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문화 정착 KBO리그 기념우표

김경은 편집위원
2016.10.18

프로야구 페넌트 레이스가 8일로 마무리됐다. 두산, NC, 넥센, LG, 그리고 기아가 가을 야구축제에 초대됐다. 1982년 출범해 서른다섯 해를 맞는 올해 한국프로야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정규시즌 누적 관중이 9월 29일로 800만명을 넘었다. 이는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래 누적 관람객 수가 1억3000만명이 넘었다. 원년에는 143만여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1998년에 열린 200만 관중시대는 2004년까지 지속됐다. 2008년에는 500만명의 관중을 회복(1995년 한 차례 500만명 돌파)했다. 2011년 600만, 그리고 2012년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6개로 출발한 구단(팀당 80경기)이 지난해 10개(팀당 144경기)로 늘어나 경기 수가 많아진 게 관중 증가의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다.

우정사업본부는 7일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우표 10종 70만장을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는 7일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우표 10종 70만장을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관중의 양적 성장은 질적 도약을 부르는 법이다. 프로야구가 선진국형 건강한 여가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야구장은 가족이 함께 찾을 수 있는 놀이터로 변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안락한 테이블 관람석도 생겨났다. 외야에 마련된 잔디밭에서는 바비큐나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도 있다. 네일아트, 메이크업, 타로점 등 여성 공간도 늘어났다. 가족 나들이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트 장소로도 활용된다.

질적 변화과정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여성의 참여다. 여성들이 야구장을 찾은 것이다. 프로야구 초창기까지만 하더라도 야구장에서 여성은 소수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10명 중 4명이 여성 관중이다.

한국프로야구 경기장에는 드라마틱한 경기 못지않은 볼거리가 있다. 바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 프로야구의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응원문화다. 응원문화는 선수나 팀을 응원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경기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가 됐다. ‘야구장의 꽃’이 된 치어리더가 빠른 템포의 응원가에 맞춰 춤을 추고, 관중은 몸을 흔들며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비닐 응원봉’은 다른 나라에 수출까지 됐다. 선수와 응원단이 함께 경기를 즐기는 것이다.

관중의 이 같은 능동성은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함께 증폭되면서 새로운 야구문화를 만들어냈다. ‘보는 야구’를 넘어 ‘함께하는 야구’, ‘보러가는 야구장’이 아니라 ‘즐기러 가는 야구장’이 된 것이다. 그래서 관중 한 사람 한 사람이 응원하는 팀의 ‘10번타자’가 되는 것이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어는 여가선용을 즐기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로 정의했다. 그는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놀이는 스포츠, 예술은 물론 우표수집, 장난 같은 것까지 망라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놀이는 그 자체로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가치와 의미란 정신의 재충전을 뜻한다.

우정사업본부도 프로야구를 통한 가치 확대에 나섰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를 소재로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스티커우표로 발행된 우표는 10개 구단 로고가 그려진 모자와 구단 캐릭터를 담았다. 특히 캐릭터는 특수인쇄인 유광을 적용하여 반짝거리는 느낌을 두드러지게 했다. 각 구단 로고는 엠보싱을 가미하여 입체감을 높였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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