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통일부장관 ‘출세의 달인’ 최악의 성적표를 받다

원희복 선임기자
2016.07.26

공무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비롯한 장관, 입법부의 국회의원, 사법부의 판사 모두 그렇다. 이런 공무원들이 제 역할, 즉 제 밥값을 하느냐를 따지기 위해 행정학에서 다양한 척도와 기법을 개발한다. 그 중 하나가 ‘행정비용’이다. 직급별 행정비용은 인건비는 물론 사무실 유지비, 비품비에다 고위직의 경우 비서 인건비까지 계산했다.

요즘에는 뭐가 캥기는지 발표하지 않지만 과거에는 공무원 직급에 따라 행정비용을 산출해 발표했다. 그것도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시간단위로 산출했다. 2002년 기준으로 장관의 행정비용은 시간당 1만1800원이었다. 그때 장관 연봉이 8000만원선에서 지금 1억2000만원선으로 50%나 올랐으니 행정비용 역시 50% 올라 지금은 2만3000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즉 장관 한 명이 하루 별 볼 일 없이 지냈다면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 18만4000원을 낭비한 것이다.

“개점휴업 통일부는 하는 일 없는 4무”
그런데 장관이 하루가 아닌 한 달, 아니 몇 해, 그것도 장관뿐 아니라 1개 부처 전체가 ‘탱탱 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설마 그런 부처가 있을까’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 국회의원들에게 그런 질타와 평가를 받는 부처가 있다. 다음은 6월 27일 국회 외무통일위원회에서 오고 간 대화록이다.

/ 김정근 기자

/ 김정근 기자

김경협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런 상황이라면 통일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존재이유에 대해 회의가 있다. 통일부는 지금까지 뭐했나, 지금 뭐하고 있나, 앞으로 뭘 할 건가?

홍용표 장관 …(입을 굳게 다물고 정면을 응시했지만 뒤에 앉은 실·국장 등 간부들은 아예 눈을 감고 있다)

김 의원 북한 경제에서 대외 의존도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홍 장관 저… 저… 아무래도… 정확히 모르겠구요.(어쩔 줄 몰라한다)

김 의원 그러니까, 이런 문제 전혀 분석을 안 해 놓으니… 대북제재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홍 장관 제재 초기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파악 못해….

박병석 의원(더민주당)은 “중국·북한 교역량이 10% 줄었다는데, 같은 기간 한국과 중국의 교역량은 9.1%가 줄었다. 이는 전 세계적 교역량의 감소로 봐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홍 장관은 “지난 4월 이후 철광석은 크게 줄고…”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장관, 철광석은 46% 늘고, 석탄이 28% 준 거예요. 사실을 정확히 해야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장관은 “예… 그… 아, 그 부분에 대해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라고 얼버무렸다.

장관이 국회의원보다 기본적인 수치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보통 이럴 경우 뒤의 국·실장 등 주요 간부가 수치를 적은 메모를 전달하는데, 그냥 놔 두고 있었다. 마치 ‘실컷 난타당해 보라’고 떼민 분위기였다. 홍 장관은 얼굴이 붉어져 왼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습관을 반복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더민주당)의 지적은 더 날카로웠다. 국회에서 다선 의원, 그것도 고위직을 지낸 의원들은 보통 점잖게 ‘격려성’ 질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6선을 역임한 문 의원은 “항간에 떠도는 말로 ‘통일부 개점 휴업’이라고 한다, 말로만 통일부고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통일부는 4무(無)라고 한다. 첫 번째 무지다.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무능하다. 북한이 핵·미사일 쏘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셋째 무책임하다. 우리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반성이 없다. 넷째 무대책이다. 무조건 제재하는 제재 끝판왕이다.”

홍 장관은 “억울하다, 기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홍 장관의 결사적 항변에도 뒤에 앉은 한 간부는 하품을 하는 ‘한가로움’을 연출했다.

홍 장관은 ‘출세의 달인’이라고 할 정도로 ‘관운’이 좋은 사람이다. 한 단계도 아닌 두 단계 승진을, 그것도 두 번이나 거듭했다. 그런 사람이라면 업무능력에 대해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매우 뛰어나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앞서 국회의원 지적대로 혹평 일색이다. 이는 <국가가 알려주지 않는 공무원 승진의 비밀>이라는 책을 쓴 기자의 관점에서 분명 탐구 대상이다. 그 비법을 전체 공무원들에게 알려야 할 책무까지 느낀다.

그는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83학번)를 나왔다.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석사장교로 6개월 복무했다. 그리고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유학해 1995년 ‘국가안보와 정권안보 : 남한 이승만 정부의 안보정책, 1953~1960’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굳이 영국까지 가서 한국 이승만 정부의 안보정책을 연구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승만 정부에 대해 국내에 훨씬 많은 자료와 전문가가 있을 텐데 말이다. 외국 대학에서 한국문제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는 것은 ‘돈만 있으면’ 매우 쉽고도 편한 일이다.

1996년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그는 2001년까지 통일부 산하 연구기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바로 이 경력이 그가 통일문제를 천착한 기간이다. 사실 홍 장관은 북한문제, 그 중 북한 미사일 전문가이다. 그는 연구원에 있던 1999년 <북한의 미사일 개발 전략>이라는 책을 냈다. 이 저서의 주요 요점은 다음과 같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통일연구원 출신, 북한 미사일 전문가
‘한·미·일은 북한 미사일 개발을 정치적 방법으로 협상을 통해 억제해야 할 것’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미국 본토 공격능력을 확보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다시 시험발사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에 섣불리 군사적 대응을 취할 경우, 오히려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 대북 제재로 일관하는 지금 정부 정책과 정반대다. 그가 쓴 책의 지론대로라면 우리 정부의 8월 을지프리덤 훈련 등 북한 섬멸을 목표로 한 군사훈련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은 북한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홍 장관의 통일연구원 경력은 득도 있지만 실도 있다. 사실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위원은 본부 행정 공무원에 비해 권한이 미약하다. 10년 전까지 ‘별 볼 일 없던’ 을(乙)의 입장이던 그가 장관으로 등장했을 때 갑(甲)의 위치에 있던 공무원들은 어떤 심경일까. 국회에서 장관이 쩔쩔매는 것을 뒤에서 ‘즐기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어찌됐든 이는 장관이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두 단계 승진을 두 번씩이나 한 홍 장관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는 한양대 교수를 하다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실무위원으로 참여했다. 보통 인수위에 실무위원은 3~4급 과장급이, 전문위원은 2급 국장급이 파견된다. 그는 인수위 실무위원으로 통일부에서 파견나온 과장급과 같이 근무했다. 보통 인수위 전문위원이 청와대 비서관(1급)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전문위원을 제치고 자신이 비서관으로 갔다. 과장급에서 국장급을 뛰어넘어 실장급이 된 것이다.

지난해 홍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정세균 의원(현 국회의장)은 인수위에서 상사로 모시던 전문위원이 1급 부하로 있는 점을 들어 조직장악 문제점을 우려했다. 당시 정 의원은 “심각한 것은 부처 장악력이다…. 그 부처 장악할 자신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홍 장관 내정자는 “자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불행히 정 의원의 우려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청와대 비서관(1급)에서 곧장 장관이 된 것도 마찬가지다. 차관급을 뛰어넘어 곧장 장관이 되는 것은 공직에선 전례없는 일이다. 전례없는 초고속 출세의 비결은 무엇일까. 홍 장관은 청와대 비서관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구상’을 만드는 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일대박론과 드레스텐 구상은 지금 공허한 구호로 끝나는 분위기다. 통일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그는 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에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견을 내는 것도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사실 그는 남북·통일문제에서 뚜렷한 연구적 업적이나 학자적 소신을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 홍 장관은 교수시절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옹호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2005년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보수적 교수들의 모임인 뉴라이트 싱크넷 창립에 참여했다. 박근혜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가담했다. 따라서 그는 분명한 소신이나 신념에 개의치 않는, ‘시류’에 민감한 정치학자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청와대 비서관에서 장관으로 고속 승진
그는 2012년 새누리당 대선캠프에 참여하며 본격 정치에 몸을 담았다. 그리고 인수위에서 두 단계 승진해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됐고, 청와대 비서관에서도 두 단계 승진해 장관이 됐다. 일을 잘한다면야 두 단계 승진이나 곧장 장관 임명도 문제되지 않는다. ‘출세의 달인’답게 ‘업무도 달인’이면 용서된다.

그러나 홍 장관은 앞서 국회 지적대로 취임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 통계수치를 모르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다. 현안 파악이 안 되니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홍 장관은 2월 12일 개성공단 폐쇄를 발표하며 “개성공단 임금의 70%가 북한의 핵무기, 장거리미사일 고도화에 쓰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094호를 정부 스스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르자 말을 바꿨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핵·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안에 대해 청와대와 통일부가 전혀 조율되고 있지 않은 난맥을 노정한 것이다.

지난 4월 8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의 집단탈북 사실을 발표한 것은 더욱 문제다. 4·13 총선 직전, 탈북민 신변안전 원칙을 깨고 이례적으로 사진까지 공개한 것은 정치적 ‘북풍’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통일부는 탈북자 보호를 이유로 변호인 접견을 차단하고 있다. 유엔에서 조사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객관적 지수나 평가도 통일부에 혹독하다. 지난 6월 27일 통일부 업무보고를 보면 올해 예산 365억여원 가운데 5월 말 기준으로 32.7%의 집행률을 나타냈다. 보통 예산 조기 집행 기준은 상반기에 60%를 쓰도록 권유한다. 권유치의 절반밖에 안 된다. 공무원이 예산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국무총리실이 각계 전문가를 동원해 측정하는 2015년 정부업무평가에서 통일부가 최하 등급인 ‘미흡’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22개 장관급 기관 중 미흡 판정은 국방부·복지부·국민권익위원회 4곳뿐이다. 연거푸 두 단계나 ‘특진’시켜 맡긴 홍용표 장관의 통일부 성적표는 그야말로 최하위인 것이다.

그래서 전임 유길재 통일부 장관이 떠나면서 “통일부 장관, 누가 가도 되는 자리였다”라는 말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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