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화끈, 짜증 나고 힘들 때, 칡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2020.04.27

“칡이 혈압에 좋대. 난 당뇨에 좋다고 들었는데, 우리 엄마는 갱년기에 좋다고 매일 먹던데…. 칡차는 꿀을 타서 숙취 해소에 먹지, 운동선수들은 근육 통증을 잡는다고 물처럼 마시던데?” 가만히 듣던 친구는 “뭐야, 만병통치네”라고 말하며 마무리한다.

칡은 덩굴성 활엽목본으로 늦여름 잎겨드랑이에 홍자색의 꽃이 달린다. 칡의 뿌리는 ‘갈근’이라고 하는데 말려서 끓여 먹거나 생으로 갈아먹는다./위키피디아

칡은 덩굴성 활엽목본으로 늦여름 잎겨드랑이에 홍자색의 꽃이 달린다. 칡의 뿌리는 ‘갈근’이라고 하는데 말려서 끓여 먹거나 생으로 갈아먹는다./위키피디아

칡(갈근·葛根)은 콩과의 넓은잎 덩굴나무의 뿌리로 우리나라 들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약성이 약간 차갑고 단맛에 독이 없다. 풍한두통이라 하여 감기나 피로 몸살로 뒷덜미부터 어깨, 허리까지 뻣뻣하게 굳고 머리 아픈 것을 치료한다. 주독을 풀어주고 갈증을 멈추며 위장을 활발히 움직여 소화를 잘 시켜주니 가슴의 열을 내려준다”고 되어 있다.

앞선 대화처럼 효능은 여러 가지지만 그 원리는 하나다. 바로 ‘긴장감 이완’이다. 갈근이 뇌에 어떻게 작용하며, 특히 호르몬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주는지 살펴보자.

20대 중반의 A씨는 특이하게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땀을 흘려 티슈를 건넬 때도, 진맥을 위해 시계를 풀어달라고 하니 그때도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긴장되고 위축된 심리상태가 신체에 반영된, 경직으로 인한 병이 예상되었다. 진맥에서도 활시위처럼 팽팽한 현맥(弦脈)에 불안으로 리듬이 깨진 동맥(動脈)이 나왔다. “뭐 그리 열심히 산데요. 속상하네.” 한마디에 얼굴이 빨개지며 울음을 터뜨린다. 매일같이 먹는 두통약과 목과 어깨에 늘 붙이는 파스 때문에 피부가 아프다며 파스를 끊게 해달라고 한다.

대학에 차석으로 입학하고 늘 상위권을 유지해 여러 자격증과 인턴 경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종 면접만 가면 떨어진다고 한다. 질문이 오면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눈에 들어갈 정도로 나면서 두통과 어지러움이 온다고 한다. 그러니 면접을 망치고 “죄송합니다”로 마무리한다고 한다. 이렇게 사과를 잘하는 그가 생리 일주일 전엔 말만 시켜도 분노조절이 안 되는 생리전증후군이 온다고 한다. 폭식으로 풀어 비만해지고, 생리통에 변비까지 심했다.

갈근을 주가 되게 넣고, 자율신경 과민을 안정시키는 황금과 복부의 가스를 빼줘 호흡을 원활히 하는 무씨, 나복자를 함께 처방했다. 한 달 반쯤 지나 두통약을 찾는 날이 드물어지고 증상이 완화되었다.

권혜진 원장

권혜진 원장

갈근의 이소플라본 성분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분자구조로 효능과 작용 역시 비슷하다. 함유량이 대두나 석류보다 월등히 높아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대표격이다. 생리전증후군이나 히스테리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여성들은 한번쯤 들었을 것이다. 에스트로겐이 높으면 마음을 진정시키는 세로토닌,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아세틸콜린, 의욕을 높이는 도파민 등이 전체적으로 뇌를 활성화시켜 안정감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에스트로젠은 생리 1~2주 전과 폐경기에 현저히 낮아지면서 안면 홍조, 감정 기복, 근육 통증과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럴 때 갈근을 처방하면 호르몬 균형을 잡아주고, 관상동맥을 이완시켜 심장 박동과 혈압이 안정된다. 두통과 근육 통증이 잡히고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좋아져 긴장감을 없애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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