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제작사연합의 ‘볼멘소리’

2017.08.22

연예제작자들이 공식적으로 볼멘소리를 냈다. 아니, 실상은 그보다 힘이 더 들어간 불만 표출이다. 동시에 약자의 처지를 알아 달라는 읍소이기도 하다. 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불안정한 생태계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내보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로 구성된 음악제작사연합은 이달 9일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 미디어의 매니지먼트 산업 진출 반대”를 골자로 한 성명서를 냈다. 음악제작사연합은 방송사가 지나친 사업 확장으로 연예기획사의 업무영역을 침해하고 있다며 거대 미디어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독식에 유감을 나타냈다. 말미에는 소규모 기획사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생의 길을 찾자고 제안했다.

으뜸 원인은 방송사의 아이돌 그룹 제작 프로그램에 있다. 엠넷은 지난해 101명의 여자 연습생을 모집해 11인조 신인 걸 그룹을 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내보냈다. 방송은 매회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경연을 통해 데뷔한 I.O.I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올해에는 11인조 보이 밴드를 제작하는 두 번째 시즌을 방송했다.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그룹 워너원이 이달 7일 발표한 노래들은 큰 인기를 얻으며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소속 연습생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데뷔의 꿈까지 이루니 기획사 입장에서는 기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데뷔 뒤에는 달갑잖은 상황이 벌어진다.

Mnet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공식 포스터(왼쪽)와 「아이돌학교」의 포스터. / Mnet

Mnet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공식 포스터(왼쪽)와 「아이돌학교」의 포스터. / Mnet

그룹이 완성되면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한 방송사가 음반 제작, 음원 유통, 방송 출연이나 공연 섭외 등 매니지먼트 전반을 관장한다. 때문에 기존 기획사는 한순간에 연습생을 알선하는 인력소개소쯤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것이 음악제작사연합이 불평을 터뜨린 가장 선명한 배경이다. 기획사들은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을 양자로 보내는 씁쓸한 기분도 들 듯하다.

애석한 일이긴 하나 그들이 토로하는 작금의 위기는 모두 본인들이 자초한 것이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 같은 그룹이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본 기획사들은 너도 나도 아이돌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멤버들을 육성하고 음반을 내기까지 많은 비용이 들지만 제대로 히트하면 투자금액을 회수하고도 남는다. 대박을 노리고 이 시장에 분별없이 진입한 기획사가 무척 많다. 이로써 연습생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프로듀스 101>은 연습생들에게, 그리고 기획사들을 위한 그럴싸한 대안이 됐다. 프로그램은 연습생들의 출세 욕망을 이뤄주는 구름판 역할을 했다. 기획사들은 소속 연습생은 물론 회사도 자연스레 홍보가 되니 좋다. 트레이닝 체계가 부실한 신생·소규모 회사는 검증된 시스템에 연습생을 의탁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프로듀스 101>은 연습생과 기획사의 욕구를 모두 충족했다.

연예제작자들이 억울해하는 부분은 방송사가 매니지먼트까지 싹 다 해먹는다는 점이다.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이 이 분야, 저 분야 가리지 않고 상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최자가 그 자리를 통해 결성된 그룹의 관리를 맡는 것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하다. 이것이 아니꼬우면 연습생을 내보내지 않으면 된다. 이는 반드시 집단행동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 프로그램은 제작될 수 없고, 이와 같은 상황이 거듭될수록 방송은 힘을 잃는다. 음악제작사연합은 연합체를 조직하는 근본적인 이유부터 되짚어봐야 할 것 같다.

<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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