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특성화고 바람직한가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2019.12.16

지난 11월 서울교육청은 AI(인공지능) 전문 고졸 인재 양성을 위해 2021년부터 특성화고 10곳을 전환해 AI고·빅데이터고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서울 지역 모든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AI 의무교육을 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교육당국이 AI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고등학교에서 AI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말에는 실소가 나온다. 물론 교양으로 AI를 가르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AI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문제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전문 지식으로서 AI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관점에서 최상급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국내와 해외의 유수 기업들이 AI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전쟁을 벌이는 현실을 생각해보라. 기존에 경력 10년 이상 되는 소프트웨어 인력도 단기간 내 습득하기 힘든 게 바로 AI 기술이다. 만일 AI 전문 지식을 습득하는 게 쉽다면 기존 소프트웨어 인력이 손쉽게 AI 전문가로 변신해 더 좋은 기업,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기업으로 이직했을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의료 분야와 비교해보자. 의대생으로 6년을 공부하고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 인턴 1년, 레지던트로 4년 정도를 일하고 다시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야 겨우 전문의가 될 수 있다. 통상 11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단순히 의사 면허 시험 합격만이 아니라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공부하고 수련을 하는 것은 실제로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과 경험을 갖출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AI도 오랜 세월의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 이미 AI가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곳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AI는 제조·교통·금융·유통·의료 등 모든 산업과 결합해 비즈니스 효율성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안전·재산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능도 중요하지만 버그·오류·해킹의 위험이 최소화되어야 하고,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전문가로서의 윤리 의식도 중요하다.

정리하면 AI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최상급에 있는 전문 지식이며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서울교육청의 이번 발표 내용을 들여다보면 AI에 대한 무지와 무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당장 내년(2020년)에 신입생을 모집하면서 이를 위해 필요한 AI 전문 교사도 교과서도 전무한 상태다. 서울교육청은 2020년 8월까지 교과서를 개발하고 학기 중 야간 연수와 방학 중 연수를 통해 6개월 만에 20명의 AI 전문 교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고등학생에게 AI를 교양으로 가르치는 것, AI에 대해 특별한 재능이 있는 학생을 위해 커리어패스를 제공하는 것에는 찬성한다. 아니 그건 찬성 정도가 아니라 장려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AI고를 급조하고 여기를 졸업하면 AI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건 학생과 학부모를 기만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류에 편승하는 것과 트렌드에 맞춰가는 것은 다르다. 둘의 차이는 결국 고민과 내실의 차이다.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기 전에 먼저 AI가 과연 어떤 수준의 전문 지식인지부터 이해해볼 것을 교육당국에 제언한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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