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삼 처방한 여학생에게 어떤 변화가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2020.03.02

한약재 가운데 좋은 것엔 삼(蔘)이 들어간다. 인삼(人蔘)·홍삼(紅蔘)·사삼(沙參)에 해삼(海蔘)까지. 그중 약간 낯설지만 최근 그 효과가 탁월해 주목받는 삼이 하나 있다. 바로 단삼(丹蔘)이다. 붉은 삼을 뜻하는 단삼은 홍삼처럼 쪄서 색이 변한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확연한 붉은색을 띤다.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인 단삼의 뿌리와 근경을 건조한 것으로 성미(性味)는 약간 차갑고 맛은 쓰다. 붉은색 하면 심장과 혈액이 떠오른다. <동의보감>에는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고, 저리면서 아파 팔다리를 편히 못 쓰는 것을 치료한다. 묵은 피를 없애고, 새로운 피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여 썩은 농을 잘 배출시키고, 새살을 잘 돋게 한다. 또한 자궁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월경이 고르지 못한 것을 치료한다. 자궁출혈과 냉대하에도 효과적이다”라고 나온다. 심장과 간의 혈액순환을 도와 간비종대·관상동맥경화·협심증과 고지혈증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 최근 연구가 많이 되는 약재다.

단삼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5~6월에 자주색 꽃이 줄기에서 층층으로 달려 핀다./국립백두대간수목원

단삼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5~6월에 자주색 꽃이 줄기에서 층층으로 달려 핀다./국립백두대간수목원

어혈(瘀血)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어혈은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은 모든 상황과 그로 인한 증상을 총칭한다. 단순하게 멍과 같은 피내출혈로 인한 혈관종, 근육 뭉침부터 혈관 직경이 좁아지면서 오는 혈액순환장애, 혈관 내피의 염증이나 손상, 관상동맥경화성 심장병 등 그 범위가 넓다. 한의학에서 어혈을 치료한다고 했을 때는 그 목표와 방법도 다양하다. 단삼을 활용해 어혈을 치료한 사례를 살펴보자.

권혜진 원장

권혜진 원장

50대 여성 ㄱ씨는 본래 딸의 보호자로 왔다. 딸이 생리 때만 되면 허리와 골반이 끊어질 듯 뻐근하고, 날이 갈수록 생리통약의 복용량이 늘어나도 통증이 잡히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어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데, 밥만 먹으면 배가 남산만큼 더부룩하고, 늘 명치가 답답해 머리가 멍해지는 증상을 호소했다. 단삼을 포함한 자궁순환 한약을 처방했고, 3개월 뒤에는 생리통약도 끊고 불편감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두꺼운 허벅지가 늘씬해지고 그득한 뱃살이 빠진 데 주목했다. 나는 다이어트약을 처방한 적이 없다. 그저 자궁순환을 잘 시켜주고 어혈을 제거해주었을 뿐이다. 어머니가 조용히 원장실로 찾아와 말한다. 온갖 살 빠지는 한약부터 건강기능식품, 운동에 마사지를 받아도 뱃살이 안 빠지는데 혹시 자기도 어혈이 있냐고 했다. 그렇게 단삼이 포함된 처방을 두 달 정도 복용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단삼이 무슨 역할을 했을까?

골반강에는 복부 내장과 방광, 직장, 내 생식기, 여성의 경우 난소와 자궁 등의 장기들, 그리고 이를 잡아주는 인대와 근육이 있다. 여기서 혈액순환이 떨어진다면 복부에 가스가 차오르고, 속이 차가워지면서 지방이 쌓이게 된다. 변비까지 있다면 뱃살이 늘어나는 건 시간문제다. 단삼이 하복부의 어혈을 제거해 각 장기의 기능이 활발해지면서 부가적으로 뱃살과 허벅지 살이 빠진 것이다. 다만 단삼은 혈액순환을 빠르게 해 월경량이 많거나 임산부의 경우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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