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제닝스 국제사무노동조합연맹 사무총장 “한상균 석방운동, 국제적인 논의”

백철 기자
2016.09.27

/ UN 한국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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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세계 최대의 국제 산별노조인 국제사무노동조합연맹(UNI)의 필립 제닝스 사무총장이 한국을 찾았다. 추석 이후 파업을 예고한 금융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UNI 가입 노조 지도부를 만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일정은 6일 오후 있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면회였다. 방한 2일째인 이날 오후, 제닝스 사무총장은 한 위원장을 만나러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유리벽과 창살을 사이에 두고 마주선 두 사람에게 허락된 시간은 10분이었다. 통역 때문에 실제로 대화를 나눈 시간은 7분여에 불과했다. 면회가 끝나고 두 사람은 유리창을 사이에 둔 채 손바닥을 마주대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이날 저녁 기자는 제닝스 사무총장을 만났다. 기자가 한 위원장을 ‘미스터 한’으로 부르며 면회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자 제닝스 사무총장은 한 위원장을 ‘브라더(형제) 한’으로 다시 부르며 대답했다. 제닝스 사무총장은 양손으로 따옴표를 치는 흉내를 내며 “제일 먼저 브라더 한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 위원장이자 세상 모든 노동자 계급의 위원장이다. 전 세계의 노동자 계급이 브라더 한의 석방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 노동자들은 한 형제나 마찬가지다.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브라더 리’, 한 위원장 면회 직전에 만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브라더 킴’으로 불렀다. 제닝스 사무총장은 10여년 전 수감생활을 하던 이 의원을 만났던 일을 회상했다. 2001년 금융노조 위원장이었던 이 의원은 파업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다. “(15년 전) 브라더 리를 감옥에서 만났던 때가 기억난다. 그때 우리는 열린 공간에서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유리창 때문에 말도 잘 들리지 않고, 뒤에서 경찰이 필기를 하는 가운데 짧은 시간만 대화할 수 있었다. 브라더 한은 범죄자가 아니다. 그는 정치범이다.”

영국 웨일스 출신인 제닝스 사무총장이 보기에 한국은 이해하기 힘든 나라다. 특히 그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법외노조가 된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정부가 권고한 조합원 자격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노조 자체를 비합법화한 것은 내 입장에서는 정말 대단하고(off the scale),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며 “이는 환상 속에서나 나올 법한 독재자의 정치와 같다”고 말했다.

제닝스 사무총장에게 다른 나라에서도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구속된 사례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당장은 사례가 생각나지 않는다는 듯, 몇 초간 이마를 잔뜩 찌푸렸다. “노동조합 간부나 조합원이 파업 때문에 해고된 일은 많지만, 브라더 한처럼 노동조합의 대표가 구속되는 상황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G20이라고 불리는 민주국가에서 노동조합에 가해지는 탄압 중 (한상균 구속이) 가장 심각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브라더 한의 석방을 위한 국제적인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국제적 노조 조직체인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과 기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포괄하는 국제노동조합 기구들 사이에 ‘한상균 석방운동’에 관한 대화가 이뤄졌다며 UNI 본부가 있는 스위스에 돌아가는 대로 캠페인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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