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 라스트 워-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람보, ‘진짜’ 마지막

최원균 무비가이더
2019.10.28

제목 람보: 라스트 워 (Rambo: Last Blood)

제작연도 2019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01분

장르 액션

감독 애드리언 그런버그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이벳 몬레알, 파즈 베가, 세르지오 페리스-멘체타

개봉 2019년 10월 23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실베스터 스탤론은 그동안 영화계에서 보여준 능력과 성취에 비해 대중들에게는 상당히 폄훼받는 인물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근육질의 몸으로 승부하는 상업 액션배우로서의 이미지가 크게 각인된 때문인데, 실제로 그는 제작·연출·각본은 물론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출중한 능력을 발휘해온 만능 엔터테이너다.

스탤론은 무수한 영화에서 많은 캐릭터들을 연기해왔지만, 특별히 2명의 인물에게 큰 애정을 쏟아왔다. 하나는 자전적 비애와 투지가 가득 녹아 있는 ‘록키’였고, 또 하나는 1980년대 반전문화의 토대 위에 탄생한 ‘람보’다. 2개의 이야기는 상이한 분위기로 평행선을 그리며 개별적 시리즈로 이어졌지만 오랜 시간 동안 진화와 퇴보를 반복하며 숙성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시리즈들이 단순히 상업적 기획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두 캐릭터에 대한 스탤론의 변함없는 애정이 있었고, 이제 ‘록키’와 ‘람보’는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2008년 공개된 네 번째 속편인 <람보 4: 라스트 블러드>는 ‘존 람보’가 고향으로 향해 걸으며 끝이 난다. 시리즈를 통틀어 처음으로 람보의 고향이 언급되는 결말에서 우리는 시리즈의 끝을 인정했고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마무리라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스탤론은 그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람보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진짜’ 마지막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잔혹한 폭력과 애잔한 인간애의 결합

고향 집으로 돌아와 오랜 이웃인 마리아(아드리안나 바라자 분), 가브리엘(이벳 몬레알 분) 모녀와 함께 살고 있는 람보(실베스터 스탤론 분)는 그의 인생을 통틀어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렇다. 이제 곧 대학 진학을 앞둔 가브리엘은 마치 딸과 같은 존재로서 건조한 그의 삶에 유일한 목적과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친부를 만나겠다며 멕시코로 간 후 실종되고 만다. 람보는 가브리엘을 찾아 멕시코 국경을 넘으며 억누르고 살아왔던 살인병기의 본능 역시 다시 한 번 넘어서게 된다.

매번 <람보> 시리즈를 볼 때면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닫고 당황한다. 액션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람보>의 폭력수위는 엔간한 공포영화를 능가한다는 사실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살인 장면들이 등장해온 만큼 마지막 편을 자처한 이번 작품은 기교와 규모 면에서 최고의 폭력성을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 대결의 주무대가 말 그대로 람보의 ‘홈그라운드’이니 오죽하겠는가? 적들은 그의 얼굴조차 마주치지 못한 채 잘리고, 터지고, 곤죽이 되어 추풍낙엽처럼 쌓여간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영화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런 폭력성에 대응하는 인간적 고뇌와 정서 역시 충분히 확보되어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요소요소에서 이를 위해 공들인 흔적이 역력히 목격된다. 특히 정신적 트라우마와 육체적 고통 속에서 평생을 견뎌온 인물인 람보의 내면과 마지막 선택이 충분히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

아름다운 기억을 위한 아쉬운 이별

이 작품의 원제는 ‘Last Blood’다. 첫 작품의 제목이 원래 ‘First Blood’였던 점을 생각하면 수미상응을 이루는 최종편의 제목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원래는 그냥 <람보>라는 싱글 타이틀로 공개된 3편이 국내에 개봉되며 <라스트 블러드>란 부제를 달아버리면서 어쩔 수 없이 이번 작품의 한국 제목은 <람보: 라스트 워>가 되었다.

육체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노장 배우 스탤론에게 록키나 람보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감당하기 버거워지는 과거의 영광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록키> 시리즈는 일찌감치 흑인 복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크리드> 시리즈를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하지만 <람보>는 어쩔 수 없이 스탤론 스스로가 아니면 종결할 수 없는 숙명의 캐릭터일 수밖에 없다. 과연 스탤론 스스로가 생각하는 람보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고,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살아가야만 한다”는 극중 람보의 대사는 당연히 스탤론 자신의 고백이기도 하다. 어느덧 고희를 넘긴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은 가장 아꼈던 분신들을 하나둘 먼저 떠나보냄으로써 실존하는 배우로서의 자신을 완성해가고 있다.

스탤론의 분신 <람보>의 역사

첫 작품은 1982년 제작됐다. 작가 데이빗 모렐의 소설을 각색한 1편은 월남전 참전 후 심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던 존 람보가 사회적 편견과 폭력에 대항해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단순한 액션영화 이상의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었다. 원제목은 소설 그대로 <퍼스트 블러드>지만 북미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람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고, 국내에서도 1993년 <람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시네프리뷰]람보: 라스트 워-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람보, ‘진짜’ 마지막


속편인 <람보 2>는 1985년 공개됐다. 살인병기인 람보란 인물의 캐릭터성에 집중한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는 전편을 뛰어넘는 큰 성공을 거두며 람보는 80년대 미국문화를 대표하는 시대적 아이콘이 된다. 하지만 애초 원작이 가지고 있던 주제의식이나 철학이 대부분 증발되면서 작품의 가치평가는 그만큼 하락했다.

1988년 공개된 <람보 3>는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소련군에 인질이 된 상관을 구출하는 람보의 활약상을 다룬다. 미국 내에서도 비평이나 흥행 면에서 최악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엄청난 수입가와 무자비한 가위질까지 더해지며 논란이 되었다. 과도한 폭력성도 작품의 가치를 실추시키는 데 크게 한몫했는데, 공교롭게 이는 이후 시리즈에서도 꾸준히 유지된다.

<람보 4: 라스트 블러드>(2008)의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람들의 반응 대부분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 놀라움이라는 것이 그리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는데 전편 이후 20년이 걸린 속편인 것도 화제였지만 3편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던 탓에 ‘람보’란 이름이 이미 과거의 추억이 돼버린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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