률로 나타났다.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게 한 가장 큰 요인은 구식 캐릭터들의 시대착오적 로맨스다. ‘이과형 남자’와 ‘문과형 여자’라는 고리타분한 작품의 기본 소개글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파리의 연인>·<신사의 품격>·<태양의 후예>·<상속자들>·<도깨비> 등 김 작가의 작품은 항상 완벽한 남성 주인공과 평범한 여주인공이 티격태격하다 사랑을 키워가는 구성을 지녀왔다. 흔히 말하는 ‘순정만화식 구성’이다. 2017년 종영한 <도깨비>까지는 통했던 이 카드가 3년 사이 변화된 시청자들의 감성에 따라 구식이 됐다.

남주인공의 일방적인 ‘직진 로맨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25년간 만남을 기대해왔다는 이유로 이곤(이민호 분)이 처음 만난 정태을(김고은 분)을 다짜고짜 끌어안거나 일방적인 고백과 함께 “황후로 맞이하겠다”라고 통보하는 모습은 설렘 대신 황당함을 안긴다. 과거 ‘심쿵유발’이라 불렸던 이런 전개도 이제는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불쾌한 스킨십일 뿐이다.

‘주체적인 여성’에 대한 캐릭터 표현은 겉핥기에 그친다. 정태을은 강력반 형사, 구서령(정은채 분)은 총리로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는 직업을 가졌다. 그러나 캐릭터에 대한 표현은 고루하기 짝이 없다. 정태을은 형사로서의 능력이나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보여주는 대신 남주인공의 ‘로맨틱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용됐다. 구서령은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진보적인 타이틀에도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 착용하지 않는데다 타이트한 레드시스루 드레스를 입고 ‘황제의 여자’ 자리를 노리는 구식 행보를 보인다.

남성에 대한 성희롱적 발언도 ‘말장난’으로 등장한다. 이곤이 참가한 조정경기를 보던 한 여성은 “역시 남자는 적게 입고 많이 움직여야 돼”라며 즐거워한다. 역성차별에 대해 꼬집는 블랙코미디를 그린 것이 아니라면, 남성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과 기준을 드러내는 발언으로 질타받아 마땅하다.

김 작가는 tvN <미스터 션샤인>(2018)을 통해 ‘김은숙 월드’까지 구축하는 듯했다. 이전 작품들과 차원이 다른, 업그레이드된 작품성의 <미스터 션샤인>이 있었기에 다음 작품에도 기대를 걸 수 있었다. 그러나 <더 킹>으로 한 발 퇴보했다. 방송계 안팎에서 스타작가의 세대교체 타이밍이 아니냐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김원희 스포츠경향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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