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한국 이끈 KIST 50주년 우표

김경은 편집위원
2016.02.23

과학기술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다.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어느 수준일까. 세계 5위다. 우리를 앞선 나라는 스위스, 미국, 일본, 독일뿐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0개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비교한 ‘2015년 과학기술 혁신역량 평가’ 결과다. 우리나라 기관의 평가여서 후한 점수를 준 것은 아닐까. 아니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평가기관도 한국을 과학기술 강국으로 인정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의 과학 인프라 수준은 세계 5위, 기술인프라는 13위였다.

이처럼 고도화된 과학기술 역량을 보유하게 된 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역할이 막중했다. KIST는 한국 과학기술의 산실이자 수많은 과학기술인재가 황무지나 다름없던 한국에 과학기술의 싹을 틔운 실험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이룬 과학기술의 토대가 바로 KIST에서 만들어졌다.

KIST가 첫발을 내디딘 본관과 상징탑, 희망찬 연구실과 젊은 연구원의 밝은 모습을 통해 KIST의 역사와 미래를 그린 KIST 창립 50주년 기념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KIST가 첫발을 내디딘 본관과 상징탑, 희망찬 연구실과 젊은 연구원의 밝은 모습을 통해 KIST의 역사와 미래를 그린 KIST 창립 50주년 기념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KIST가 지난 2월 10일 창립 50돌을 맞았다. KIST의 탄생은 어쩌면 국제외교의 산물이었다. 베트남 파병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미국이 한국에 준 선물이었다. 1965년 당시 미국 대통령인 린든 존슨은 한국에 공과대학 설립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당시 한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먹고 살 것도 없는데 무슨 대학이냐”는 주장이 대세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대신 과학기술연구소 건립을 원했다. 결국 1000만 달러의 미국 원조 약속을 받아내고 한국정부도 1000만 달러를 보태 이듬해 ‘한국과학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초대 소장은 최형섭 박사가 맡았다. 그는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과학자들에게 “가난한 조국의 발전을 위해 같이 일해 보자”며 설득했다. 18명의 해외 과학자들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서울대 교수 월급보다 3배나 많았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도 자체 건물도 없이 청계천 6가 한일은행과 종로 YMCA 등을 전전하던 연구소를 매달 두 차례씩 찾았다. “통일은 과학이다”라는 유명한 말도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연구원들과 토론하던 중에 나왔다고 한다.

본격적 연구활동은 1969년 연구소 건물이 지어지면서 시작됐다. 1981년 한국과학원(KAIS)과 통합해 한국과학기술원으로 바뀌었다가 1989년 현재로 되돌아왔지만 과학기술 진흥의 임무는 계속됐다. 지난 50년간 KIST가 이룩한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는 약 600조원으로 추정(이병헌 광운대 교수)된다. 그 수치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이곳에서 한국의 산업발전 계획과 전략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최강자로 손꼽히는 품목인 철강, 조선, 전자, 자동차공업 육성방안이 KIST에서 설계됐다. 그 대표적 산물이 우리가 자랑하는 포스코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성과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KIST 산하의 도핑컨트롤센터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캐나다 육상선수 벤 존슨의 약물 복용 사실을 밝혀내면서 KIST 과학기술 수준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무공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캡슐형 내시경 개발 등도 세계를 놀라게 한 기술이다. 지난해엔 세계 최초로 스핀트로닉스 소자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우정사업본부가 KIST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념우표 2종 70만장을 발행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연구와 발전을 이끌어 온 KIST의 역사적 중요성과 그 동안의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서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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