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괴-액션, 판타지, 미스터리를 사극에 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2018.09.17

허구의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인 만큼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 등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꼬박 만 1년 이상의 시간이 투자된 <물괴>의 후반작업은 어느 정도 완성도를 성취한 듯 보인다.

제목 물괴 (物怪/ Monstrum)

제작연도 2018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05분

장르 액션 판타지

감독 허종호

출연 김명민, 김인권, 혜리, 최우식, 박성웅, 박희순, 이경영

개봉 2018년 9월 12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여름성수기의 아쉬움을 뒤로 한 극장가는 발 빠르게 추석명절 준비에 돌입했다. 명절인 만큼 외국영화보다 한국영화들이 좀 더 유리한 입장인 것은 사실인데 운만 좋으면 연말까지 흥행세를 이어가는 갑절장사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유독 한국영화의 경쟁이 치열하다. 나름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배급사들이 각자 비장의 카드로 내놓은 작품은 <명당>, <물괴>, <안시성>,

<원더풀 고스트>, <협상> 등 다섯 편으로 정리된다. 이중 세 편이 사극이다. 그리고 세 편은 추석 직전 같은 날인 19일에 개봉한다. 비슷한 소재나 분위기의 작품이 겹치지 않는 것이 대견하다. 호사가들은 이런 속보이는 과잉경쟁 부터가 이미 제살 깎아먹기라 비판하고 있지만 어떻든 경합이 있으니 승패는 날 테고 영화 각각의 완성도만큼이나 마지막에 누가 미소 지을지 결과가 궁금해진다. 이 중 치열한 경쟁에 한발 앞서 출발선에 선 작품이 12일 개봉하는 액션 판타지 사극 <물괴>다.

역병의 재난으로 나라가 황폐화된 중종 22년, 여기저기서 기괴한 생명체에 대한 목격담까지 출몰한다. 중종(박희순 분)은 자신을 압박하려는 영의정 심운(이경영 분)의 계략이라 확신하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속수무책이다. 왕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과거에 어쩔 수 없이 유배를 보냈던 내금위장 윤겸(김명민 분)을 불러들여 진실을 파악토록 명한다.

한국영화의 다양한 장르 확장

시장의 형평성은 논외로 하고 한국영화의 장르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괴수를 조선시대 배경으로 볼 수 있다니 그 기획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은가. 물론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006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여러 측면에서 한국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작품이다. 생소한 소재와 시도에 녹아든 봉준호 특유의 사회비판적 시각은 괴수물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할리우드에서조차 새로운 성취로 크게 환영받았다. 이듬해인 2007년, 온 국민을 여러 측면에서 흥분에 몰아넣었던 심형래 감독의 <디 워>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거대괴수물이었고 심지어 전 세계적인 배급을 시도한 작품이었다. 놀랍게도 포털 영화정보에 의하면 심형래 감독의 <디 워 2: 미스테리즈 오브 더 드래곤>이 2020년 개봉 예정이라고 검색된다.

2009년 거대 멧돼지를 등장시킨 신정원 감독의 <차우>(2009)나 제주도 남단 석유시추선을 배경으로 한 김지훈 감독의 <7광구>(2011) 등이 한국 현대 괴수물의 명맥을 가늘게 잇긴 했지만 완성도나 흥행의 모든 면에서 그리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볼 만한 화면에 비해 구태의연한 이야기

아무래도 허구의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인 만큼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 등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꼬박 만 1년 이상의 시간이 투자된 <물괴>의 후반작업은 어느 정도 완성도를 성취한 듯 보인다. 인상적인 것은 특수효과의 활용이 단순히 괴물 창조에만 편중된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의 배경이라든가 등장인물들의 액션까지 다각도에서 균질하게 사용되고 있음이 포착된다는 점이다. 적어도 볼거리에서만큼은 관객들의 기대를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 조심스럽게 평가해본다.

관건은 이야기다. 조선실록에 기록된 단 몇 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 이야기인 만큼 애초 현실성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괴수의 출몰이 기록된 중종 22년(1527년) 6월 17일을 전후로 해 익히 알려진 몇몇 역사적 사실들도 활용되고 있긴 하지만 이후는 온전히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새로운 영역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익숙한 관습의 밀림에 불시착한 모양새다. 이야기를 창조하며 들인 노력과 정성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존 장르영화에 충실히 부합하는 인물들과 사건의 전개를 답습하는 데 올곧이 집중되고 있다. 빈번하게 목격되는 억지스런 설정들도 영화의 몰입에 방해가 된다.

그럼에도 <물괴>는 이번 추석 특수를 노리고 개봉하는 5편의 한국영화들 중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작품임이 분명하다. 중장년층까지 넓게 흡수할 수 있는 사극이라는 형태 안에 젊은 관객들이 선호하는 액션,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까지 종합적으로 담아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 말이다. 명절에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오락영화란 고정관념에서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한국 역사 속의 괴물들

[터치스크린]물괴-액션, 판타지, 미스터리를 사극에 담다

과거로부터 수많은 목격담과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는 유명한 서양의 괴물들도 실체가 확인된 적은 없다. 과거 소년지의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히말라야 설원의 ‘예티’나 로키 산맥 일대에서 끊임없이 목격담이 전해진 숲속의 ‘빅 풋’, 지금은 조작으로 결론이 난 스코틀랜드의 네스 호 밑에 살고 있다고 알려졌던 ‘네시’, 국가와 시대를 초월해 꾸준히 출몰이 언급되는 외계인 등은 여전히 현대인들의 호기심과 공포를 자극하는 괴이한 생명체의 대명사다. 반면 국내에는 괴물에 대한 목격담이 많지 않다. 이번 <물괴>에 등장하는 괴생명체는 조선왕조실록에까지 기록된 것이라 하니 영화를 떠나서도 호기심이 꼬리를 문다. 진실은 무엇일까? 정말 괴물이 존재했을까? 아니라면 괴물로 오인된 동물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더 나아가 과거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괴물의 수는 얼마나 되고 어떤 것들이 있었나?

한국사 강사인 역사가 김영준씨는 지난 8월 말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팩트체크] 영화 물괴1 : 중종 22년 궁내 괴물 난입 사건의 진실’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발 빠르게 게시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역사적 사실들을 일목요연하게 해설해 유용해 보인다.

더 많은 토종괴물들이 궁금하다면 ‘곽재식의 옛날이야기 밭’이라는 블로그도 방문해볼 만하다. 사료나 구전에 근거해 한국에 존재했다고 전해지는 괴물들만을 2007년부터 전문적으로 수집, 분류, 소개한 블로그로 ‘괴물 백과사전’이라는 부제를 단 공지(https://oldstory.postype.com/post/558741/)의 색인을 통해 230여종에 이르는 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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