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사고실험 문학이다

2017.04.11

[신간 탐색]SF는 사고실험 문학이다

SF의 힘
고장원 지음·추수밭·1만8000원

SF, 다시 말해 과학소설 장르의 폭은 넓다. 다루고 있는 주제의 깊이도 남다르다. 게다가 이미 현실은 SF가 유추해낸 길로 가고 있다. 오늘날 로봇공학의 제1 전제로 활용되고 있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 대표적이다.

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SF작가이자 평론가인 고장원씨가 낸 신간이다. 인공지능과 유전공학, 우주개발, 세계화, 세계의 종말, 유예된 죽음…의 주제로 나눠 SF가 상상 또는 추론해낸 미래세계의 딜레마와 예견을 다루고 있다. 책에서 고장원씨는 이렇게 말한다. “과학소설은 점쟁이 문학이 아니다. 가능성의 문학이며 변화의 문학이다. 과학실험과 마찬가지로 초기 전제를 입력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유추하는 사고실험의 문학이다.”(444쪽)

SF를 읽고 보고 체험하는 (문학뿐 아니라 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매체는 타 장르와 마찬가지로 다양해졌다) 경험이 주는 매력은 이 ‘사고실험’의 그럴 듯함이다. 예를 들어 외계인 또는 문명과의 ‘첫 접촉(first contact)’은 이 책이 다루는 중요 주제다.

저자는 이때까지 SF가 다룬 이 만남을 셋 중 하나라고 요약한다. 1. 평화협력 관계 2. 갈등으로 우주전쟁, 결과적으로 지구인의 승리. 3. 외계인이 승리해 지구 정복. 이어 저자는 제4의 가능성을 거론한다. 4. 서로에게 철저하게 무관심하거나 노력해도 상호 의견교환이 불가능한 경우. 통속적인 SF작품에 담긴 외계인의 모습은 그 시대의 역사적 고정관념과 세계관을 담은 것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제안한다. “역설적이지만 외계인에 대한 다채로운 묘사들은 뜻밖에도 우리 자신에 대한 지식을 상당 부분 늘려준다. (…)

달리 말하면 남(외계인)을 사려 깊게 이해하게 될수록 우리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식의 열린 사고가 우리에게 체화된다면 언젠가 진짜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 조우하게 되는 날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지 않겠는가.” 이것이 바로 SF의 힘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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