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에 담은 ‘사랑’과 ‘행복

김경은 편집위원
2017.05.16

UCC공모전, 사진공모전, 미술공모전, 웹툰공모전, 일러스트공모전, 디자인공모전….

이처럼 많은 공모전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표디자인공모전만큼 관심과 인기를 끄는 공모전은 흔하지 않다. 공모전 자체가 우취인들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공모전은 우표전시회와 같이 많은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서 이벤트를 하는 것은 아니다. 우표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상상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 그 자체가 축제라는 것이다. 공모전에 응모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우표수집 등에 깊은 관심이 있다는 게 우정사업본부 관계자의 말이다.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은 “‘우표는 인류문명의 목격자’라는 말이 있다”면서 “‘문명의 목격자’로서 우리가 사는 사회의 시대정신과 우리의 삶과 문화를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바로 우표공모전”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주최로 열리는 우표디자인공모대전은 지난 1992년 시작되었다. 1996년부터 세계 대회로 그 규모가 확대돼, 세계인이 함께하는 지구촌 우표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우표를 사용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참가자가 줄어들었지만 한때는 무려 1만339명이 참가(2009년)했다.

위쪽 왼쪽부터 고슴도치의 사랑, 사랑으로 가득한 우리집, 아래쪽 왼쪽부터 가족의 웃음, 우편의 행복

위쪽 왼쪽부터 고슴도치의 사랑, 사랑으로 가득한 우리집, 아래쪽 왼쪽부터 가족의 웃음, 우편의 행복

우표가 갖는 상징성도 공모전 참가의 의미를 배가시킨다. 우표의 으뜸 상징성은 만국의 소통언어라는 점이다.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세계의 모든 우표는 발행과 동시에 만국우편연합(UPU)에 보내지고, UPU는 이를 받아 세계 각국에 다시 보낸다. 모든 국가의 모든 우표가 공유되는 것이다. 공모전에서 당선된 디자인은 우표로 발행된다. 이 때문에 우표디자인공모전 심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우취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주제 표현력, 디자인의 독창성, 우표로서의 적합성 등을 기준으로 엄격한 심사가 진행된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른 표절을 가리기 위해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해 당선작이 우표로 발행됐다. 2016년 우표디자인공모전 주제는 ‘사랑’과 ‘행복’이었다. 모두 2670점이 출품됐다. 외국인도 163점을 출품했다. 이 중 20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예술성을 갖춘 작품들이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한결같은 평가였다. 이들 작품 중 대상과 금상 작품이 지난 5월 2일 우표로 발행됐다.

‘사랑’ 주제 우표는 일반부문의 ‘고슴도치 사랑’(이수정·대전시 유성구)으로 가시 같은 털로 뒤덮인 새끼 고슴도치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엄마 고슴도치의 모습을 하트 모양으로 표현했다. 직감적으로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함함하다’는 털 따위가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는 뜻이다. 또한 청소년 부문의 ‘사랑으로 가득한 우리 집’(정서한·다산학교)은 다양한 가족관계와 그들이 만들어 가는 가족 사랑의 방식을 밝고 사랑스럽게 담았다.

‘행복’ 주제 우표는 일반부문의 ‘가족의 웃음’(장숙영·서울시 영등포구)으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의 행복한 일상을 담았다. 그리고 청소년 부문의 ‘우편의 행복‘(임유라·서울디자인고)은 편지를 받던 설렘을 잊어버리고 있던 우리에게 편지가 주던 두근거림과 행복을 일깨워준다.

전문 디자이너들의 작품에 비하면 다소 투박하고 세련미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정겹다. 우표디자인 수상작들을 보면서 가족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이번 기회에 ‘사랑하는 ○○에게’로 시작하는 손편지를 써야겠다. 아마도 아이들도 아빠의 편지가 이야깃거리나 놀잇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아이들 노는 소리가 만세소리보다 백 번은 귀하’다. 그게 사랑이고 행복이니까.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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