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우표’를 발행하는 까닭은?

김경은 편집위원
2017.03.14

우정사업본부는 2월 20일 멸종위기동물 시리즈의 일환으로 ‘산양 우표’를 발행했다. 2015년 늑대, 지난해 수달에 이어 세 번째다.

산양 우표는 잊혀진 기억을 되살렸다. 2012년 10월 26일 진행된 환경부와 대구환경청이 주최한 ‘산양의 날’ 행사가 그것이다. 이 행사는 멸종위기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었다.

새삼스럽게 궁금증이 생겼다. 왜 산양인가. 멸종위기동물은 수없이 많다. 국립생물자원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멸종위기 야생동물만 246종이다. 저어새, 반달사슴곰, 흰꼬리수리, 대륙사슴, 삵…. 우리 귀에 익숙한 동물도 적지 않다. 그런데 ‘멸종위기동물의 날’이 아니라 ‘산양의 날’로 정한 의도에 의문이 생겼다.

산양이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정사업본부는 2월 20일 멸종위기동물 시리즈 세 번째로 산양 우표 2종 60만장과 소형시트 8만세트를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는 2월 20일 멸종위기동물 시리즈 세 번째로 산양 우표 2종 60만장과 소형시트 8만세트를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우선 우리나라의 대표적 멸종위기동물이다. 산양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다. 산양은 사실상 천적이 없다. 수직과 같은 가파른 절벽에서 산다. 늑대, 스라소니, 이리와 같은 포식자의 공격권 밖에 산다. 산양은 또 비슷한 생태적 위치에 있는 염소와는 경쟁조차 피한다. 그들과 대면조차 할 수 없는 곳에 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산양은 서식지에서 멀리 떠나지 않는 습성을 갖고 있다. 이동거리는 기껏해야 1㎞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겨울에는 양지 바른 절벽의 한편 동굴에서 2~5마리가 군집생활을 하며 추위를 이겨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 개체수가 급감했다. 지금 남한에 생존하는 개체수는 800여마리에 불과하다. 불과 50여년 전인 1960년대에는 6000마리가 넘었다. 이렇게 된 데는 사람의 손을 탔기 때문이다. 산양은 한때 없어서 못 먹는 건강식품이었다. 또 희귀성 높은 산양 박제는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최근 들어 사람들의 밀렵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후변화다. 산양은 악어, 바퀴벌레와 함께 ‘살아있는 화석동물’로 불린다. 우리나라 산양은 200만년 전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현재까지 외형이 거의 변하지 않은 희귀한 동물이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산양이 폭설과 폭우와 같은 이상기후를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산양은 우리에게 또 다른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한반도의 생태축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종복원기술원은 산양에 대해 “한반도 생태계를 지탱하는 백두대간의 주인공”이라며 산양 보호를 역설했다. 생태축은 다양한 생물의 보금자리가 되고 이들이 마음껏 살아가는 중심이 되는 지역이다. 그곳이 바로 백두대간이다. 백두대산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다.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 오대산, 월악산 등이 산양의 서식지다. 산양의 멸종은 백두대간 생태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됐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오는 2030년까지 강원도 월악산에 최소 100마리의 산양을 살게 해 설악산과 오대산 산양들과 자연 번식이 가능한 생태축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산양은 산악지대에 살지만 실은 우리와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12간지의 ‘양’띠의 주인공이 바로 산양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양은 1970년 호주에서 대량으로 들어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서식한 것이다. 본래 우리나라에 살던 동물이 아니다. 이 산양의 기록은 인류 최초의 암각화에 남아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의 벽면에는 사슴·노루·호랑이·멧돼지·고래 등과 함께 산양이 묘사돼 있다. 우리나라 산양은 염소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턱에 수염이 없는 게 눈에 띈다. 또 암수 모두 머리에 뒤로 굽은 짧은 뿔이 나 있다. 목에는 흰점이 나 있다. 다리는 굵고 발끝이 뾰족하고 험한 바위에서 활동하기에 적합한 발굽을 갖고 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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