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드론과 자율주행차에 우리를 맡길 것인가

2016.06.07

드론이 무질서하게 우리의 머리 위 공간을 위협할 것에 대한 대비책은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적용된 기술을 드론에도 적용한다면 꽤 안전한 기계가 될 것이다.

드론은 처음 태어날 때만 해도 사회적인 기계가 아니었다. 무릇 모든 기계가 사회적이건만, 여기서 ‘사회적인’ 기계라는 말을 굳이 쓰는 이유는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사회적 삶에 영향을 미치고 바꾸는 기계를 따로 지칭하기 위해서다. 요즘 드론이라고 하면 헬리콥터 모양이 변형된 멀티콥터를 말하지만 원래 드론은 무인기라는 뜻이었다. 그런 드론은 군사용 무인기와 비행기 애호가들이 취미로 날리는 무선조종 모형 비행기라는 두 가지 기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폐쇄된 집단이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기계는 아니다.

드론이라는 말 자체는 수벌을 의미한다. 수벌처럼 하늘에 떠서 윙윙대고 돌아다닌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사실 군사용 드론은 민간인이 접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나온 사진으로나 접하는 것이고, 밀리터리 마니아들이나 관심을 가질 물건이었다. 즉 군사작전이라는 것이 정치적인 것이고 이념과 각종 논란에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것이지만 드론이 탈레반 지도자를 공격하는 유튜브 화면은 까마득히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이국적인 사건일 뿐이다. 그래서 군사용 드론은 충분히 사회적 기계는 아니다. 드론의 또 다른 조상인 모형 비행기도 소수의 취미에만 머물던 것이었다. 이것도 사회적 기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지난 5월 18일 드론규제프리존 시범사업 시연회 참가 업체의 무인항공기가 재난 지역에 구호물품을 떨어뜨리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5월 18일 드론규제프리존 시범사업 시연회 참가 업체의 무인항공기가 재난 지역에 구호물품을 떨어뜨리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동모터 장착으로 다루기 쉬워져
그런데 드론 기술의 기원에 대해 사람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측면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모형 비행기의 전동화이다. 옛날의 모형 비행기는 내연기관을 썼기 때문에 연료를 넣어줘야 하고 따로 배터리를 연결하여 시동을 걸어주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 연료에서 나오는 그을음은 비행기를 더럽혔고 그걸 닦는 것도 성가신 일이었다. 그리고 연료를 넣는 비행기의 엔진은 바로 시동이 걸리지 않아 애를 먹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모형 비행기에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동 모터가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다루기가 대폭 편해졌다. 오늘날의 드론이 여전히 내연기관을 쓰는 것이라면 그렇게 많은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드론 한 번 날리자고 연료통과 연료펌프, 엔진 스타터와 별도의 배터리를 갖춰야 하고, 그것들을 다루는 것은 모터에 배터리만 연결해 스위치 넣고 윙~ 날리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거추장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을 썼을 때는 사회적 기계가 아니었던 모형 비행기가 모양을 약간 바꾸자 갑자기 사회적 기계가 되어 온갖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 변화는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다. 도대체 드론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단순히 헬리콥터가 멀티콥터로 변한 기술적인 변화가 드론의 위상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 같지는 않다. 중요한 변화는 항공기술에 대해 기대하는 효용과 편익이 많아졌다는 데 있을 것이다. 즉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드론에 시킬 것이 많아졌고, 더 작게 만들어서 더 많은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진 것이다. 그래서 사고 후 3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위험한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 현장을 찍을 수 있고, 작아진 드론으로 누구나 항공촬영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드론에 의한 사생활 침해? 현실은 어떤 기술에 의해 생기는 편익에 비해 문제의 비중이 현저히 작으면 문제점을 덮어두는 편이다. 토목기술자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교량의 난간을 가리키며 난간을 더 높고 두껍고 튼튼하게 하면 차가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하는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런 사고의 확률은 대단히 낮은데 그걸 위해 많은 돈을 쓸 수 없다고 했다. 기술이란 효용 대 비용, 효용 대 부작용 등 여러 가지 변수들 사이의 균형관계를 따져보고 개발하든지 한다. 당장은 드론의 효용이 문제점보다는 커 보인다. 그래서 드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CCTV에 의한 사생활침해 논란이 있었지만 범죄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된 일이 많은 후로 그런 논란이 쑥 들어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은 잠수 드론까지 개발 계획 밝혀
사회화된 기계 드론의 현실적인 위상을 알아보기 위해 기사를 검색해 보니 다양한 주제의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 ‘격랑의 남중국해, 중국의 봉쇄 맞서 미 잠수 드론 투입’, ‘탈레반 지도자 만수르, 미 드론 폭격으로 사망’, ‘울산 드론 페스티벌 이모저모’, ‘산업통상자원부, 고흥 섬지역, 영월 산간에 드론 택배’ 등 기사는 군사·정치·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안방으로 만들려는 내해화(內海化) 전략을 채용하자 미국은 함정 드론과 잠수 드론을 개발해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드론이 하늘에서 내려와 수상과 수중으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 속에서는 전파가 거의 통하지 않는데 잠수 드론을 어떤 식으로 조종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서 드론에 의한 살상이 벌어지고 있을 때 한반도의 남쪽에서는 드론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울산은 산업의 도시답게 울산 드론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드론 조종의 챔피언이 신기에 가까운 조종술을 보여주기도 하고, 울산과학기술대의 어느 교수는 울산에 앉아서 서울의 드론 수십 대를 조종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식으로 드론은 우리 삶에 불쑥 다가왔다. 마치 소리 없이 하늘에서 다가오듯이. 그러면서 드론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온갖 착한 일들이 기사로 떠오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라남도 고흥의 섬지역과 영월 산간 같은 오지에 드론으로 택배를 보내는 실험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그런 것이다. 그런데 드론이 가져다 줄 밝은 미래에 대해 기뻐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보자. 자동차가 나오면서 길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곳이 됐다. 물론 자동차가 나오기 전의 옛날에도 산길은 산도적이나 호랑이 때문에 위험한 곳이었으나 그런 위험은 항상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동차가 모든 길을 뒤덮어버리자 길은 기본적으로 위험한 곳이 됐고, 우리의 인생은 태어나서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항상 차조심을 해야 하는 위험한 것이 돼버렸다.

드론이 보편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로가 위험하다고 해도 머리 위에는 시원하고 안전한 푸른 하늘이 있어서 답답한 가슴도 뚫어주고 마음의 위안도 줬다. 만일 드론이 배달이니 사진촬영이니 레저 스포츠니 온갖 명목으로 많아진다면 머리 위의 하늘은 더 이상 푸른 공간이 아니라 위험의 공간이 될 것이다. 물론 철저히 관리하고 통제하면 된다. 그런데 기계는 작아질수록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인도 위를 마구 질주하고 신호는 절대로 지키지 않는 배달 오토바이를 보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오토바이처럼 작은 기계인 드론이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만일 공항에서 쓰는 항공관제 시스템처럼 모든 드론들의 움직임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모든 기동에 대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드론의 위험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마트에서도 파는 몇만원짜리에서부터 몇백만원 하는 고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드론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파리떼처럼 우리의 평화로운 머리 위를 가득 채울 드론의 위험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C130 수송기의 날개 밑에 매달려 실험 중인 드론. Ryan Firebee, 1955

C130 수송기의 날개 밑에 매달려 실험 중인 드론. Ryan Firebee, 1955

드론이 무질서하게 우리의 머리 위 공간을 위협할 것에 대한 대비책은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이미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해 상당한 실험이 이루어졌고, 한국도로공사에서도 꽤 체계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실험하고 있다고 하니 먼 미래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적용된 기술을 드론에도 적용한다면 꽤 안전한 기계가 될 것이다. 기계가 자동차를 운전한다면 걱정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간이 얼마나 운전을 못하는지 안다면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니다. 교통사고 가운데 80%가량은 음주·운전미숙·졸음·전방주시 태만 등 운전자 과실 때문에 일어나는데, 기계는 그럴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계는 고지식하기 때문에 복잡한 길거리 모퉁이에 잠시 차를 세워놓고 잠깐 볼일을 보러간다든가 하는 식의 명령은 수행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야말로 통제되지 않는 혼란 그 자체임을 안다면 기계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에 대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운전이란 개개의 운전자의 역량과 성격, 심지어 그날의 컨디션에 모든 것을 맡겨 놓고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길을 건너면서 자동차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운전이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횡단보도에서 녹색등이 들어와서 건너는데 마침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드는 버스 운전기사와 눈이 마주쳤고, 분명히 정지하라고 강력한 수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가 그대로 달아나 버린 경우도 있었다. 기계는 이런 식의 불법은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기계는 부주의·난폭운전 가능성 적어
항공기가 하늘을 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자동차보다 더 안전한 이유는 철저한 관제 시스템 덕분이다. 항공기는 이륙하기 위해 계류장을 빠져나오고 유도로의 각 부분에 진입할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륙해서도 고도나 방향을 바꾸기 위해 일일이 관제탑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조종사가 정신병에 걸리지 않은 한 항공기는 사고를 낼 확률이 지극히 적다. 그러나 자동차는 아무런 통제도 없이 모든 안전의 문제를 운전자 개인의 양식에 맡겨 놓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고지식하게 법규를 지킬 것이므로 부주의나 난폭운전에 의한 사고위험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해 가장 많이 제기하는 문제가 자동차가 피할 수 없는 사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직진하면 사람 다섯 명을 치게 되고 방향을 틀면 한 명만 치게 되는 경우 기계가 어떤 윤리적 판단을 내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왜 사람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기계더러 풀라고 하는 걸까? 자율주행 자동차에 윤리적인 문제까지 다루라고 하면 기계에 대해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기계적 오류를 일으킬 것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도 많은데, 기계적 오류의 확률이 없지는 않으나 인간이 일으키는 온갖 다양한 원인의 오류에 비하면 훨씬 적을 것이다. 인간은 화가 났다고, 술 먹었다고, 시간 없다고 과속을 하거나 신호를 위반하지만 기계는 그런 오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데,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런 문제도 해결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과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들을 많이 듣게 된다. 이때 하는 가장 상투적인 답이 단순한 일은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창조적인 일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실용적인 일은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예술창작에 힘쓰면 된다는 식으로 들린다. 이 대답이 잘못된 이유는 이른바 창조적인 면과 기계적인 면은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기계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할 때 정말로 창조적인 능력이 필요해진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주어져 있다고 하자. 자율주행 자동차의 문제는 윤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값이 얼마로 매겨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간이 모는 차에 비하면 비싸질 것이다. 그러면 오류의 가능성이 적은 안전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모는 사회계급과 돈이 없어서 사람이 직접 차를 모는 사회계급이 나뉠 것이고, 이 사회는 안전한 삶을 사는 계급과 그렇지 못한 계급으로 나뉠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계급의 양극화가 심한데, 기계적인 데까지 계급이 갈린다니 서러운 노릇 아닌가? 과연 드론과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런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까, 아니면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걸까?

<이영준 기계비평가>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