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백제 문화유산 우표

김경은 편집위원
2016.11.08

‘구다라나이(くだらない)’라는 일본어가 있다. 이 단어의 어간은 ‘구다라(百濟)’이고 어미는 ‘나이(없다·아니다)’이다. 그대로 해석하면 ‘백제가 아니다’가 된다. 그런데 지금 사용되는 실제의 의미는 ‘사소하다’, ‘보잘것없다’이다. 즉 백제 것이 아니면 쓸모없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구다라나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무엇일까. 시바 료타로는 <가도를 간다>에서 “백제를 구다라라고 불렀으며 백제는 큰 나라라는 뜻이었다”면서 “‘문화선진국 백제를 부러워한 데서 나온 말”이라고 밝혔다. 일본문화의 파종기 역할을 한 백제에 대한 칭송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의미다. 그런 실례들은 참으로 많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불상, 구다라관음(百濟觀音)이 있다. 이 불상은 백제가 7세기 초 나라(奈良) 시대 때 일본 왕실에 선물한 것이다. 홍윤기 전 외대 교수가 쓴 <일본 속의 백제, 구다라>에는 “이 불상의 본래 이름은 허공장보살(虛空藏菩薩)이었다”면서 “18세기쯤부터 본래의 명칭은 사라져버리고 이 사찰에서조차도 ‘구다라관음’이라고 부르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10월 28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시리즈 두 번째로 ‘백제역사지구’ 우표 2종 총 40만장을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는 10월 28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시리즈 두 번째로 ‘백제역사지구’ 우표 2종 총 40만장을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구다라나이’는 고대 동아시아 국가들의 상호교류의 역사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그 중에서도 백제가 그 중추적인 역할을 했음을 확인시킨다. 수많은 역사적 기록물과 문화재들이 백제의 역할을 증언하고 있다. 그 증거들은 동아시아를 뛰어넘는 인류의 자산이다. 2015년 인류의 공동의 유산으로 세계가 이를 인정했다. 백제역사지구가 우리나라 유형문화재로서는 13번째(문화유산 12·자연유산 1)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지정 지역은 공주~부여~익산을 잇는 백제의 왕도였다. 부여의 정림사지와 관북리 유적(왕궁터), 그리고 부소산성(낙화암과 백마강), 능산리 고분군(백제 후기의 고분), 나성(사비성), 공주의 공산성(산성)과 송산리 고분군(무녕왕릉), 익산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 등 총 8곳이다. 이들 백제 유물은 백제문화의 우수성은 물론 고대 동아시아의 활발한 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다. 백제의 고고유적과 건축물은 중국, 일본의 고대 왕국과 비교할 수 있는 독창적 문화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 한성~공주~부여~익산으로 이어지는 수도 입지 역시 백제의 해양성·개방성·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건국 당시부터 바다를 이용해서 가까이는 중국과 일본, 멀리는 인도까지 해양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문화국가를 꿈꾸던 백제의 웅지를 알 수 있기도 하다. 더불어 석탑, 고분, 성곽 등에 나타난 정교한 건축기술과 예술성은 백제인의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미학적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이 같은 자랑스런 백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백제의 가치창출’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들도 만만찮다. 살아있는 유산으로의 기능을 회복하고 합리적 시스템을 통한 보존과 관리뿐만 아니라 자랑스런 우리 문화를 활용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을 세우는 데 우리의 의지와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우정사업본부가 그런 요구에 부합하기 위한 작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백제역사지구’ 우표 2종을 발행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리의 우수하고 독창적인 문화유산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시리즈 우표를 발행하고 있다. 백제역사지구는 지난해 남한산성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이번에 발행한 우표에는 지폐 인쇄에 사용하는 요판인쇄기술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잉크의 두께감을 느낄 수 있는 기술로, 색깔이 선명하고 세밀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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